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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관측부 조강욱입니다

 

오늘 천체관측대회 치르시느라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

 

오늘 대회 진행을 하면서 지부장님과 원치복 선생님께 큰 권한을 위임받아서

 

초보 심사위원이 너무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ㅎㅎ

 

대회를 마치고 느낀 점을 몇가지 공유하고자 집에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글을 남깁니다

 

 

 

# 1.

 

조작 과목을 심사할 때.. 상당히 많이 긴장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더군요

 

급한 마음에 굳은 표정으로 거칠게 망원경을 다루는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서

 

정신없이 시험(?)을 보는 애들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너 별보는거 좋아해?"

 

"어떤 대상이 제일 좋아?"

 

"그게 왜 좋은데?"

 
 

몇가지 질문을 하다보면, 애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볼수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절대로 구경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웃음이지요)

 

얘네들 진짜 별보는걸 좋아하는구나.. 다만 경험과 지식이 조금 부족할 뿐.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렸습니다

 

예보는 분명 흐림이었는데.. 여주에서 스타파티도 하는데 맑은 확률은 없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밤이 되니 기적처럼 맑아지더군요 ㅋ

 

(여주 스타파티 날은 매년 거의 예외없이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날이 저물고 7시10분부터 관측 시작.

 

날은 아주 맑았지만 여의도의 엄청난 광해 아래서 볼 수 있는 대상은 많지가 않지요

 

나름 최고로 쉬운 대상들을 선택하여 출제했지만 (Albireo, Double-Double, 869, 57, 31 등)

 

여의도의 하늘은 기본 대상을 도전 대상으로 둔갑시키는 힘이 있더군요 ㅋ

 

 

 

# 2.

 

어느 팀은 관측 중에 가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만져보니 적경축 미동나사는 움직이는데 망원경은 전혀 반응이 없더군요 

 

(나중에 담당 심사위원께 물어보니 미동을 돌리면 주경은 움직이는데 파인더는 안움직였다 하더군요..
 이런 일은 멀더랑 스컬리를 불러야 하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망경은 뜻대로 안움직이고..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짜증내고 선생님을 찾던 애들에게,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처를 바라는 아이들에게 얘기했습니다

 
 

이 망원경의 주인은 선생님이 아니고 너희들이라고,

 

망원경에 대한 모든 권리와 책임은 본인들의 것이라고...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비록 학교 장비이지만) 망원경을 만질 수 있는 권리를 누린다는 것,

 

그 장비를 다루는 책임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면..

 

앞으로 멋진 星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응급처치 방법을 갈쳐주고 대회를 다시 참여하도록 했는데..

 조금 지나니 다시 정상 작동 되더군요.. 아무래도 멀더를.. ㅋ;;;)

 


 

# 3.

 

오늘의 고등부 마지막 대상으로 57번을 문제로 냈습니다

 

위치는 쉽지만 학생들의 소구경 망원경으로는 검출이 쉽지 않은 대상이었습니다

 

제한 시간 5분이 거의 다 될 무렵

 

한 팀이 57번을 찾았다는 신호를 주셔서 직접 확인을 해보았는데..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대상을 찾은 학생을 불러서 보이는 모습을 설명하게 했는데

 

주변 별 배치만 얘기할 뿐 성운의 모양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합니다..

 

실패!를 선언하고 관측대회를 종료했는데, 조금 뒤에 그 학생이 성도를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여기 성도상에도 57번 위치 맞는데요. 아까 진짜 제대로 찾은거 맞아요"

 

"어.. 진짜 맞네. 근데 너 57번 성운기가 보였어? 난 안보이던데"

 

"저도 못봤어요"

 

"몇배로 봤는데?"

 

"25mm 40배요"

 

"40배로 보일리가 없지. 100배 나오는 아이피스 하나 구해야겠다"

 

"저희 10mm 아이피스 있는데요"

 

"왜 그걸 안썼냐? 딱인데.. ㅡ_ㅡ;;;"

 

"ㅡ_ㅡ;;;;;;;;"

 

  

그 학생이 제 설명에 수긍을 했는지 아직 불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별을 찾고 완벽하게 위치를 잡았다고 해도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교육적인 측면은 잘 모르겠지만 별보기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것은 '관측에 실패한 것'입니다

 

별보기는 별을 봐야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인데..

 

다 찾아놓고 문전처리가 미숙해서 골을 못넣은 것은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일..

 

(축구에서 골대 맞췄다고 0.5점 주진 않잖아요)

 

하지만 끝까지 근거를 가지고 따지고 명확한 결론을 얻은 그 학생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렇게 집요하게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오래도록 별을 볼 확률이 높습니다.. ㅋ

 


 

# 4.

 

심사 중에 어떤 심사위원께서 스텔라리움 사용에 대해서 문의하셔서

 

그건 절대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라버렸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대회 요강에는 사용 가능으로 공지가 되어 있더군요

 

사전 준비 모임에 참석을 못해서 대회 요강을 미리 바꾸어놓지 못한 것은 관측 과목을 책임진 저의 불찰이고,

 

피해를 보거나 마음이 안 좋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 조금 더 크게 생각해 본다면..

 

학생 천체관측 대회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1등 해서 전국 대회 나가는 것? 아니면 혹시 대학 진학에 가점 같은 것이 있는가요? ^^;;

 

저는 학생 천체관측대회의 본질은 '별을 보는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회를 통해서 바쁜 학교 생활 중에서도 조금 더 별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해 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스텔라리움은.. 편리하죠. 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서울 학생들에게

 

밤하늘의 시뮬레이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tool입니다. 

 

저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 강원도로, 양평으로 야외 관측을 나가는 사람들 중에 현장에서 노트북(스텔라리움)을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안시관측을 하는 사람 중에서 말이죠.. (사진관측은 암적응이 필요 없고, 자동화 장비 구동을 위해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스텔라리움, 아이폰 쓰면 편하게 방향 잡고 볼 수 있는데 왜 안쓸까요? 암적응이 안 되니까..

 

그럼 서울에서는 써도 되지 않을까요? 서울에서만 계속 볼 사람이라면 그런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서울에서 기본기를 쌓고 언젠가는 야외에서 진정한 밤하늘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종이 성도에 빨간불 비추어 보는 기본기도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등수을 가려서 상을 주는 목적 뿐이 아니라 진정한 '별보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것이 더 큰 목적이라면

 

앞으로 대회 요강에서 스텔라리움 등의 디지털 장비의 사용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5.

 

저는 2001년부터 10년 넘게 '별보는 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천문인마을에서 매년 3~4월에 개최하는 '메시에마라톤'인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하룻밤 동안 메시에 110개를 모두 찾는 경기입니다

 

1 2 3등 등수는 매기지만 상품도 상금도 상장도 공식기록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밤을 새고 아침에 모두 모여서 수고했다고 서로 박수 한번 쳐주고 끝이죠

 
 

그러면 대체 그걸 왜 해?????? 라고 물으신다면....

 

설명보다 직접 한번 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10개 대상을 하룻밤에 보기 위한 긴 시간의 준비, 밤새도록 한 대상씩 찾으면서 느끼는 희열,

 

새벽녘 밝아오는 하늘에서 하나라도 더 찾아보기 위해 미친사람처럼 하늘을 뒤지다가

 

극도의 피로 속에 박명을 맞는 자학의 카타르시스.

 

저는 어젯밤, 몇몇 학생들에게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꼭 시험문제 7개 대상을 모두 찾았어야 선생님께 부모님께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관측시간 동안 진정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

 

하나라도 더 찾아보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자기가 가진 것의 100% 이상의 노력을 했다면

 

망원경이 후지던, 학년이 어리던 그 사람이 가장 뿌듯한 즐거움을 안고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6.

 

회사 직급이 올라가고, 호봉이 올라갈수록 점점 다른 짓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KAAS에는 작년부터 '관측부장'이란 막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여러가지 행사와 모임에 더더욱 참석이 어려워지고 기여도가 떨어질 것이라..

 

내년부터는 더 활발히 활동하실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분께 자리를 인계하고자 합니다.

 

연수 강의라던지 관측대회 등 필요한 자리에는 계속해서 도움을 드리겠지만,

 

영속성이 필요한 '부장'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다른 회원분들께 너무 큰 민폐라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다른 월급쟁이의 처지를 널리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오늘 이세종 선생님과 류창모 선생님과 담소 중에 나온 얘기입니다만..

 

저는 1백명의 매니아를 '별에 미친 사람'으로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KAAS 여러분들은 1만명의 일반인들을 '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막중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재미있으셨나요?

 

여러 분들이 제게 고생 많았다 스트레스 받았겠다 힘들었겠다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솔직히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

 

저에게는 별을 보는 것이나 별 가지고 떠드는 것이나 별 퀴즈를 내는 것이나 모두 다 노는 것이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언제나 별을 보는 '본질'이 무엇인지 잊지 마시고,

 

'내가 왜 별을 보는가?'에 대한 자기만의 정답을 항상 생각하면서 星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Nightwid 無雲

 

  • 이혜경 총무부장 2011.10.25 00:09

    조강욱님, 처음 안시관측강의 들었을 때의 감동이 다시 밀려오네요. 학생천체 관측대회에서 자칫 잊기 쉬운 본질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셨어요. 조강욱님은 늘 밤하늘에서 행복한 긴장을 하도록 자극을 주시는 마력을 지니셨어요. 저도 즐기는 관측대회라고 아이들에게 말을 했지만 가끔, 아니 생각보다 자주 압박을 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이혜경 총무부장 2011.10.25 00:15

    #6 에 대하여. 밤하늘에는 수천 가지의 별이 한데 어울려 있듯이 KAAS에도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빛을 발하며 어울려있습니다. 조강욱님의 역할은 관측부장으로서 3급연수생들에게 밤하늘을 즐기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학생관측대회 심사하시면서 학생들의 별보기 취미도 길러주시고 가끔 번개치셔셔 멋진 딥스카이 보여주시고.... 영속성이 필요한 부장님도 있지만 바쁜 일상을 쪼개어 가끔 함께하는 기쁨을 주시는 부장님도 계시니 내년에도 올해처럼, 아니 직장이 더 바빠져서 올해보다 횟수가 적어지더라도 그자리를 쭈욱 지키며 빛내주세요. 서울지부의 든든한 기둥이십니다.

  • Sejong Lee 2011.10.25 09:40

    조강욱 부장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반성을 해 봅니다.  별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는것이 어찌보면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것을..  천체관측대회의 특성상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겠지요.   별에 대한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드는 멋진 글입니다.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됩니다.  역시 관측부장님의 글에는 카리스마가 팍팍...   천체관측대회를 통해서 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것이 대회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합니다.   천체관측대회에 대한 통찰력있는 화두를   던지셨네요.   흠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인듯..  바쁘더라도 관측부장 보직은 계속하세요.  지부에 꼭 필요한 분입니다.  함께 하면 되지요.. 홍보부는 부장만 3명입니다..   다들 직장이 바쁘기 때문에 지부의 그 많은 일을 부장 혼자 할 수는 없지요.  이번주에 13기 부서정하는데 홍보부도 안내하고 부원을 받아야 하는데 전 개인사정으로 못갑니다.. 그래도 걱정은 안됩니다. 홍보부의 다른 부장님들이 있기에..   함께 나누어서 맡으면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넘 부담갖지 마시고..  바쁘신 와중에도 대회 관측평가팀장까지 하시고,..  시간을 내느라 힘들었을듯..    이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을 기부하는것일듯..  재능기부도 시간기부.

     

  • Sejong Lee 2011.10.25 09:59

    한편으로 대회에 참가하기위해 지도를 해야 하는 지도교사의 어려움도 많습니다.  이게 4명이 한팀이다보니 4명의 스케쥴도 맞춰야 하고,  저혼자 별보러 다닐려고 해도 쉽지않은데  학생들 4명과 스케쥴을 맞춰서 관측지도를 한다는것이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것이지요.  특히 요새는 학원을 다들 다니고,  학부모님들이 별에 그다지 관심도 없고,  고가의 장비도 구입을 해야 하고 , 1박 2일을 해야 하는경우 숙식비 와 교통비용문제, 신변안전문제도 심각하고..    이번 대회에 뒤에서 가장 고생하신 분들은 아마도 지도교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습이 쉽지 않으므로 속성교육이 되기 쉽지요.  저희팀도 원래는 2팀이 신청을 했는데 한팀은 관측연습 시간을 서로 조정하지 못해 기권을 했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지도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3년동안 지도를 했지만 매번 느끼는 것이 어렵다는 것..  그래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저희학교는 대회 출전을 안하기로 맘을 먹었답니다.  내년에는 어쩌면 초등부는 한팀만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대회에 참가지도를 하신 지도교사분들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 김종원 2011.10.27 12:43

    너무나 자세하고 감동을 주는 글이라 마치 내가 현장에 있었던 것 처럼 생생합니다.   별을 진정사랑하는 학생을 보며 나의 어렸을 적 초심의 모습을 잠시나마 뒤돌아 보게 해주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김희준 2011.10.31 17:43

    천체관측대회 심사에 도움이 되지 못하여 조강욱 부장님과 심사위원, 행사진행운영진께

    미안한 마음과 함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조강욱 부장님의 이야기는 구구절절이 공감이 갑니다~.

    그러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한민국에  KAAS 서울운영진과 같은 분들이  별과 같은 마음으로 봉사와 헌신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아마추어 저변은 더욱 굳건해 지리라 생각됩니다. 고생 많으셨읍니다.  본선에 진출하는 서울지부 4개 팀도 모두 축하드리고 본선에서 더 좋은 성적 내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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