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이 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메시에 천체 110개를 관측하는 얘기를 말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NGC처럼 적경별로?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흠.. 메시에 얘기는 메시에가 번호를 붙인 순서 그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
메시에가 파리의 천문대에서 하나씩, 그만의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나가던 그 세월의 흐름과 호흡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 M1 ]
1054년, 머리 위에선 엄청난 섬광이 온 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달빛보다도 더 밝게 말이다
천년 전의 사람들에게 그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멋지고 신비롭기보다는 괴이하고 불길했을 것이다.
중국의 관측 기록부터 아메리카 인디언의 부조까지.. 우리는 지구 각지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게 '그거' 란다. 미제 부조)
몇 년 전 ASOD를 장식한, 1054년 하늘 풍경의 상상화를 감상해 보자
[ Taurus in the Year 1054, Per-Jonny Bremseth (2011) ]
밤하늘과 수면을 환하게 수놓은 초신성의 향연!
이것이 사진과는 다른 그림의 매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림이야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니까..
M1 하면 보통은 그 복잡한 필라멘트 구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사진에서 늘상 보던 풍경이기 때문이다.
(출처 : 구글 검색)
그러나 사실 그 필라멘트는 안시쟁이에겐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2014년 홍천에서 15인치 돕으로 M1을 보았다
필라멘트를 보려고 정신을 모았지만 관측 실패. 아마도 더 높은 배율이 필요했을 것이다.
보이는 대로 얼룩덜룩한 모양에 집중해서 검은 종이에 파스텔로 한 장.
대신에 심해 깊은 바다의 침침한 못생긴 곰치 한 마리를 찾았다.
천년동안 별의 잔해가 이 정도 퍼졌으면 다음 천년이 지나면 어떻게 바뀔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에 갈 수 있다면
1054년과 3000년에 꼭 가봐야겠다
물론 망원경은 가지고 가야지!
2016. 8. 16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