Astro News Serial No 14. Vol No II
February 2013
<목 차>
I. 한담객설 (閑談客說)
설날에 생각나는 부처님 발바닥
(1) 설날을 천문학적으로 설명해 보기
(2) 다른 나라는 설날은 어떻게 부를까 ?
(3) 석가의 유언장
(4) 설날에 해야 할 일
II. Life with Kaas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서 (中)
(1) Mons Maenalus (메날루스 산 자리)
(2) Antinous (안티노스 자리)
(3) Felis (고양이 자리)
III. Surprise & Mystery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혜성 ISON
(1) 16” 망원경으로 잡아낸 혜성
(2) 혜성 ISON의 날짜별 모습
(3) 11만년 후에 다시 봅시다 – 혜성 PANSTAARS
IV. Journey to Deep Sky
이중성 및 다중성, 그 조화의 美學 (下)
(1) 북두칠성 – 위대함의 상징과 영혼의 안식처
(2) Mizar Alcor – “나의 황제” 의 “술” ?
(3) 따로 놀던 두 가족, 알고 보니 한 집안
V.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남서쪽 변방의 출중한 인물들
(1) 지구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
(2) 내 나이는 40억세 - Schickard
(3) Mare Orientale - 달의 “서쪽” 에 있는데 왜 “동쪽 바다” 인가 ?
(4) 변신 만화카드 - Wargentin
<본 문>
I. 한담객설 (閑談客說)
설날에 생각나는 부처님 발바닥
(1) 설날을 천문학적으로 설명해 보기
금년 2013년 2월 10일은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 날을 다른 말로는 “구정 (舊正)” 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한자어일 뿐만 아니라 “새로 정한 새해”라는 “신정 (新正) 에 대응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므로 순 우리말인 “설날” 이 훨씬 더 아름답다. 사실 “설날” 이 음력 새해를 뜻하는 말로 정부가 정한 공식용어이다. 그러면 양력 새해의 공식용어는 무엇일까 ? 그것은 한자어 그대로 “신정” 이다.
그런데 신정은 ”정월 (正月)” 에서 변형된 말이고 또한 정월은 중국 상나라 (商, BC 1600~BC 1046) 때부터 1월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된 단어이다. (Serial No. 13 참조). 지금도 일본에서는 양력 1월달 또는 양력 1월1일을 “쇼-가쯔 (正月)” 또는 “오 쇼-가쯔” (お正月) 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르신들은 정월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설날” 이란 말처럼 양력 새해도 “신정” 말고 우리만의 고유한 단어를 찾아 부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설날”의 아마추어 천문학적 정의는 어떻게 될까 ? 간단히 표현하면 음력 1월1일이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농담처럼, 태음력이라 부르는 어떤 역법상의 1월1일은 인류가 임의로 정한 숫자에 불과하다. 미래에는 은하력 또는 미국 TV 드라마 스타트렉처럼 우주력을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태양계 바깥에 사는 외계인도 설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좀 “우아하게” 정의해보면, <설날은 태양, 지구, 달의 운행에서 바로 전의 동지로부터 처음 합삭이 되는 날>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참고로 금년 설날인 2월10일에 그 “합삭” 이 되는 시각은 “오후 4시 20분” 이다.
동지나 합삭의 의미는 잘 아실테지만, 막상 한 문장으로 의미를 설명하려면 잘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동지는 천구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가 가장 남쪽에 위치하며, 황도 좌표계로 표시한 황경이 270도가 되는 시점이다. 태양은 황도를 따라 움직이므로 이 때 황위는 당연히 0 도이다. 합삭의 순우리말은 그믐인데, 천구 북쪽이나 남쪽에서 보았을 때 태양, 달, 지구 순서로 3개 천체가 일직선으로 정렬되어 있을 때이다. 한편, 합삭 때마다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지구와 달의 공전궤도가 서로 5.14 도 차이를 두고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2) 다른 나라는 설날은 어떻게 부를까 ?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신정에 한 번, 그리고 설날에 또 한 번
두 번씩하고 산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문화 영향을 받은 아시아 몇 개 국가들에서 마찬가지이다.
중국 및 대만에선 설날을 元旦 등으로도 쓰지만 (원단, 발음: 유엔-딴), 주로 사용하는 단어는 春節 이다 (춘절, 간체로는 春节, 발음: 춘-지에) 몽고의 설날을 영어로 표기하면 Tsagaan Sar (발음: 차강 사르) 이고, 베트남은 Tet Nguyen Dan (Tết Nguyên Đán, 발음: 뗏 응유엔 딴) 인데 줄여서 Tet (뗏) 으로 많이 부른다. 이 말은 한자어 節元旦 (절원단) 을 베트남어로 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처럼 중국문화 영향을 받았으나 특이하게도 일반인들은 음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음력 새해는 명절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니다. 잠시 위에서 언급 드린 것처럼 양력 새해만 명절이며, 음력 새해를 지칭하는 말은 공식적으론 없다. 이것은 서양문물을 급속히 받아들이던 명치유신시대 (明治維新 1868~1912) 인 1873년에 음력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역법 및 국경일을 양력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역시 모방의 천재답게 따라할 때는 확실히 따라하는 일본인들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설날을 공휴일로 정하는 문제 하나 가지고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이 갈팡질팡 했던 행태이다. 우리나라에선 조선말기 쇄국정책 영향으로 양력 도입이 늦어져 조선말기까지도 음력이 사용되고 있었다. 일본 식민시대 이후 일본이 양력 사용을 강요하긴 했으나, 민간에선 음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대한민국 건국 1년후인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은 양력 신정 명절을 강요하고 음력 설날을 폐지했다. 이는 이중과세 (二重過歲) 는 낭비라는 홍보와 함께 박정희 정권 때 더욱 강화되었으나 많은 국민들은 음력 설날이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차례를 지내면서 기념하고 있었다. 1985년 들어 국민 지지가 필요한 전두환 정권은 음력 새해를 “민속의 날” 이라는 구차한 명칭을 달아 36년만에 공휴일로 부활시켰고, 노태우 정권인 1989 년에 드디어 “설날” 이라는 고유한 예전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한편 “설날”의 정부지정 공식 영어표기는 “Seollal” 이다. 이것의 북미영어 발음은 “설날” 이 아니고 “써-얼-럴” 로 발음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음력 새해를 영어로 표기하면 “Lunar New Year” 가 맞는 말이지만 서양에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말과 서양 달력 대부분에는 “Chinese New Year” 로 되어 있어 자존심 상한다. 언젠가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국력이 된다면 세계인이 스스로 알아서 우리 발음대로 “설날”로 읽거나 아니면 “Korean New Year” 로 부르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3) 석가의 유언장
설날을 맞아 부처님 유언에 대해 써보려 했는데 엉뚱한 말씀만 계속 드리고 있었다.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나 수년 전부터 한동안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강의실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에 열렸던 김흥호 교수 (金興浩 1919~2011) 의 설교회를 다녔었다. 모든 예배가 그렇듯이 그 분 설교회도 찬송가 부르고 시작하는데 그 때마다 저는 그냥 뻘쭘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으나, 나머지 90 분간 설교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었다. 이 설교회는 사실 기독교 신앙에 관한 것은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를 주제로 한 “강의” 이므로 저 같은 비기독교인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오셨다. 설날을 맞아 김흥호 교수 강의 내용 중 “부처님 발바닥” 에 관련된 얘기를 소개 드리려 한다.
석가는 죽기 직전에 남긴 유언에서, 초상 치를 때는 몸을 덮는 모포 밖으로 두 발을 내 놓으라고 했다. 석가 수제자 중 한 명인 아난 (阿難)은 석가 생존 시에는 석가로부터 득도했다고 인정 받지 못하고 있었다. 석가가 죽을 때 아난은 임종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모포 밖으로 나온 석가의 두 발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화엄경 광명각품 (華嚴經 光明覺品)>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품”은 권 (卷)의 뜻이다.
이시 세존 종 양족륜하 ( 爾時 世尊 從兩足輪下)
방백억광명 ( 放百億光明 )
조차 삼천대천세계 ( 照此 三千大千世界 )
여차 처견불세존 ( 如此 處見佛世尊 )
위의 화엄경 원문을 직역하지 않고, 감히 제가 나름대로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열반 하시던 때 (爾時),
부처님께서 (世尊) 내놓으신 두 발바닥에서 (從兩足輪下)
찬란한 빛이 나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비추었다. (放百億光明)
그리하여 온 세계가 그 빛으로 (照此) 밝아졌다 (三千大千世界 )
부처님 발바닥에서 나온 그 빛으로 인해 (如此)
우리가 비로소 부처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 (處見佛世尊 )
(4) 설날에 해야 할 일
그러면 아난은 부처님 발바닥에서 무엇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을까 ? 또한 화엄경에 적힌 “부처님 발바닥에서 나온 빛”의 의미는 무엇인가 ? 그것은 바로 “실천”이라 해석된다. 진리는 “머리” 를 굴려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발바닥” 을 움직여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다. 석가는 죽기 직전 이 실천의 의미를 중생들에게 깨닫게 하려고 모포 밖으로 두 발이 나오도록 유언을 한 것이라 한다.
아난은 머리가 좋고 기억력이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석가의 말씀을 기억해서 옮겨 적은 불경의 대부분은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석가가 죽을 때까지도 득도는 못하고 있었다. 반면 다른 수제자 중 한 명인 가섭 (迦葉)은 머리는 나쁘지만, 석가의 언행을 그대로 실천해 왔기 때문에 석가가 생존해있을 때 이미 득도했음을 인정했고 바로 후계자가 되었다. 아난은 깨달음을 늦게 얻었으므로 가섭 다음에 후계자가 된다.
물구나무서기가 건강에 좋은 것은 모두 아실 것이다. 이는 땅을 향해 있던 발바닥을 허공에 내놓아 하늘로 향하게 하는 자세이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유래되었다는 요가에서도 물구나무서기를 귀중한 수련법 중 하나로 친다. 요가는 물론, 도교나 불교에서 참선할 때 제대로 된 가부좌 (跏趺坐, 책상다리) 도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있다. 법화경 (法華經)에도 사람이 물에서 뜨려면 물 속에 머리를 집어 넣고 발을 위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한자어로 표시하면 몰두 (沒頭 – 머리를 집어 넣음) 이다. 물에서 뜬다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예의 바른 정좌 (正坐) 자세도 무릎 꿇고 발 등을 땅에 붙이고 발바닥을 위쪽을 향해야 한다. 발바닥을 하늘로 내놓는다는 것의 의미는 진리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고, 발바닥으로 세상으로 보고 발바닥으로 알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지금 현대에 사시는 분들에게 깨달음, 득도라는 것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참선을 하고 목숨 걸고 고행을 찾아서 하는 이유가 깨달음을 얻는데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선 깨달음을 “목표달성”이란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그 “목표” 라는 것이 정말로 득도이든, 조직에서의 승진 또는 사회적인 명예, 경제적인 성공, 가정의 행복, 아니면 그것들 전부이든 간에 “고행” 후에는 “성취”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진리를 머리로 깨닫는 것이 아니듯이 목표도 머리만 써서 계획만 잘 세운다고 성취할 수는 없으리라. 신정 1월에 머리 쓰셔서 새해 계획도 잘 세우셨을 것이니, 설날이 있는 2월에는 이제 발바닥을 쓰셔서 본격적으로 실천해 보시라는 뜻에서 부처님 발바닥 운운했다. 저도 2월엔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야겠는데, 그 전에 먼저 발바닥부터 깨끗이 닦아야겠다. 무좀 걸리면 안되니까….
II. Life with Kaas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서 (中)
(1) Mons Maenalus (메날루스 산 자리)
이번 호는1928년 이전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별자리를 알아보는 두번째 칼럼이다. 사라진 39개 별자리 중에서 지난 호 Serial No 13 에서 Argo Navis 를 살펴 보았으므로 38개 별자리가 남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세 개를 알아본다.
여기에 설명 드리는 사라진 별자리 이름들은 모두 라틴어이므로 별자리 발음 관련 사이트에는 대부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영어로는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생소하실 것이므로 북미영어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해서 본문에서 같이 알려드린다. 한편 게재하는 순서는 영어 알파벳 순서를 따르지 않고 제 임의대로 순서를 정했다.
이번호 첫번째로 알아볼 별자리는 Mons Maenauls 북미영어 발음은 “만즈 메널러스” 이고 두번째 음절은 “메”에 액센트 있다. 이 말은 라틴어인데, 영어로 하면 Mount Maenalus 가 되므로 제 임의대로 번역한 우리말로 별자리 이름은 “메날루스 산(山) 자리”가 될 것이다. 우선 이 별자리 그림부터 보고 시작한다.
아래 그림은 영국의 Alexander Jamieson 이 1822년에 출판한 Celestial Altlas 라는 성도에 실린 것이다. 이 책에는 북반구, 남반구의 전천 및 26개로 구분한 밤하늘 별자리가 들어있어 모두 28개의 성도가 실려있다. 본 칼럼의 각 항목 모두 제일 먼저 이 성도로 별자리를 소개 드리겠다.
<Maenalus - Alexander Jamieson. Celestial Altlas (1822) >
위 그림 중앙에 목동자리 (Boötes), 사냥개자리 (Canes Venatici), 머리털자리 (Coma Berenices) 가 보인다, 그런데 메날루스 산 자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목동자리의 발 밑을 자세히 보시면 목동이 언덕이나 바위 같이 생긴 것을 밟고 있는데, 그곳에 Mons Maenalus 라는 글자가 보이실 것이다. 목동이 밟고 있는 것은 언덕 또는 바위가 아니고 사실은 산 (山) 인데, 그 산 이름이 바로 “메날루스 산” 이다. 이것은 신화 속에만 나오는 산이 아니고 지금도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다. 라틴어인 Maenalus 를 현대 그리이스어로 표기하면 Μαίναλο 가 되며 이를 다시 영어로 쓰면 Mainalo 가 된다. Mainalo 산은 해발 1,986 m 로 지금의 그리이스 Arcadia 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산의 이름인 Maenalus (영어표기 Mainalo) 는 고대 그리이스 시대 Arcadia 지방 왕이었던 Lycaon 왕의 큰아들 이름이었다고.
<그리이스 Arcadia 지방> <Arcadia Mainalo 산. 해발 1,986m>
이 별자리는 1690년 이전까지는 항상 목동자리 일부분으로 존재했고 한번도 독립된 별자리로 나타난 적은 없다. 지난 호 <서양 별자리 연대기>에서 살펴본 것처럼 목동자리는 BC 780 년 그리이스 Homer 가 쓴 책 The Illiad and The Odyssey 에서 <Ploughman (농부)> 이란 별자리가 나오는데, 이것이 처음으로 목동자리가 기록된 것이다. 그 후 930년이나 지난 AD 150 년이 되어서야 Cladius Ptolemy 의 Almagest 에 드디어 <Boötes (목동)> 이란 말이 등장한다. 하여간 Homer 및 Ptolemy 모두 메날루스 산(山) 자리 부분은 목동이 밟고 있는 언덕처럼 표시해 놓았었다.
그러나 1690년에 Johannes Hevelius 가 Uranographia (원래 제목: Firmamentum Sobiescianum, sive Uranographia, totum Coelum Stellatum) 를 출간하면서 메날루스 산 자리 부분을 목동자리에서 분리해서 Mons Maenalus 라는
이름을 역사상 최초로 붙여 놓았다. 따라서 이 별자리는 Hevelius 의 창조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Hevelious 의 책에는 철자가 한 개 달라서 Mons MENALUS 로 되어있다. 아래 두 개 그림은 Uranographia 에 실린 목동자리와 메날루스 산 자리 부분 확대한 것이다.
<Johannes Hevelius 의 Uranographia (1690) 에 있는 목동자리>
<위의 그림에서 메날루스 산 자리 부분 확대>
한편 Johann Elert Bode (1747~1826) 는 1801 년 Uranographia sive Astrorum Descriptio 라는 성도를 출판했는데, 여기에도 메날루스 산 자리가 실려있다 Bode의 1801년 성도인 이 책도 줄여서 “Uranographia” 라고 부르므로, Johannes Heveliusd의 1690년 성도Uranographia 와 혼동하지 마시기 바란다. 아래 그림은 Bode의 Uranographia 에 있는 그림인데, 목동자리 발 밑에 메날루스 산 자리가 보인다.
<Johann Elert Bode 의 Uranographia (1801) 에 실린 목동자리 그림>
그러면 메날루스 산 자리는 지금 사용하는 성도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아래 그림에 표시해 드린다. 왼쪽은 현재 성도의 목동자리이고, 오른쪽 그림은 메날루스 산 자리를 표시한 그림이다. 현대 성도에서 목동자리와 처녀자리 사이에 빈 공간이 있는데, 이 부분에 산 (山) 모양의 Mons Maenalus 자리가 보인다.
<현대의 목동자리 성도> <현대 성도에 표시한 메날루스 산 자리>
예전엔 목동이 그나마 듬직한 마에날루스 산 위에서 위용을 뽐낼 수 있었으나 1928년 이후엔 궁색하게 “처녀를 밟고” 있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처녀를 밟고 있는 목동이나 목동 발 냄새 맡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처녀나 모두 이 별자리를 단칼에 날려버린 Eugéne Joseph Delporte (1882~1955) 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IAU로부터 별자리 정하는 프로젝트 따낸 것을 보면 Delporte 는 폴리페서 (Polifessor) 기질이 있었던 듯하다. 만일 목동과 처녀가 아니고 그 자리에 Cepheus (세페우스 자리 – 에티오피아 왕) 와 Cassiopeia (카시오페이아 자리 – 세페우스의 왕비) 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그가 메날루스 산 자리를 그렇게 쉽게 없애 버리진 않았을텐데…. 오호통재라 ! (嗚呼痛哉)
(2) Antinous (안티노스 자리)
Antinous 의 북미영어 발음은 “앤티노우어스” 이고 “티”에 액센트 있다. 이 말은 고대 그리이스어 “Ἀντίνοος” 를 영어식으로 표시한 것이다. 우리말로 별자리 이름은 제 임의대로 번역해서 “안티노스 자리” 로 부르겠다.
Antinous 라고만 쓰면 사람 이름이 되기도 하고, 별자리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 이름은 그대로 “Antinous” 로 쓰고, 별자리는 “Antinous 별자리”라고 표기한다.
<Antinous 별자리 - Alexander Jamieson. Celestial Altlas (1822)>
위 성도에서 독수리에 납치된 남자가 Antinous 이다. 독수리 그림은 독수리자리 (Aquila) 를 표시한다. Antinous 는 신화에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고, 실제 인물이다. 로마제국 시대인 AD 111년에 태어나서 130년에 사망했으므로 19세 청춘에 인생을 마감한 것이 된다. 19세에 사망한 사람이 어떻게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까지 되었는지 그 흥미로운 인생 여정부터 알아본다.
Antinous 는 로마시대에 지금의 터키 (Turkey) 북서쪽에 있는 Bithynia 지방의 Claudiopolis 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고, 일설에는 부모가 노예였다는 말도 있다. 그의 시작은 비천했으나, 죽을 때는 로마 황제가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줄 만큼 고귀한 신분이 되어 있었다. 외형적으로만.
<Antinous 출생지 Bithynia 지방. 지도의 윗부분>
그의 생애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로마 황제의 “동성애 파트너” 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역사에 남아있다. 웬만한 미모의 여성보다 훨씬 출중한 외모를 가진 남성으로 유명하며, 때로는 Ganymede 또는 Adonis와 비교되기도 한다. 서양의 동성애 남성 (Gay) 사회에서는 그는 신격화된 존재이다. 그의 사진은 없으므로 일단 로마시대 조각상만으로 그의 모습을 추정해본다.
<Atinous 조각상. 남자 같아 보인다. <다른 Antinous 조각상. 여자인지 남자인지
Palazzo Altemps 미술관 – Rome> 구별이 안된다. Louvre 미술관 – Paris>
로마황제 Hadrian (하드리아누스 황제) 은 AD 123년에 지금의 Bithynia 지방을 순시하다가 당시 12세 소년이던 Antinous 를 발견한다.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그의 미모에 넋이 나간 황제는 그를 로마로 데려가 여러 학문 및 사냥기술 등을 교육 시키는데, 황제 전속 트레이너를 보내서 남성 몸매관리 운동도 빼놓지 않았다고. 이 같은 교육과 운동에 힘입어 그는 몇 년 후 로마 최고 “미모의 남성”이 된다.
그러나 19세 때 Hadrian 황제와 유람선을 타고 Egypt 나일강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 중에 지금의 Egypt Mallawi 지역에서 강물에 빠져 익사했다. 물에 빠진 것이 자살 또는 타살인지, 아니면 사고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Hadrian 황제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익사한 지역에 Antinopolis (현재 지명 Mallawi) 라는 도시를 새로 세우고, 밤하늘 독수리자리 남쪽 자리에 있는 별들로 “Antinous 별자리” 라는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게 했다. 땅에는 도시, 하늘에는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으니, 이 보다 더 거창한 추모식은 역사상 전무후무할 것이다.
<Egypt 에서 Antinopolis 위치 (붉은 색 원 표시) – 현재 지명 Mallawi>
Ptolemy 의 Almagest 에는 Antinous 별자리가 독수리자리 (Aquila) 의 일부분으로 표시되어 있고, 그가 설명한 48개 별자리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Ptolemy는 Egypt 의 Alexandria 에서 태어나고 활동했으므로 당연히 Antinous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 것이나 별도로 표시하지 않은 것을 보면 남성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 않았을까 ? 하여간 Antinous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 중에서 지금의 독수리자리에 포함된 주요 별들은 η (eta) θ (theta) δ (delta) ι (iota) κ (kappa) λ (lamda) Aquilae 등이다. 아래 성도에서 초록색 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현대의 독수라자리 (Aquila) 를 나타낸 것이고, 붉은 색 원은 Antinous 별자리 영역을 표시한다.
<현대의 독수리자리 (Aquila) – 초록색 선.
Antinous 별자리 – 붉은 색 원>
Ptolemy 이후 성도상에 Antinous 별자리가 나타난 것은 1536년 발행된 Caspar Vopel 의 성도가 최초이다. 그 후 지도 제작자로도 유명한 Geradus Mercator 가 1551 년에 만든 성도에도 이 별자리가 보인다. Tycho Brache 도 1602년 성도에 이 별자리를 표시해 놓았다. 한편 Hevelius 의 Uranographia (1690) 및 Bode 의 Uranographia (1801) 모두 이 별자리를 독립된 별자리로 표시했으나,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점점 독수리자리 (Aquila) 에 포함된 것으로 표시된다.
아래에 Hevelius 와 Bode 성도에 실린 Antinous 별자리 올려 드린다. 참고로 Antinous 별자리 그림은 모든 성도에서 독수리에게 납치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이스 신화에선 독수리가 Zeus의 신하 역할을 하므로 때로는 Antinous 가 Ganymede 로 오인되기도 한다. 현재의 다른 별자리에 나오는 인물이 모두 신화 속의 인물이지만, Antinous 는 유일하게 로마시대에 살았던 실제 인물이다. 실제 인물의 “전체” 는 아니지만, “신체의 일부분”인 다른 별자리가 있기는 하다. 머리털자리 (Coma Berenices)….
<Hevelius 의 Uranographia (1690) 에 실린 Antinous>
<Bode 의 Uranographia (1801)에 실린 Antinous>
이 글 쓰면서 만일 Antinous 별자리가 아직 존재했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성 동성애자들 입김이 세졌을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성결혼이 지금의 미국 몇 개 주에서처럼 합법화 되었을 수도 있고. 더욱이 합법적 게이바 (Gay Bar) 가 성행함을 물론, 여성 같은 남성 탤런트나 가수들이 연예계를 지금보다 더욱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별자리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면 Antinous 는 희생자에 불과하고 진짜 문제아는 Hadrian 황제일 것이다. 아무 물정도 모르는 12살 소년을 데려다 19세에 인생을 끝나게 만들었으니 그보다 더한 죄는 없다. 하지만 동성애는 스스로 원해서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 선천적이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어찌 보면 Antinous 나 Hadrian 황제나 모두 불쌍한 존재들이고, 이 별자리이야기는 슬픈 비극이다. 이것이 바로 19세기 중반 이후에 이 별자리가 점점 독수리 자리에 포함되면서 사라져간 이유가 아닐런지.
(3) Felis (고양이 자리)
Felis 는 라틴어로서 영어로 번역하면 Cat (고양이) 이다. 북미영어로 발음하면 “필-리스” 가 되며 “필”에 액센트 있다. 우리말 별자리 이름은 고민할 필요 없이 “고양이 자리” 로 번역된다.
학문에 사용되는 전문용어 대부분이 라틴어 이듯이 Felis 라는 라틴어 단어도 동물학 용어로 쓰일 때는 “고양이속 (屬)” 을 표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고양이속”의 정식명칭은 ‘Felis catus” 라고 하며, 집고양이, 야생고양이를 의미한다. 뜬금없이 “속”이란 단어가 나오니 예전 학생 때 생물 배우던 생각나서 다시 한번 자료를 찾아보았다. Carl von Linné (스웨덴어로는 Carl Nilsson Linnæus 1707~1778) 가 만든 생물분류에 따르면 넓은 범위부터 강 (綱 Class) > 목 (目 Order) > 과 (科 Family ) > 속 (屬 Genus)으로 나뉜다. . “고양이과 (科)”는 영어로 “Felidae” 라 하며, 고양이를 포함해서 호랑이, 사자, 표범, 살쾡이 등을 총칭한다고.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 어떤 정권이 집권했을 때는 그 정권의 수장이 자주 쓰던 “코드(Code) 가 영 안 맞아서….” 라는 말을 주요 일간지에서도 많이 보였으나 정권이 바뀌자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 제가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도 가끔 사용되는 유행어인 “그들이 하는 짓 보면 내 과 (科) 는 아니야….” 라는 말이 그 의미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강, 목, 과, 속 이라는 분류를 다시 알게 되니 그 말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고양이, 호랑이, 사자, 표범 등은 모두 과 (科) 이지만 생활방식, 사냥습관, 성격, 크기 등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하려면, “그들은 하는 짓이 내 속 (屬) 이 아니야” 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 물론 과 (科) 라는 의미는 천문학과, 법학과 같은 전공과목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생각되나, 전공과목의 “과” 나, 생물학 용어인 “과” 나 모두 같은 한자인 “科”를 쓰므로 잠시 쓸데없는 소리 좀 해 보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성도에 묘사된 고양이 모습부터 보시지요.
<Felis (고양이자리) - Alexander Jamieson. Celestial Altlas (1822)>
<위 성도에서 Felis (고양이자리) 부분만 확대한 것>
Felis 는 프랑스 천문학자인 Jérôme Lalande (제홈므 랄랑드. 1732~1807) 의 창작품이다. 이 사람의 이름을 전부 쓰면 Joseph Jérôme Lefrançois de Lalande 가 된다. 그는 고양이를 특히 사랑했다는데, 그가 저술한 책 Histoire Abrégée de l’Astronomie (간추린 천문학 역사) 에서 “밤하늘 별자리에 동물들이 33마리나 나오는데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어서 고양이 자리를 만들었다” 라고 써 놓았다. 역시 동심을 간직한 천문학자다운 발상이다. 그러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88개 별자리에는 동물로 만들어진 것들이 몇 개나 될까 궁금해서 세어 보았다. 사람 (인간)은 제외했고, 반인반수 (半人半獸 – Centaurus)는 포함했다. 또한 신화, 전설 속의 동물 및 곤충도 포함하면 모두 42개 별자리가 동물로 되어있다. 그러나 동물의 마리수로 따진다면 이보다 많아진다. 한 별자리에 동물 두마리가 사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제가 산수를 제대로 했는지 여러분도 한 번 세어 보시지요.
한편, Lalande 는 자기가 저술한 책이나 성도에 고양이 자리를 직접 그려 넣지는 않고 Johann Bode 에게 그의 생각을 설명해주고 Bode가 출간하는 성도에 고양이 자리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Bode는 Uranographia (1801)에 이 별자리를 추가했다. 이런 이유로 이 별자리를 만든 사람은 Lalande 지만, 최초로 묘사된 성도는 Bode의 Uranographia 가 되었다. 이후 Alexander Jamieson의 1822년 성도 Celestial Altlas 등에 계속 기록되다가 1928~1930년의 IAU 보고서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는다. 고양이 자리는 Antlia (공기펌프 자리) 와 Hydra (바다뱀 자리) 사이에 있었다. 아래 두번째 성도에서 붉은 색 원이 고양이 자리가 있던 영역이다.
<Johann Bode 의 Uranographia (1801)에 실린 Felis (고양이 자리) 부분확대. 사진 listverse.com>
<현대 성도에 표시한 고양이 자리 영역 – 붉은 색 원>
제가 처음 별자리 공부할 때, 인간과 가까운 애완동물인 개와 고양이 중에서, 개와 관련된 별자리는 큰개 (Canis Major), 작은개 (Canis Minor) 사냥개 (Canes Venatici) 등 세 개씩이나 되는데 왜 고양이자리는 없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더욱이 사냥개 자리는 1690년 Johannes Hevelius 가 최초로 이 별자리를 그의 성도 Uranographia 에 올리면서 목동 (Boötes) 이 몰고 다니는 사냥개를 두 마리로 그려 놓은 이후로 계속 이 별자리에는 개가 두 마리 살게 되었다. 사실 사냥개는 원래 떼로 몰려 다니니까… 하여간 Hevelius 때문에 지금 하늘에는 개가 네 마리나 보인다.
이번 칼럼 소재가 고양이 자리이지만 사냥개도 잠시 보고 지나간다. 두 마리 사냥개 이름은 북쪽에 있는 개가 “Asterion “이며 “작은 별 (Little Star)” 이란 뜻이고, 남쪽에 있는 개는 “Chara” 로서 “기쁨 (Joy)” 의 의미라 한다. 어원은 모두 그리이스어 이다. 아래 성도에는 Asterion 이 “Afierion” 으로 적혀 있는데, 혹시 Hevelius 의 모국어인 Poland 말 인지도 모르겠다. 아래 성도의 사냥개 옆의 이름들 한 번 자세히 보십시오.
<Johannes Hevelius 의 Uranographia (1690) 에 실린 사냥개 자리 ((Canes Venatici)>
그런데 아래 영화배우 두 명 기억나시나요 ? 영화 매트릭스 3편 (The Matrix Revolutions) 에 나오는 배우들인데, 왼쪽의 삭발한 여성의 영화 속 Character 가 “Charra” 이고 오른쪽은 “Zee” 이다. 영화에서 서로 파트너를 이루어 기계 드릴과 싸우는 강렬한 여성 전사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왼쪽 배우의 영화 속 이름이 철자 하나만 틀리지만 사냥개 자리의 “Chara”와 비슷하며 두 명 파트너 전사가 기계드릴을 “사냥” 하는 이미지가 생각나서 뜬금없이 엉뚱한 말씀 드려보았다. 혹시 사냥개자리의 개들인 Asterion 과 “Chara” 가 모두 여자 개 (암컷) 들인지도.
<영화 속의 Charra. 본명은 Rachel Blackman> <영화 속의 Zee. 본명은 Nova Gaye.
사진 aveleyman.com>
또 하나 사소한 것 참고로 더 말씀 드리면, 큰 “개” 작은 “개”는 “CANIS” 로 쓰고, 사냥개의 “개” 는 “CANES” 로 쓰므로 철자가 다름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Canes Venatici 북미영어 발음은 “케이니–즈 버내터싸이”이고 액센트는 “케이” / “내” 에 있다. 지난 호 Serial No 11 에서 알려드린 웹사이트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하여간 밤하늘에 개는 네 마리인데, 고양이 종류라곤 진짜 고양이는 없고 “고양이과 (科)” 동물인 사자 (Leo), 작은 사자 (Leo Minor), 살쾡이 (Lynx) 등 세 마리가 있으므로 개와 균형을 맞추려면 진짜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더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 글을 쓰면서 250년 전에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분이 계셨음을 알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어 특별히 이 분 초상화 한 장 올려드린다. 다음 호에서 계속 사라진 별자리들을 알아 봅니다.
<Joseph Jérôme Lefrançois de Lalande. 사진 lecimetiere.net>
III. Surprise & Mystery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혜성 ISON
(1) 16” 망원경으로 잡아낸 혜성
지금까지 Surprise & Mystery 칼럼에는 관측위주의 일과성 천문현상은 다루지는 않았으나 이번에는 불과 5개월전인 2012년 9월 21일 처음 발견된 따끈따끈한 혜성 하나 소개해 드린다. 아마추어들도 많이 사용하는 16인치 반사망원경으로 발견된 혜성이므로 우리도 혜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자는 의미에서 칼럼을 만들었다. 앞에선 지루한 칼럼만 있었으니 머리 식히시면서 잠시 쉬었다 가시기 바랍니다. 얼마전 아마추어 천문학하시는 지인께 소개해 드린 자료를 조금 보완해서 만든 기사이다.
헤성 Ison 의 공식 명칭은 C/2012 S1 인데, 벨라루스 (Belarus, 동유럽 국가) 천문학자 Nevskier 와 러시아 천문학자 Novchonok 두명이 러시아 서부에 있는 Kislovodsk 라는 도시에서 16인치 반사 망원경으로 공동관측하던 중에 발견했다. (SI 가 아니고 S one임) 두 천문학자는 International Scientific Optical Network (국제과학광학네트워크) 소속이며, 혜성 이름인 ISON 은 이 조직 명칭의 이니셜이다. 아래 그림은 태양계로 진입한 혜성 ISON 궤도를 추정한 것이다. 그림의 위쪽이 북쪽.
<혜성 ISON의 추정궤도>
이것은 2013년 11월 28일에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며 이 때의 태양 표면에서의 거리는 약 110만 km 이다. 어떤 자료에는 근지점일 때 180 만 km 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태양 중심에서부터의 거리이다. 참고로 태양 반지름은 약 695,500 km. 달의 지구 공전궤도 장반경 (Semi-Major Axis) 가 384,000 km 이므로 달과 지구 거리의 약 3배 정도로 접근하므로 얼마나 태양에 가까이 가는지 상상이 된다. 이 때 태양열 때문에 혜성이 전부 증발해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 후에도 살아 남아서 지구 근처를 지나갈 수 있다면 태양 근지점 약 5주 후인 2013년 12월 26일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며 이 때 지구와의 거리는 약 6,300만 km 가 될 것이다. 아래 그림은 우리나라 정도의 위도에서 보이는 ISON 궤도이다. 2013년 11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므로 낮에 관찰해야 하지만 태양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이다.
11월 28일경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가 태양을 반환점으로 북쪽으로 회전하는데, 이 때 모두 증발해 버리지 않고 일부라도 살아 남으면 아래와 같은 궤도가 될 것이다. .
<우리나라 정도의 위도에서 보이는 ISON 궤도.
11월 28일 이후는 혜성이 증발해 버리지 않는 경우의 궤도임>
혜성 ISON 은 궤도가 쌍곡선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11월 28일 이후에도 증발하지 않고 살아남아도 다시 태양계를 찾을 기약은 없다, 이런 혜성을 무주기혜성 (Non-Periodic Comets) 이라 부른다. 한편 주기가 200년 이상인 혜성은 장주기 혜성 (Long-Period Comets) 이라 부르는데, 이런 두가지 혜성들은 대부분 태양에서 약 1광년 거리에서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Oort Cloud (오르트 구름) 이 고향이다. 200년 미만 주기를 가진 혜성은 단주기혜성 (Short-Period Comets) 이라고 하고, 200년 이상이든 미만이든 태양계를 다시 찾는 주기가 있으면 주기혜성 (Periodic Comets) 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주기혜성이란 명칭이 단주기혜성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2) 혜성 ISON의 날짜별 모습
아래는 우리나라 정도 위도에서 보이는 시간과 모양을 추정한 것이다. 날짜별로 4개의 예를 보여 드린다.
● 2013년 11월 20일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남동쪽 지평선 근처에서 관측된다>
● 2013년 11월 30일
<11월 28일 이후에도 살아 남으면 낮에도 남동쪽에서 희미하게 볼 수 있다>
● 2013년 12월 3일
<태양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으므로 초저녁 해지기 전에 서쪽 지평선 가까이에서 보일 것이다>
● 2013년 12월 21일 이후
<드디어 밤에도 보일 만큼 태양에서 멀어지며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므로 밤에도 관측가능하다.
12월 21일을 전후해선 망원경 없이 맨 눈으로도 찾을 수 있다>
(3) 11만년 후에 다시 봅시다 – 혜성 PANSTARRS
다음달 3월초부터 북반구 하늘에서도 보이는 헤성 하나 더 소개해 드린다. 이것은 2011년 6월에 발견된 것이라 이미 아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2월에는 남반구에서만 관측 가능했고, 3월초 이후가 되어야 북반구에서 보인다. 3월 3일경 0 등급으로 밝아지고 이후 점점 어두워지면서 북쪽으로 올라가서 5월말에는 8~9등급으로 떨어진다.
이 혜성은 2011년 6월 6일에 Hawaii 의 Maui 섬에 있는 Pan-Starrs 망원경으로 발견되었고, 정식 명칭은 C/2011 L4 이다. Pan-Starrs 라는 말은 Panoramic Survey Telescope and Rapid Response System 의 약자이다. 이것의 주기는 무려 11만년으로 추정되므로 장주기혜성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무주기혜성에 가까울 것이다. 11만년 후에 다시 이 혜성 보시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할 듯하므로, 참을성 없으신 분들은 이번에 반드시 관측해 보시기 바란다. 아래에 일자별 혜성의 위치와 안시등급을 알려드린다.
2월 25일 Formalhaut 동쪽 2 도. 이후 계속 동북쪽으로 전진. 1 등급
3월 10일 Aquaris 동쪽 20 도. - 1 등급
3월 20일 Pegasus 동쪽 20 도. 이후 북쪽으로 회전. 1 등급
4월 24일 Cassiopeia 서쪽 10 도. 6 등급
5월 30일 Polaris 서쪽 10 도. 8~9 등급
IV. Journey to Deep Sky
이중성 및 다중성, 그 조화의 美學 (下)
(1) 북두칠성 – 위대함의 상징과 영혼의 안식처
이번 호는 이중성, 다중성을 살펴보는 세번째 칼럼이자 마지막 회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친숙한 북두칠성에 있는 다중성인 Mizar 와 Alcor 를 살펴본다. 시작하기 전에 워밍업 겸해서 심심풀이 퀴즈 하나 내 드린다. 아래 그림처럼 북두칠성을 깃발에 나타낸 곳은 어디인지 맞춰 보시지요. 이 곳은 비록 국가는 아니지만, 그것이 차지한 면적은 남한 면적보다 17배나 크고, 인구는 남한보다 78배 적은 곳이다. 깃발 모양은 아래와 같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선명한 깃발>
그림은 미국 Alaska 주의 깃발이다. 이 곳의 2012년 인구는 731,449 명으로 남한 인구인 50,004,441 명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면적은 1,717,854 km² 으로, 100,210 km² 인 남한이 그 안에 17개나 들어갈 수 있다. 북반구 국가들 국기에서 “별” 들은 많이 보이지만 북두칠성이 사용된 예는 없다. 한편 남반구 국가들에선 남십자성 (Southern Cross) 이라고도 불리는 남십자자리 (Crux) 가 호주, 뉴질랜드, 사모아, 파푸아뉴기니아 등의 국기에서 보이기도 한다.
서양에서 북두칠성은 위대함의 상징이지만 동양에서는 “위대함” 과 더불어 “저승” 의 상징도 된다. 동양에서 위대하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예를 보면, 어린아이 몸에 점이 여러 개 있을 때 북두칠성 모양을 만들어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아이라는 덕담을 만들어 준다. 또한 회사 상호나 건물 이름에 북두칠성의 줄인 말 “북두 (北斗)” 가 많이 보이기도 한다. 일곱개 별을 상징한 어떤 사이다 상표도 있고.
그러나 동양에서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사는 “저승” 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장례의 입관식 보신 분은 아마도 저승의 의미를 실감하실 것이다. 우리의 장례문화를 보면 돌아가신 분께서 생전에 믿으시던 종교에 관계없이 입관할 때는 모두 관 바닥에 평소 입으시던 깨끗한 옷 등을 깔고 그 위에 소위 “칠성판” 이란 나무 판자를 깐 다음 그 위에 얇은 요를 깔고 입관해 드린다. 칠성판에는 북두칠성 모양 또는 일렬로 일곱개의 구멍이나 점이 표시되어 있다. 보시기 꺼려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 칠성판 그림은 올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돌아가신 분께서 “북두칠성을 깔고 누우신 자세” 로 입관해 드리는데, 이는 돌아가신 분 영혼께서 북두칠성에 있는 저승으로 편안하게 가시라는 의미이다. 만일 이 칠성판이 싫으시다면 사전에 반드시 유언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딥 임팩트 (Deep Impact, 1998) 라는 영화에서 지구로 날라오는 소행성이 북두칠성의 별들인 Mizar 와 Alcor 근처에서 최초로 발견된다는 설정이다. 저승사자가 지구를 데려가려고 북두칠성에서 날라오는 것만 같다. 동양에서 북두칠성에 저승이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영화감독이 알고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상황 설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제 생각으론 14세 중학생 (Leo Biederman) 초보자가 학생용 망원경으로 관측하다가 소행성을 발견한다는 각본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큰곰자리 Big Dipper 가 그 영화 감독이 알고 있던 유일한 별자리일 수도 있고.
<영화 “딥임팩트” 의 한 장면.
미국 Arizona 주 Tucson 천문대의 천문학자가 중학생 Leo Biederman 이 보낸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 왼쪽의 물음표 (?) 표시가 새로 나타난 소행성이다>
(2) Mizar Alcor – “나의 황제” 의 “술” ?
아래 사진은 북두칠성의 실제 밤하늘 사진이다. Mizar 와 Alcor 를 살펴보기 전에 북두칠성 일곱개 별들 이름이 기억나시도록 올려드린다.
<북두칠성과 각 별들의 이름>
Mizar 의 우리말 표기는 “미자르”이지만 북미영어 발음은 “마이자-“ 이며 “마이”에 액센트 넣어서 읽는다. 그런데 그 발음이 “My Tsar”의 발음 “마이 짜-르” 와 비슷해서 “나의 황제” 처럼 들리기도 한다. “Tasr (짜-르)”의 어원은 로마 황제를 지칭하던 라틴어 Ceasar (우리말은 시저, 케사르, 카이저 등 여러가지로 표기) 이 단어가 러시아 및 동유럽으로 들어와서 Tasr 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이 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나의 황제” 라고 생각하셔도 될 듯하다. Mizar 어원은 아랍어인데, “허리띠”를 의미한다고.
우리말 표기가 “알코르” 인 Alcor 의 북미영어 발음은 “알-코-“ 또는 “앨-코-“ 이며 첫 음절에 액센트 있다. 잘못 발음하면 앨코홀 (술, Alcohol) 이 될 수도 있겠다. 두 별을 붙여서 발음하면 “나의 황제의 술” 이 될지도. Mizar 와 Alcor 는 북두칠성 위치에 따라 조금 크게 보이는 Mizar 위에 작은 Alcor 가 올라탄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에 말과 기수 (Horse and Rider) 로 불리기도 한다.
Mizar 와 Alcor 는 인류가 별을 보기 시작한 때부터 이중성임이 알려져 왔을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天象列次分野之圖) 에도 이중성으로 표시되어 있고, 이를 디자인한 우리나라 만원권 지폐에도 이중성임이 나타나 있다. 그러나 2013년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Mizar 는 4중성계이며, 최근에 Alcor 도 2중성계임이 밝혀졌다.
(3) 따로 놀던 두 가족, 알고 보니 한 집안
<Mizar 의 Alcor 확대촬영 사진. Jerry Lodriguss>
위 사진은 Mizar, Alcor 두 별을 배율을 높여 촬영한 것이다. 광학 망원경으로는 위 사진처럼 3개 별로만 찍히고, 6개 별까지 분해하려면 분광학 (Spectroscopy) 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에 표시된 Magnitude 는 안시등급이다. 지금부터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Mizar 4중성계는 “Mizar System”, Alcor 2중성계 는 “Alcor System” 으로 표기하고, System (계) 을 구성하는 각 별들은 아래와 같이 표기한다.
Mizar System : Mizar Aa
Mizar Ab à Aa , Ab 두 별을 묶어서 Mizar A 라고 함 .
Mizar Ba
Mizar Bb à Ba , Bb 두 별을 묶어서 Mizar B 라고 함
Alcor System : Alcor A
Alcor B
위 System 을 이해하시기 쉽도록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Mizar System 과 Alcor System>
단일성으로 관측되던 Mizar 는 1600년대 광학 망원경 발전에 따라 Mizar A와 B로 구성된 이중성임이 밝혀진다. 이로써 Mizar 는 “역사상 최초로 광학 망원경으로 찾아낸 이중성” 칭호를 받는다. 1617년 Benedetto Castelli 가 Galileo Galilei 에게 이 별이 이중성으로 보인다고 알려준 기록이 남아있고, Mizar 가 이중성이라는 1650년 Riccioli의 정식 관측기록도 있다. 광학 망원경으로는 Mizar A와 B만 관측되므로 두 별만 언급할 때는 A를 주성, B를 반성이라 한다. A와 B는 380 AU 거리에 있으며 수 천년 주기로 공전함이 밝혀졌다.
어떤 이중성들은 광학망원경으로는 분해되지 않고 오직 분광학으로만 구분된다. 1889년 Pickering은 분광학을 이용해 Mizar A가 Mizar Aa와 Ab의 두 별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내서 이 별들은 “분광학으로 발견된 역사상 최초의 이중성” 이란 명예를 얻었다. Mizar Aa 와 Ab 를 합친 광도는 태양보다 35배나 밝으며 두 별은 약 20일 주기로 공전한다. Mizar Ba 와 Bb 는 이보다 늦게 이중성임이 알려 졌는데 두 별은 6개월 주기로 공전한다.
불과 4년 전인 2009년에 Eric Mamajek 및 Zimmerman 의 두 팀은 그 동안 단일성으로 믿어져 왔던 Alcor 가 Alcor A 및 Alcor B 의 두 별로 구성된 이중성계이며 두 별이 상호 중력 작용한다는 결과를 발표한다. 더욱 관심을 끈 것은 Alcor System 자체가 Mizar System 과 중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결과이며, 따로 노는 것 같던 두 가족이 결국 한 집안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이것이 정말이라면 Mizar System 과 Alcor System 을 구성하는 6개의 모든 별이 하나의 System 안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다중성계인 셈이다.
이미 두 System 을 구성하는 6개별 모두 지구에서 거리는 같은 거리인 약 81~83 광년 떨어져 있고, 모두 나이가 비슷하다고 추정되므로 무리한 가설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전까지는 두 System 거리가 약 1.1 광년으로 추정되고 있었으나 새로운 측정결과는 최소한 0.5 광년일 수도 있고 최대치는 1.5 광년으로 나타나서 하나의 System 이란 가설을 뒷받침해 주었다. 이미 우리나라 아마추어 천문학계에도 분광학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혹시 Alcor A 또는 B 자체도 이중성일지도 모르므로 우리 학회에서 이를 분광학으로 최초로 발견해내는 날을 기대
해본다.
V.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남서쪽 변방의 출중한 인물들
(1) 지구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은 동주기 자전하는 위성이므로 지구에 사는 우리는 항상 달의 앞면만 볼 수 있고, 뒷면을 보려면 우주선 타고 달을 돌아서 달 뒷면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앞면만 볼 수 있다고 해서 달 면적의 50 % 가 보이는 것은 아니고 달의 칭동 (Libration) 현상 때문에 달 뒤쪽부분 9 % 정도가 시기에 따라 번갈아 보인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이는 달은 전체 면적의 59 % 가 보이게 된다. (Serial No 4 – 칭동원인 참조)
보름달일 경우 지구에서 보이는 달은 우리 동요처럼 “쟁반같이 둥근달” 이다. 쟁반은 2차원 평면형이다. 실제로 달은 공 모양의 구형 (球形) 이지만 지구에선 아무리 보아도 공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2차원 원형 평면은 당연히 원주 (圓周) 를 따라 경계선이 있고, 달도 마찬가지이다. 그 경계선 가까이 있거나 칭동 시기에 보이는 지형은 본래의 모습과는 달리 지구에서 볼 때 상당히 왜곡된 모양으로 보인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원주 (圓周) 경계선을 영어로는 주로 Limb 으로 표기하고, Crater 주변 경계선은 대부분 Rim 을 사용하므로 다소 혼동된다. 우리말로는 모두 “경계선, 주변” 이며 두 단어를 구분할 적당한 번역어를 알지 못하여 여기서는 영어 그대로 Limb 과 Rim 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지구에서 볼 때, 달의 Limb 부근에 있는 Crater 들은 Limb 가까이 갈수록 원형 Crater 라도 점점 더 그 형태가 길쭉한 타원형으로 변형되어 원래의 형태를 짐작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는 거대한 원형 Crater 나 달의 지질학상 중요한 것이라도 아마추어 천문가에게는 주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안시관측 강호고수 표현대로 “감질나게” 보이는 맛 때문에 Limb 부근 지형이나 칭동 때만 볼 수 있는 Crater 들만 찾아 다니는 “칭동 Mania”들도 많지만, 지구에서 관측할 때 이런 지형들에서 장대함, 우아함,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달의 남서쪽에 자리잡은 세 개의 Crater 를 살펴본다. 달 지형 중에서 Mare (바다), Basin (분지), Sinus (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Crater 가 역사상 천문학에 기여한 인물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으므로 세 개 Crater 를 “인물” 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 이번에 알아볼 인물들이 누구인지 그 얼굴부터 보고 아래 시작한다. 소위 “남서쪽 변방의 인물들” 이다. 아래 그림 왼쪽하단에 달의 Limb 이 보이므로 남서쪽 변방임은 짐작하실 것이다.
<달 남서쪽 변방의 인물들>
이 분들은 변방에 자리잡고 있어 별로 주목 받지 못하지만 그들이 살던 시대에는 모두 출중한 업적과 유럽 과학계의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다. 이름을 살펴보면, 맨 위쪽 인물이 Schickard 이고 가운데는 Wargentin 그리고 맨 아래가 Phocylides 이다. 실제 달지도에서 그 모습을 다시 살펴본다.
<지구에서 바라본 실제 인물들 모습. 달지도 원치복 서울지부 지부장님>
그러나 변방에 있다고 그 원래의 품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지형들로서는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그들을 제대로 관찰해주기 바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구형 (球形)인 달에서 Limb 또는 변방이 있을리 없다. 그들로서는 왜곡된 모습이 아닌 정면에서 봐 주기를 원할지도 모르므로 우주에서 바라본 정면 모습과 근접사진 같이 보여 드린다. 지구에 볼 때는 길쭉한 얼굴이었으나, 우주에서 바라보면 모두 원형의 동그란 모습들이며, 이 방향에서 보니 변방이 아닌, 달의 중심부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우주에서 바라본 세 Crater 의 정면 모습. Oceanus Procellarum 폭풍의 대양 /
Mare Humorum 습기의 바다 / Mare Nubium 구름의 바다>
(2) 내 나이는 40억세 - Schickard
지구와 우주에서 세 분들 거주지와 얼굴들을 일견하였으니 이제 어떤 분들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Schickard Crater 는 독일 천문학자 Wilhelm Schickard (1502~1635)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아래 오른쪽 그림이 그의 초상화이다. 이 분은 기계분야에 소질이 있어 Triquetrium (천체의 고도를 재는 기구) 같이 예전부터 전해오는 천문기구를 개량하거나 여러 장치를 발명한 업적이 있다.
<Schickard 근접사진> <Schickard 초상화>
Schickard 는 직경이 206 km나 되는 거대한 Crater 이다. 내부에 용암이 차있어서 거의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Crater 는 40억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그 후 1.6 억년 후에 달의 서쪽 Limb 부근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나 Mare Orientale 가 형성되었다. Mare Orientale 는 경도칭동 때에 보이는 지형이다. (Serial No 4 참조) 이 지형이 형성될 때 생긴 충돌 분출물이 여기까지 떨어져 위 사진에서 보이는 소규모 Crater 등 2차 충돌 지형이 만들어 졌고, Mare Orientale 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Schickard 주변을 일부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
Mare Orientale 은 지구에선 평소에는 거의 보이지 않고 경도칭동 때에만 일부가 보이는 지형이다. (Serial No 4 참조) 그러나 직경이 327 km로 다른 Crater 들을 압도하는 크기이므로 잠시 살펴보고 지나간다.
(3) Mare Orientale - 달의 “서쪽” 에 있는데 왜 “동쪽 바다” 인가 ?
Mare Orientale 은 직경이 327 km로 다른 Crater 들을 압도하는 크기이므로 잠시 살펴보고 지나간다. Mare Orientale 은 우리말로 “동쪽 바다” 이다. 달의 서쪽 경계에 있는 지형이 왜 “동쪽” 바다가 되었을까 ?
이 지형의 존재는 1800년대 후반에도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Mare Orientale 이라고 처음 이름 붙인 사람은 독일의 Julius Franz 이다. 그 때는 1906년 이었는데, 천문관련 여러 현안들은 유럽 천문학계의 부정기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달의 동서 방향이 지금과는 반대 방향으로 정해져 있었다. 따라서 Mare Orientale 이 당시 기준으로는 달의 “동쪽”에 위치한 지형 이었으므로 “동쪽바다” 의미인 Mare Orientale 로 명명된 것이다. 1919년에 와서 국제천문연맹이 정식으로 발족되었고, 1961년에 IAU는 기존에 사용하던 달의 동서방향을 바꾸어 지금의 방향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미 사용되던 Mare Orientale 이란 지명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해서 오늘날에도 달의 “서쪽” 에 있는 지형이 “동쪽바다” 라고 불리고 있다.
IAU 가 달의 동서방향을 새로 정했던 1961년 이전에 달의 동서 방향이 지금과는 반대로 불려왔던 이유를 원치복
서울지부 지부장님께서 명쾌하고 상세한 설명을 댓글로 보내주셨다. 달의 방향을 이해하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 아래에 원문을 올려 드린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합니다.
태양과 달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합니다.
지구에서 보면 태양과 달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전하지요.
북반구에서 태양과 달이 남중하였을 때 남쪽하늘에 있지요.
태양과 달이 남쪽하늘에 있을 때 지구에서 방위를 보면
태양과 달의 왼쪽이 동쪽이 되고, 오른쪽이 서쪽이 됩니다.
결국 태양과 달의 서쪽이 지구에서 보면 동쪽이 됩니다.
태양과 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는 것을 지구에서 보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달의 바다 이름도 지구에서 붙였기 때문에
달의 서쪽에 있는 바다이름이 동쪽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아래 처음 그림은 달지도에서 Mare Orientale 위치를 표시한 그림인데, 이 사진은 평소에 지구에서 보이는 사진이며 경도칭동 때 찍은 사진은 아니므로 Mare Orientale 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두번째 그림은 경도칭동 때 지구에서 보이는 부분까지 묘사한 그림인데, 푸른색 부분이 Mare Orientale 이다. 세번째 그림은 우주선 Lunar Orbiter 4호가 달의 서쪽 정면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왼쪽 중앙의 커다란 검은 원이 Mare Orientale 이다.
<달 서쪽 Limb 부근의 Mare Orientale 위치>
<경도 칭동 때 보이는 Mare Orientale 모양>
달의 서쪽에서 찍은 사진. 1967년>
(4) 변신 만화카드 - Wargentin
Schickard 남서쪽 45도 방향에 있는 Wargentin 은 라면 먹고 자다 일어나서 부은 것 같은 얼굴 이다. 이 Crater 는 Pehr Vilhelm Wargetin (1717~1783) 이라는 스웨덴 천문학자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 분은 초대 Stockholm 천문대장을 역임했고, 목성 위성에 대한 방대한 관측기록을 남겼다.
<Wargentin 근접사진> <Wargentin 초상화>
Wargentin 직경은 84 km 에 불과하지만, 세 Crater 중에선 가장 특이한 지형이다. 형성된 과정은 비의 바다 (Mare Imbrium) 주변에 있는 Pluto 와 유사하다. (Serial No 13 참조) 그러나 용암은 Pluto 경우보다 더 많이 분출되어 Crater 중심부 산 꼭대기까지 잠기게 했고 일부는 Rim 바깥으로 범람한 것이 보인다.
Wargentin Crater 의 가장 특이한 점은 Terminator 가 접근할 때면 태양이 정면을 비출 때는 보이지 않던 “Y 자”
또는 “새 발자국” 모양의 지형이 나타나는 것이다. 꼭 초등학교 때 갖고 놀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이며 변신하는 만화카드 같은 현상이다. 아래 사진에서 “Y 자” 가 나타난 곳이 Wargentin 이며, 왼쪽 하단에 따로 떼어낸 사진은 “Y 자”가 더 잘 보이도록 밝게 이미지 처리 한 것이다.
<Terminator 가 접근할 때만 보이는 Wargentin 의 “Y 자” 모양 계곡.
사진 Oliver Pettenpaul>
(5) 평범 속의 품격 - Phocylides
이 Crater 는 Johannes Phocylides Holwarda (1618~1651) 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이 분은 지금은 네덜란드 영토인 Friesland 출신인데, 고래자리 (Cetus)에 있는 Mira 별이 330일 주기로 광도가 변하는 변광성임을 최초로 발견한 분이다. 참고로 Mira 는 상호 중력작용 이중성 (Binary) 이면서 변광성이다.
<Phocylides 근접사진> <Phocylides 초상화>
Phocylides 는 세 개 지형 중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직경이 114 km 로 크기로는 만만치 않다. 동북쪽에 있는 직경 76 km의 Nasmyth Crater의 일부분을 덮고 있기 때문에 Phocylides 가 당연히 나중에 생긴 지형이다. 북서쪽 Rim 은 무너져있고 형태가 불규칙하다. Rim 의 모양과는 달리 중심부는 범람한 용암 때문에 평탄한 고원이 형성되었고 중심부 산은 용암에 잠겨버렸다. 나중에 남서쪽 Rim 에 특이한 충돌 Crater 가 생겼다.
지구 시각 (視角)으론 변방에 있어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세 Crater 들을 정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각자 특이한 개성을 가진 출중한 인물들이다. 우주에 나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달의 중심에 자리잡고 주변을 압도하는 품격이 보인다. 제 개인적인 좁은 세상살이에서도 혹시 어떤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편협한 시각과 고정관념을 가진 채 그릇된 판단을 하고 살아오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뒤돌아 볼 일이다.
Astro News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