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지도사 과제제출 게시판에 제출된 내용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조원분들께서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으실듯 한데, 해당 게시판에 댓글 권한이 없는 듯하여
본 게시판에도 같이 올립니다. 중복 게시물이고 삭제되어야 한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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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달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여기저기 별지기들의 한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그 사이 방학이 끝나거나 끝나가고 있고,
저같은 직장인들은 짧은 여름 휴가 내내 꾸물꾸물한 하늘만 바라봐야 했죠.
그러다보니 어느덧 8월이 저물어가네요.
이러다가는 9월 연수 전에 다 같이 한 번 모이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조원분들 모두 바쁜 직장인들이시다보니 그날 그날 날씨를 보고 번개를 날리는 것으로는
다함께 모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결국 특정 날짜를 미리 잡기로 했죠.
그 날이 바로 8월 23일이었습니다.
모두다 참여를 해 주시기로 했지만, 문제는 결국 날씨였죠.
비오다가 흐리다가 비오다가 흐리다가....이봐! 여긴 영국이 아니라구!!!
1. 관측 계획
장소 : 광명시 가학광산동굴 주차장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 17-1
일시 : 2014년 8월 23일 토, 20시~
관측목표 :
그 동안의 날씨 패턴으로 봐서는 사실 관측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모이는데 사진만 찍고 해산하는것도 아닌것 같고,
그래서 조장님께 적도의의 극축 맞추는 법을 알려달라고 요청을 드렸죠.
그런데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연무가 점점 옅어지면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최소한 별 몇개는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보니 관측 목표를 좀더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리듐 플레어, 국제우주정거장
: 관측회에 같이 참여하시게된 원치복 지부장님께서 알려주신 정보입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보였는데, 역쉬~
이리듐 플레어는 20시 9분 11초에 63도 고도에서 무려 -8.4등급까지 밝아질 예정이었고,
국제우주정거장은 20시 15분에 고도 73도에서 -3.3등급까지 밝아질 예정이었습니다.
이 정도 밝기라면 충분히 관측이 가능할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 M10, M12
모두 뱀주인자리에 위치하는 구상성단으로, 쌍안경 관측 난이도가 쉬운 천체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별자리를 하나하나 익히고 있는데, 이번이 뱀주인자리를 익힐 차례였기 때문에 선택한
천체입니다.
이정도만 볼 수 있어도 대 성공일 거라 생각하고 가학광산으로 향했습니다.
가학광산은 수도권 가까이에 위치하고,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 집중 주거단지는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북동쪽에서 남동쪽으로 구름산-가학산-서독산에 이르는 200미터정도 높이의 능선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 덕에 광명시 아파트단지의 광해가 어느정도 차단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수도권의 맹렬한 빛공해를 피해갈 수는 없는 관측지입니다만,
관측지에 화장실이 있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2. 여름, 대삼각형에 빠지다.
관측지에 도착하고 잠시 후 원지부장님과 과학전시관 김지훈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곧이어 줄줄이 설치되는 삼각대, 쌍안경들과 의자들!
역시 전문가분들은 다르시군요.
그리고 서쪽하늘에서 이분들만큼이나 반가운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사진1> 자원회수시설 굴뚝 옆에 목동자리 알파별 아크투르스가 오랜만에 열린 하늘에서
그 선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곧 나타난 이리듐 플레어.
이리듐 위성은 인공위성통신망 구축을 목적으로 지구 주위 800킬로미터 궤도에 도열한 66개의 위성입니다.
각 위성은 반사율이 높은 3개의 안테나를 갖고 있으며 이 안테나가 햇빛을 반사하면서 순간적으로 빛을뿜어내는
현상을 이리듐 플레어라 합니다.
오늘 이리듐 플레어가 -8등급인데, 이는 이리듐 플레어가 뿜어내는 최대 밝기에 해당합니다.
사진 2> 이리듐 플레어 - 겨냥이 많이 빗나갔지만, 다행히 화각을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이리듐 플레어에 이어 국제우주정거장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이리듐 플레어와는 달리 시종일관 엄청난 밝기를 자랑하며 천정을 천천히 지나더군요.
사진 3> 국제우주정거장 : 2분여에 걸쳐 천정을 가로지르는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원지부장님의 별지시기에 산책중이신 분들도 모두 이 모습을 감동과 함께 바라봅니다.
원지부장님께 이리듐 플레어나 국제우주정거장 관측 설명을 들은 것은 지난 2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보게되었네요. 아....게으른 학생임을 이 자리에서 고백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목표로 한 M10과 M12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하늘이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대기에는 연무와 구름이 끼어 있었고,
이 조건에서 관측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가 그리는 여름하늘의 대 삼각형은 선명하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사진 4> 가학광산 하늘에 나타난 여름밤의 대 삼각형.
원지부장님께서 베가와 알타이르 중간지점에 위치한 옷걸이 성단을 겨냥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옷걸이처럼 생긴 모습이 신기합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Collinder목록 399번(Cr 399)으로 등록되어 있는 산개성단이라고 합니다.
사진에 못담은 게 아쉽네요.
하지만 더블더블을 표현한 베가 주변 삼각형 별의 점상사진과 알타이르 주변의 점상사진은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5> 베가와 알타이르
대기의 투명도가 많이 떨어지다보니 아무래도 망원경들이 천정을 향하고
그래서 관측자의 목은 자꾸만 아파집니다.
대기의 투명도와 관측자의 목통증 사이에 반비례관계가 성립한다는 깨닳음(?)을 얻었습니다.
허기행 조장님으로부터 적도의의 극축을 맞추는 법을 배웠습니다.
적도의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극축 맞추는 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비가 좋아지면서 개인 수고의 상당 부분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점점 커버해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별 호핑의 낭만(?)은 점점 사라져가는듯 하지만, 윈도우가 출현하면서 컴퓨터의 대중화가 촉발되었듯이,
이러한 발전이 아마추어 천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물론 가격도 많이 저렴해지면 금상첨화겠죠.
3. 한자리 하는 별들과 친해지기.
늘상 별자리가 잘 그려지는 조건 좋은 상태의 하늘을 봐오다가
탁한 하늘에 별자리가 떠올려지지 않는 상황이 되니, 별의 위치를 잡지 못하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도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별들을 볼 수 있는 감을 꼭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바 봄의 대곡선, 여름의 대삼각형, 가을의 사각형, 겨울의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길잡이 별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동서남북 저위도상에 존재하는 낮은 밝기등급의 별들 역시 그 대상이 될 것 같네요.
목록을 한 번 정리해 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절대 잊지 못할,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한 별들 역시 제외하면 안되겠죠.
바로 관측회를 함께 하시며 자리를 빛내주신 저희 조 여러분들과, 원지부장님, 김지훈 선생님이십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진 6> 바쁜시간 쪼개어 관측회를 함께 해주신 소중한 별님들.
왼쪽부터 김지훈 선생님, 이원배 님, 원치복 지부장님, 황지영 님, 박미선 님, 허기행 조장님
그리고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