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이제 밤하늘을 관측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입구에서 일련의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아~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몰려오는구나. 어서 하늘이 벗어져야 할텐데....'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은 펼쳐진 망원경을 흘깃흘깃 보더니 "무슨 대회를 하나봐." 하고는 지나쳐 갑니다. 에구. 브라운아이드 소울이라나 하는 그룹의 콘써트에 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하늘이 조금 벗어지고 금성이 구름 사이로 보였습니다. 엥~ 지금 얼마나 밝게 빛날텐데 이게 뭐람. 어렵게 토성도 찾았습니다. 봄철의 대표별 아크투르스만 외로이 빛을 내고 그나마 달이 있는 곳은 구름이 엷어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탄성을 지를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혼자만 즐기지 않고 여러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어 주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아마추어 천문학회는 봉사하는 단체라는 것을 다시 실감합니다. 천문연구원에서 오신 이명현 박사님과 고산선생님은 유명한 분이시라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인기 최고.
박석재 원장님의 재미있는 강의 그리고 이기자님은 상도 타셨습니다. 준비할 때 인터뷰했던 화면은 이야기만 듣고 보지는 못했지만 계획되었던 행사는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KBS2 TV에서 취재도 해갔다는데 아침 일찍 볼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짬짬이 카메라로 실습도 했습니다. 이재균님의 도움으로 재미있는 음표 보케 놀이도 하고 캐논 T-링을 빌려서 달사진도 찍었습니다.
다시 구름이 모여들어 이제 망원경을 철수할 시간. 아쉬운대로 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모두들 돌아간 텅빈 행사장에 남은 도시락 펼쳐 놓고 동그랗게 모여앉아 반성회.
1. 홍보가 잘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행사장까지 바닥에 안내표시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행사장 입구와 중간에 커다란 안내판을 세워야겠다. 적어도 누구나 무료로 참가하는 행사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하지 않을까?
2. 부스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었다. 우리 천문학회 부스에서도 빈약한 팜플렛을 나누어 주는 것 외에 한일이 없다. 넓은 자리를 차지하였으면 무엇인가 커다란 일을 했어야하지 않을까?
3. 행사 진행에 미숙함이 많았다. 조금더 철저하게 준비하여 알찬 행사가 되도록해야겠다.
등등. 참여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얻어간다는 인상을 주도록 해야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참여하셨던 분 말씀이 올해가 더 나아졌다고 하시기에 내년에는 더 좋아지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겠지요?
PS. 행사를 진행하신 천문연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모두들 돌아간 캄캄한 밤중에 잃어버린 카트를 손수 찾아헤메시는 모습을 보니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중에 몇명이라도 새로운 경험으로 가슴이 뛰게 했다면 행사를 치르는 의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 사진에 색수차는 포토샵 좀만 해주시면 없어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