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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북에 SBa 정도로 표시되어 있는,
수백만 광년 밖의 막대나선 은하를 잡고서 
뿌연 헤일로를 뚫어지게, 혹은 주변시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틈에 가지런한 막대(Bar)와 거기에 붙어있는 팔(Spiral Arm)이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말이다

막대나선은 별쟁이에게 위험한 존재다
사람을 홀린다.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돈을 쓰게 만든다. 더 큰 망원경에, 더 먼 관측지에

호주의 아웃백에서 M83의 아름다운 막대나선을 접한 이후로
나는 그 마력에 완전히 홀리고 말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밝은 막대나선 은하는 모두 남반구에 몰려 있다는 사실..

웅장한 사자자리의 배 밑에 위치한 M95는 
선명하게 막대나선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막대와 나선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M95, 광덕산에서 조강욱 (2015) ]
M95.jpg


사실 95번을 그리기 전까지는 나는 얘가 막대나선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별보기의 즐거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별보기는 관측 준비에서 이미 반쯤 성패가 갈린다
M95가 막대나선임을 모르고 관측한다면
희미한 은하 안에서 막대를 찾으려고 용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천체스케치는 그 반대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다
선입견 없이 그냥 백지에서 시작해서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해 보는 것.
(일반 안시관측보다 집중도와 관측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 구조가 실제와 일치할 때의 짜릿함은
미지의 대상의 막대나선을 찾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간혹 실물과 어이없이 달라서 허탈할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Nightwid 無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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