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책에 명시되어 있다.
메시에 110개 중 가장 어려운 대상은 74번이라고
253은 낮으니까 그렇다 쳐도, 메시에가 7331이랑 2903은 못 찾았으면서 74번은 어떻게 찾았을까?
(사실 최초 발견자는 피에르 메시엥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도 7331과 2903을 못 찾았긴 마찬가지)
실제로 74번은 정통파(?) 정면 나선은하다
거기에다 표면밝기마저 높지 않다
여기에 결정타로, 그 어려운 애를 메시에마라톤에서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도 전에 가장 먼저 찾아 놓아야 한다
(나도 10여년 메시에마라톤 하면서 한 번도 74번을 담아 본 적이 없다)
간혹 평소에 한번 찾아봐도 나선팔은 고사하고 Core도 희끄무레하게..
애증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M74 (SkyView 추출, 0.3도 영역)
2010년 천문인마을 스타파티.
스케치의 힘만 믿고.. 패다보면 나선팔이 보이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74번을 잡고 관측을 시작했다
10분 경과. 그냥 솜뭉치..
20분 경과. 주변의 잔별들 찍으면서 눈알 워밍업 좀 하고 암적응과 집중도를 높이면 먼가 더 보이겠지..
30분 경과. 이건 뭐 그냥 솜덩이에 불과하다
투명도 6등급 날씨에 15인치로 30분을 봐도 나선팔의 흔적도 안 보이면 대체 너는 메시에가 맞는거냐?
Starlike nucleus와, 원형의 희미한 헤일로 중앙에 bar(막대나선)와 같은 구조가 언뜻 보인다
원래는, 스케치의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서 관측 도중에는 NSOG를 잘 안 보는데..
74번의 의미있는 스케치를 위해서는 컨닝을 좀 해야겠다..
관측하는 모습과 동일해지도록 NSOG의 74번 사진을 방향을 틀어서 준비해 놓고
아이피스와 내 스케치와 NSOG를 번갈아가면서 대조 작업을 한다
분명히 저 위치에 나선팔이 뻗어야 하는데.. 사진과 비교하면서 봐도 나선팔은 잘 떠오르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스타파티라 아까 여기저기서 한두잔씩 마신 술이 올라오는지 피곤이 급속히 밀려온다
관측하다 서서 졸고, 별 찍다가 졸고..
겨우 잠을 쫓아가며 눈알을 부릎뜨고 굴리다보니,
사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표적수사(?)를 하던 지역에서
두 줄기.. 아주아주 희미한 나선팔의 성운기가 살짝 나타났다 사라진다.
스케치에는 보이는 모습보다 아주아주 선명하게 그렸는데,
희미하게 주변시로 겨우 보인다고 그림도 그렇게 그려 놓으면 보는 사람이 주변시를 쓸 수도 없고 보기가 어려우니
보이는 것보다 강조해서 그린다는 스승님의 철학을 받들어.. 나도 따라해 본다.
[ M74,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0) ]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