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밟고 있는(?) 토끼자리에 위치한 M79는
겨울 하늘의 유일한 구상성단이라는 희소성 치고는 존재감이 희박한 아이다.
가을철 하늘에서 보던 2번이나 5번에 비하면 너무 심심한 구상이기 때문이다.
"에이.."
어느 가을날 밤, 여느 때처럼 2번과 5번을 보며 한참 감탄을 하고 나서
79번을 스케치 하려고 잡았더니 입에서는 실망부터 나온다.
그래도 진도는 빼야지..
[ M79, 홍천에서 조강욱 (2014) ]
별 몇 개 분해되지 않는 작은 성단 79번에선
언뜻 언뜻 올챙이 꼬리같은 가느다란 스타 체인이 느껴진다 (성단 하단부)
이거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냐?
보였다 말았다 하기는 하지만 북쪽 방향으로 가는 꼬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남쪽(그림 위쪽)으로는 성단 본체와 떨어진 위치에 삿갓을 쓴 것처럼 흐린 성운기와 별들이 보인다
너 구상성단 맞는거야?
이건 구상성단이 아니라 갓 부화한 모자 쓴 올챙이 한 마리가 아닐까?
구글에서 79번의 사진을 찾아 보니
그 올챙이 꼬리가 79번의 사진에도 정확히 표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 구글 검색)
사진을 확인하고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윤정한 형님이 말씀하셨던 것,
"내가 찍은 별들을 집에 와서 자료 사진과 대조해보고 그것이 완벽히 일치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아마 이런 것일까?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스케치의 목적은 아니다. 그것은 사진의 몫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자기가 본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올챙이 한 마리까지 그리고 나니 시간은 새벽 4시가 넘었다
결국 하룻밤에 구상성단 연작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성공.
[ 가을밤의 구상성단, 검은 종이에 젤리펜과 파스텔 (조강욱 2014) ]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