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은 가을 하늘에서 가장 찾기 쉬운 구상성단이다.
페가수스의 가장 눈에 띄는 별인 Enif 바로 근처기 때문이다
보이는 모습 또한 그냥 저냥 준수하고 말이다
(뱀주인 구상 애들처럼 히마리 없지는 않다)
물론 그 크기와 밝기는 더 남쪽의 M2를 능가할 수 없지만..
지정학적 편리성으로 오히려 인기는 더 좋을 듯.
[ M15 & Pease1 - 인제 상남면에서 조강욱 (2011) ]
15번은 직시(Direct vision)로 볼 때와 주변시(Averted vision)로 볼 때의 크기 차이가 많이 나는 대상이다
보통 주변시를 쓸 일이 없는 밝은 메시에 구상성단 중에서는 특이한 현상이다
직시로 보면 작아졌다 주변시로는 커지고 직시로는 다시 작아지고..
(아래 설명에서 노란색 원 안의 별들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Blinking Nebula로 유명한 백조자리 행성상성운 NGC6826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Blinking Cluster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M15는 Blinking Method라는 나름 최고급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대상이다
바로 성단 내의 행성상성운, Pease1을 보기 위함이다.
이건 시선방향에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구상성단 내에 위치한 행성상성운이다
전 하늘에 단 4개 뿐인 행성상성운 품은 구상성단..
(이건호 作, 2004년)
그러나 그것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구상성단의 별들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그 중에서 행성상성운 원반을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순서를 보면 이렇다
① M15 한쪽 구석에서 사다리꼴을 찾는다
② 사다리꼴을 이용해서 A~E까지 찾는다
③ E에서 이동방향으로 28“ 이동하여 별이 아닌 ‘무언가’를 찾는다
참 쉽죠?
현실은.. 어지간한 날에는 시작점인 사다리꼴 조차 찾을 수 없는 날이 대부분..
①~③이 되는 날이면 (1년에 몇 번씩은 시상도 투명도도 좋은 날이 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의 기술을 걸어야 하는데.. 이것이 Blinking Method이다
행성상성운 관측의 치트키인 OⅢ 필터를 아이피스에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피스와 눈 사이에서 손으로 OⅢ를 반복적으로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눈 앞에 OⅢ가 있으면 별빛은 죽고 행성상성운만 밝아지고
OⅢ를 치우면 순간적으로 별빛이 밝아지고 행성상성운은 어두워진다
이것을 1초 단위로 반복하면 행성상성운만 깜빡깜빡.. 구상성단의 별빛은 반대로 빡깜빡깜..
2001년에 나의 스케치 스승인 윤정한님께 지나가는 말로 들은
“15인치면 Pease1 정도는 봐야 하는거 아니야?” 한 마디에
10년을 Pease1을 쫓아다니다가
2011년 어느 맑은 날 인제 어느 깊은 산속에서 암막을 뒤집어쓰고 한시간여를 깜빡깜빡...
쪼그라든 성단 한 귀퉁이에서 작은 혹이 하나 튀어나온 것을 확인하고서
오랫동안 같이 Pease1을 찾아 헤메던 이한솔님과 얼싸안고 기쁨과 감격을 나누었다
사방 수십 km에 아무도 없을 그 외딴 산속의 새벽에 말이다.
하아.. 대체 Pease1은 왜 봐야 하는 것일까?
※ Pease1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아래 링크로 대신한다
찾는 방법 : http://www.nightflight.or.kr/xe/inform/30445
관측 기록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33742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