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일요일 (2일차)
시내 중심가의 콘서트 홀을 지나 과학관에 도착했다. 과학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전시물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견학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실험하며 원리를 알 수 있도록 체험위주의 전시물이 많았다. LA에 오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스타의 거리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길을 막고 한쪽 거리를 차지하고 무슨 영화를 촬영하는지 분주해 보였다. 미국 영화의 상술과 젊은이들의 열기가 혼재하는 곳. 이런 곳에 있으면 나도 잠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비버리 힐즈와 로데오 거리를 지나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라갔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할리우드 산 그리피스 공원에는 사람과 차들로 넘쳐나고 주차장은 물론 오르는 길에도 차량들이 많이 서 있었다. 시내 가까운 곳에 이렇게 전망 좋고 시설도 좋은 천문대가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부러웠다. 멀리 LA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밤이면 멋진 야경을 자랑한다는 명성이 사실인 듯 했다. 서울의 남산에도 천문대를 짓는다면 시민들이 우주에 한걸음 더 다가설수 있지 않을까? 지난 해 ‘별헤는 밤’ 행사를 하며 남산에 망원경을 상주시키고 주말이면 회원들이 나가 일반인들에게 별보여주기를 실천하고 싶어 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리피스 천문대의 환경이 더욱 부러웠다. 시간에 쫒겨 서두르며 다니다 보니 정신이 없었는지 곽현욱씨가 돌아오는 버스에 카메라를 두고 내렸다. 이미 주차장에 들어간 버스기사에게 연락해보니 차에는 카메라가 없단다. 이를 어쩌나. 호텔 경비에게 이야기 하고 경찰서에 도난 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미국 특유의 느림과 시간과 교통상의 제약으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늦은 밤까지 왔다 갔다 했다. 우리의 일정을 기록할 카메라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새로 산 렌즈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촬영했던 자료들이 없어져서 너무 속상했지만 다시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일은 윌슨산 천문대를 거쳐 빅베어 태양 관측소에 가는 날이다. 긴 여정이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