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과 추석은 별쟁이들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추석은 항상 보름이니 Clear sky를 기원하며 달을 보며 소원 빌고,
[ 14년 추석, 울산에서 - 갤노트 터치펜과 Sketchbook app으로 조강욱 (2014) ]
설은 항상 그믐이고 연휴이니 또 하나의 관측 찬스!
결혼 전에는 이 찬스를 놓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울산에 처가를 둔 이후로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면 울산 별쟁이들과 연락해서 맨손으로 나가 보기도 했는데..
2012년에는 아예 망원경을 차에 태워서 갔다
그 댓가로 10시간을 차 안에서 딸래미의 원성을 들어야 했지만..
울산 시내의 처가에서 잠시 쉬다가
무지개님이 먼저 기다리고 있는 울산소방항공대로 향했다
망원경은 가져왔는데,
10시간의 운전으로 정신은 이미 M31로 떠난 상태..
차 안에서 1시간을 넘게 다시 자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차부자리를 겨누어 한 대상을 잡고서
흰 종이에 점을 찍는다
[ M36 - 흰 종이에 샤프, 울산 소방항공대에서 조강욱 (2012) ]
작은 성단을 한참을 찍다 보니
성단 중앙의 별들이 모여 궁수자리를 이룬다
북위 37도에서는 남쪽 광해를 뚫고 보아야 할 꽤 귀한 궁수를 M36 안에서 찾고서는
한참을 보고 있다 보니
어릴때 보던 만화 주인공이 떠오른다
'돈데 기리기리 돈데 기리기리~~~ 돈데크만!'
지금 생각하면 일본색이 짙은 주문일 뿐이지만..
그것도 추억의 일부이니.
대학 시절, 여름 밤의 관측회에서 '돈데크만 자리'를 찾으며
풀밭에서 잠이 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종종 별 보는 것으로 강연을 할 일이 있었는데
10대 학생들에게 위 그림을 보여주면 당연히 돈데크만이 무엇인지 모른다
30대 이상 선생님들만 공감한다는..
항상 보고 싶지만 그 속살을 잘 허락하지 않는 애증의 구역.
남위 37도에서는 그토록 쉽게 하늘 꼭대기에서 보이는데...
다만 돈데크만이 뒤집어져 있다.
잘은 보이지만 거꾸로 보이니
오랫동안 찾던 그 대상이 정말 맞나 낯설게만 느껴진다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