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7일 목요일 (6일차)
어제 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출발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신선하고 맛있는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여전히 청명한 하늘이다. 오전이면 따라 다니는 달이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오늘은 차량 이동만 7시간. 서울서 부산을 왕복할 시간과 거리이다. 이번 여행의 정점이 될 스카이 빌리지에 오늘밤에 드디어 입성한다. 미국의 밤하늘을 마음껏 누비리라.
점심 식사 후 망원경과 악세사리 그리고 천문자료를 판매하는 스타리조나에 들렀다. 아마추어 천문인들의 모임 장소이기도 한 이 곳은 우리 교사들이 사고 싶은 학습 자료들이 제법 많았다. 너도 나도 한두 가지씩 사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스카이 빌리지로 향했다. 강봉석님이 천체 망원경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고 곽현욱님이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나라의 고천문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리고 김진희님이 올해의 천문 이벤트와 오늘 밤 관측 할 행성의 위치를 설명해주셨다. 박선영님의 자료에 의하면 오늘 우리가 가는 스카이 빌리지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관측 조건을 갖춘 곳이란다. 전승숙님과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든 흐린 메시에 목록에 도전해보자고 했다. 스카이 빌리지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아리조나주의 끝자락. 이미 해는 지고 내내 끝없는 들판을 달려온 버스는 마침내 작은 산 가운데에 위치한 포탈 피크 롯지에 도착했다. 사방이 탁트인 관측지를 상상하고 온 나는 가려진 시야에 적잖이 실망했다. 그래도 우리가 잘 숙소는 예쁘고 일찍 나온 목성이 그나마 밤하늘이 좋을 거라는 예시를 하는 듯했다. 숙소내의 식당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짐도 풀지 않고 목성의 궤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장치했다. 초저녁의 박명 속에 흐릿한 마을 한쪽과 목성을 가운데에 놓고 초점을 맞춘 후 롯지 안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우리밖에 다른 관측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서쪽으로 지는 목성의 궤적을 촬영하고 이제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갔다. 밤이면 온도가 내려간다니 옷을 단단히 입고 목도리와 외투 그리고 장갑으로 중무장을 한 후 숙소보다 조금 위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갔다. 단장님께서 가끔 나타나는 멧돼지를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시고는 짝을 지워주셨다. 혼자 다니지 말라는 이야기겠지? 이미 주위는 어두워지고 하나 둘 나타난 별들이 자기의 색깔을 뽐낸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불빛은 숙소 주위를 밝히는 외등이 전부이다. 산도 나무도 광해가 없어 검은 실루엣조차 알아볼 수가 없다. 우선 눈으로 많은 별들을 보고 안외선님과 북극성, 북두칠성등 북쪽하늘의 일주 사진을 찍었다. 너무 빛이 없어 풍경을 잡기가 힘들었다. 작은 손전등으로 간신히 풍경을 넣고 리모콘을 작동시켰다. 광해가 없고 공기가 청명하니 지평선 바로 위의 별도 선명하게 보인다. 화려한 유성과 아주 작은 흔적의 유성도 눈으로 보이고 몇 사람들은 인공위성의 움직임도 찾았다. 성도를 살펴가며 메시에 목록을 찾느라 날씨가 추운지 시간이 어찌 되었는지 느낄 수 없었다. 새벽 2시가 넘어가며 동쪽 하늘이 밝아지고 그믐달이 떴다. 이제 숙소에 돌아가서 잠시 눈을 부칠 시간. 달님의 출현으로 그나마 조금 눈을 부칠 수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눈을 감아도 유성이 떨어진다. 정말 잊지 못할 하루였다. 쏟아져 내리던 겨울 은하수와 주변을 환하게 비추며 떨어지던 유성들 그리고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메시에 목록들. 이번 투어 최고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