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의 그림자

by 조영우 posted Jul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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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일인 7월 22일의 전날 하늘은 쉴새 없이 번득이는 번개로 가득했습니다.

중국 대륙의 북서쪽 상공에서 남하하는 찬 기류가 지상의 따뜻한 기단과 만나면서 강한 연직 대류를 일으키는 곳이 우리의 관측지였습니다. 상하이에서 출발한 구름은 무역풍을 따라 점차 서쪽으로 퍼져나갔고, 상하이의 북서쪽에서 이동해오는 찬 기류는 따뜻한 기단과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관측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할 방안을 생각해보았지만, 일기예보에 따르면 200~300km 이내에 관측이 가능한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변화되는 날씨에 기대를 걸고 애초의 관측지인 화주앙 생태공원에 본부를 꾸리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비는 밤새 이따금씩 내렸고, 아침이 되어선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개기일식 관측은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준비를 하기 위해 비가 쉬는 틈틈이 설치해둔 장비들 옆에서 야속한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중 하늘의 한 구역이 밝아지면서 반쯤 가려진 해가 나타났습니다.

후로 해가 있는 방향의 하늘로 옅은 구름이 오가기는 했지만, 개기일식의 전 과정을 보고 촬영하는 데 문제가 없을만큼 좋은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이윽고 다이아몬드링과 베일리의 염주에 이어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면서 코로나가 달의 후광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관측지는 밤처럼 어두워졌고 금성이 구름 너머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기일식이 끝나고 몇 분 지나자 마치 무대의 커튼이 드리워지듯 해와 달은 구름 너머로 숨어, 많은 사람들의 '커튼콜'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자연이 연출한 드라마틱한 쇼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천둥 번개와 폭우, 하늘 가득한 난층운, 해가 있는 방향으로 열린 하늘, 개기일식이 끝나면서 다시 닫히는 하늘.. 누군가 연출한 쇼라고 해도 믿을만큼 극적인 일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개기일식 전날의 번개를 배경으로 개기일식의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