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의 점들을 찍는 데는 무려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꽤 밝은 산개성단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대작을 만들 계획은 전혀 없었고,
단지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 M23과 버섯돌이 - 검은 종이에 젤리펜, 인제에서 조강욱 (2016) ]
[ Description : 버섯파인가 화살파인가 ]
언젠가부터 나의 관측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루에 3~4개 이상은 관측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 target이 성단일 경우 관측 준비마저도 잘 하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크고 작은 점으로 찍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도 잘 모르겠다
[ 장점 ]
- 똑같은 대상에서 더 많은 구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 남들에게 스케치 결과물로 자랑을 하기에 편해졌다
[ 단점 ]
- 하루에 3개 이상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
- 간단한 성단 하나도 30분은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오랜 기간 찔끔찔끔 메시에 스케치의 진도를 빼며,
언제부턴가는 관측의 시작과 끝도 없어져 버렸다
하루의 관측을 시작하면 이전 관측에서 마지막 그리다 만 부분부터 이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16년 4월 인제에서 밤새 집중하여 몇 장의 그림을 그리고
박명 직전이 되어서야
한계에 이른지 한참 지난 체력과 집중력으로
졸다가 보다가 23번의 점을 찍는다
날이 밝기 전에 23번 스케치를 끝낼 가망성은 없지만
30여분의 시간을 놀리면 다음 관측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또 투자해야 한다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으며 하나씩 하얀 점을 만들면서,
빨리 해가 떴으면 좋겠다
머릿속으로는 그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힘들면 그냥 때려치고 쉬면 되는거 아닌가?
하하.. 왜 그건 그렇게 하기 싫을까?
한참을 고대하던 박명을 드디어 맞이하고서
편하게 앉기는 불편한 관측 의자에 길게 앉아서,
이제는 밝아진 하늘을 보며
담배연기 한 모금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 밤새도록 온전히 집중하여 에너지를 쏟아야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취미라니..
우리는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나보다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 '내일의 죠' 마지막 씬)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