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가 대체 무얼까?
20년이 넘도록 말하고 들어왔던 그 용어, 석호성운.
그게 대체 무언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결국 네이버에서 한참을 뒤져서 겨우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경포대 앞의 경포호가 대표적인 석호인데,
원래는 해안선의 일부였으나 해안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바다의 일부였던 곳이 호수가 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게 얘랑은 무슨 관계일까?
흠 그럼 이건 어떨까. 석호의 영어 이름 Lagoon.
이건 왠지 신혼여행 가서 많이 본 것 같긴 한데..
차라리 경포호보다는 이게 더 비슷한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나는 성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42번이나 17번 같은 밝고 밀집된 성운은 예외,
8번, 16번 같은 퍼져 있는 흐릿한 구름들을 뜯어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다른 별쟁이들보다 둔감한 눈을 가진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8번 석호성운을 눈여겨서 오랫동안 봐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흐릿한 성운류는 싫어하면서 이상하게 암흑성운에는 관심이 많아서,
M8에서도 딱 하나 보고 싶은 것은 있었다. 벌써 18년이 된 버킷 리스트, Barnard 88번!
1999년 여름, 나는 군대에 있었다.
대학 입학하고서 당구도 안치고 미팅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별만 보러 다니다가
1점대 학점을 받고서 친구들보다 먼저 군대에 조기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강원도 가면 별은 실컷 보겠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나
논산 훈련소에서 전방으로 기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새벽에 봉고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서울 용산이었다.
물론, 용산의 하늘에서는 우리 집보다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쨌든 우리 부대(국*부)의 시계는 소문대로 잘만 흘러서 어느새 고참이 되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사회(?)에 나갈 걱정을 하게 되었고..
영어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Sky & Telescope 지를 정기구독하여
내무실을 구르며 그림만 열심히 보다가
1999년 여름에 암흑성운 특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 기사에 나온 Barnard 암흑성운들은 몇 년 내로 거의 다 보았는데,
단 하나, Black comet B88만은 넘사벽이었다
성운기가 이렇게 풍성해야 성운을 가리는 검은 혜성을 볼 수 있을텐데
안시로 저 넓은 성운기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궁수와 은하수가 잘 보이는 날이면
석호성운이 얼마나 크게 보이나 망원경으로 슬쩍 한번 보고서
완전 대박이 아니다 싶으면 그냥 지나치는 것이다.
2016년 6월도 그리 시원치는 않은 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메시에 110개 대상 스케치 완주에 8번 24번 딱 두 개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일 그릴 엄두가 나지 않던 두 개)
젤리펜으로 에토스 시야에 보이는 별들을 모두 찍어놓고,
UHC를 장착하고 또 한참을 그냥 마냥 바라본다
필름이나 CCD처럼 내 눈도 빛을 오래 축적해야 더 선명하게 보이나보다
EQ 플랫폼을 여러번 리셋하고 나서야 (EQP는 1시간마다 리셋을 해야 한다)
그제서야 겨우 파스텔을 들고 성운기를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 B88 없는 M8, 검은 종이에 파스텔과 젤리펜 - 조강욱 (2016) ]
성운은 (나에겐) 참 어렵다
어디까지 그려야 할지 어디까지 도전해야 할지 얼마나 섬세하게 봐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스케치를 하며 그동안 잘 몰랐던 8번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M8 주요구조 설명)
그래봤자 잘 찍은 천체사진의 절반 정도밖에는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연두색 원 안이 내가 관측한 영역)
언젠가는 Barnard 88번, 검은 혜성을 주먹만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26 Aug 2016
Nightw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