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역 천문투어를 다녀오고 벌써 두달이 되었네요. 바로 후기를 올린다는 것이 연수단원들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든다고 준비하며 우리 사이트에는 글을 올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기다리는 분들이 계셨을텐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잊지 않으셨을까 염려됩니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부족하지만 본것들 정리한 것 올려드리겠습니다.
1.기간 : 2011년 1월22일(토)~30일(일) (7박9일) 2.여정 : LA → Palomar Observatory → California 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 → Griffith Observatory → Wilson Observatory → Big Bear Solar Observatory → Calico Ghost Town → Mohave Desert → Las Vegas → Grand Canyon → Arizona Meteor Crater → Lowell Observatory → Tucson Starizona → Sky Village → Kitt Peak National Observatory → LA 3.참가자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원 24명 |
1월 22일 토요일 (1일차)
어려운 시간을 내어 추진하는 연수여서 일정이 여유 없이 빠듯하게 짜여져 있는데 과연 우리들이 생각한 일정을 제대로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비행기에 오를 때 까지 마음이 허공에 떠있는 듯했다. 우리의 바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행기는 이륙할 생각을 않는다. 누군가 탑승수속을 마친 뒤 탑승하지 않아 짐을 내리느라고 늦어지더니 유난한 강추위로 새벽녘에 내린 눈이 일본 나리따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단장님이 가져오신 망원경 삼각대가 기내수화물 크기를 초과하니 다시 부치라는 것이다. 이런 난감할 데가... 망원경의 경통과 삼각대라고 아무리 설명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가방을 열어 경통을 꺼내더니 수상한 무기라도 발견한 듯이 내부를 들여다보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자를 꺼내 길이를 재며 규정보다 길다고 안 된단다. 그래서 삼각대와 가대를 분리하여 길이를 줄인 후 마침내 통과했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많다고 하는 일본에서 왜 그런 것도 이해를 못하는 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작은 해프닝으로 앞으로 연수기간 내내 나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한국을 출발하여 10시간 이상 비행을 하고 왔지만 날짜 변경선을 통과하며 우리는 하루의 시간을 벌었다. LA에 도착하니 다시 출발시간인 토요일 아침이다. 돌아갈 때면 되돌려 받겠지만 우선 기분이 좋다. LA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며 또 하나의 돌발사고가 났다. 회원 한분이 재검색 대상이 되어 입국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무작위 순서에 걸린 것이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밖에서 동동거리고 우리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김진희씨는 안에서 동동거렸다. 또 누군가가 수화물 찾는 곳에서 민지원씨의 가방을 가지고 갔다. 자기 짐이라고 생각하고 확인도 안한 상태로 가버린 것이다. 까다로운 입국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미국에 입성했다. 우리의 일정을 함께 할 버스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첫 번째 목적지인 팔로마를 향해 출발~ LA시내를 벗어나니 왼쪽으로 멀리 Big Bear 산이 흰 눈을 이고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다고 하는데 주위의 땅이 넓어서 인지 멀리 낮은 산처럼 보인다. 사방을 둘러보니 광활한 들판이 미국의 거대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갈색 들판위로 메마른 나무들이 보이고 높은 구릉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는 초록색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에 옹기종기 멋진 집들이 줄지어 서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여유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리라. 메마른 언덕 위에 흙을 파서 ‘FISHING’이라는 글씨를 새겨 놓았다. 건조한 지역에서 가능한 광고 방법이다. 우리나라 언덕에 저렇게 새겨 놓으면 비가 한번내리면 모두 사라져 버릴 텐데 비가 많지 않은 이곳에서는 오랫동안 보존되는가 보다. 이곳에는 낚시를 하는데도 자격증이 필요한 지 ‘NO LICENCE’라는 문구도 보인다. 홈타운 뷔페 식당에 들러 미국식 점심을 먹고 팔로마 산에 도착했다. 긴 비행의 피로감으로 졸지 않았다면 가슴이 조마조마 할 만큼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정상에 오르니 넓은 주차장에 사람들이 보인다. 버스에 내려 천문대 오르는 길 양옆에는 마른 고사리가 널려있고 우리나라에서 귀하게 여기는 겨우살이들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곳 사람들은 약효를 모르는지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겨우살이를 닮은 다른 풀인지 알 수가 없다. 팔로마산 천문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돔 외부에 올라 관람하는 사람들이 멀리서 보니 개미만큼 작아 보인다. 책에서 아무리 크다고 읽었어도 직접 눈으로 거대한 돔을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다. 천문대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 헤일이 우리를 반긴다. George Ellery Hale의 업적을 기려 200인치 망원경의 이름을 헤일 망원경이라고 지었단다. 현재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운영하며 천체관측의 과학연구 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이용된다. 20여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되었으며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의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했었고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의 크기를 두 배 이상 확장했으며 퀘이사를 처음 밝혀냈다고 안내인이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유리벽에 둘러쌓여있는 거대한 망원경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브라질에서 견학 온 학생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리도 부탁을 하였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세계 최고의 천문관측소인 첨성대 사진과 우리의 천문력을 선물로 주니 다시 한 번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고 사진도 찍게 해주었다. 우리가 멀리 한국에서 온 아마주어 천문학회 회원이라고 하니 설명을 해주던 안내인도 아마추어 천문가라며 더욱 반가워하였다. 오후 4시까지가 관람시간이어서 더 머무를 수가 없었다. 망원경이 거대하여 낮시간에 미리 위치를 조작해 두고 밤시간에는 관측을 한다고 하였다. 입구에 있는 기념품점에는 천문에 관한 크고 작은 물건들이 많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학습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별자리에 관한 그림 책자와 태양계 행성이 그려진 홀로그램을 샀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도착했다. 간단히 몸을 씻고 단장님 방으로 모여 첫날의 반성회를 가졌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사람도 여러 나라를 다녔던 사람도 이번처럼 천문대를 돌아보고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어젯밤에는 설레임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단다. 오늘 처음 방문한 팔로마 산 천문대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거대했으며 우리나라의 천문대를 생각하니 감히 비교할 엄두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천문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미미한가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영토나 경제나 강대국인 미국에 의지하며 마냥 뒤쳐져서 따라 다닐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도 별을 좋아하는 우리들의 열정만은 팔로마산 천문대에서 우리를 안내했던 아마추어 천문가의 열정에 결코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