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4일 월요일 (3일차)
어제보다 일찍 서둘렀다. 오전에 윌슨 산 천문대를 견학하고 오후에는 빅 베어 천문대를 지나 바스토우까지 가야한다. 이제 시차에 조금 적응한 듯하여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조사해온 것을 발표했다. 이재균씨가 달의 위상과 시간개념을 발표하는데 왼쪽 차창 밖으로 하현달이 우리를 따라 온다. 공기가 맑고 깨끗하면 낮에도 달이 보인다더니 오전에 저런 모양의 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윌슨산 천문대에 도착하기 전에 이기자 선생님께서 공부한 내용을 전달해주셨다. 제일 큰언니이면서 이번 연수단의 최연소 참가자라고 말씀하시며 준비해온 내용을 발표하시는 선생님의 정열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했다.
처음 만난 태양 망원경은 두 대가 연결되어 태양 표면의 자기장 등을 관측하여 연구하고 60인치 광학 망원경은 산위의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기 위하여 2중 구조의 뼈대를 고안해 내었다고 한다. 100인치 후커 망원경은 1917년 완공되었는데 경위대가 바닥과 함께 움직이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이곳에서는 관측을 통해 안드로메다성운이 우리 은하 밖의 다른 은하임을 밝히고 허블은 우주가 빠른 속도로 끝없이 팽창하고 있으며 우주의 대 폭발설을 증명했다고 한다. 아인쉬타인이 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만한 관측 결과를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다리는 예전의 나무 난간이 철제와 시멘트로 바뀌었지만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아인쉬타인을 만난 듯이 그의 사진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친절한 Nick의 설명을 듣다보니 미국에는 부자들도 많다. 자기에게 직접 소용없는 일인데도 많은 돈을 들여 천문대를 짓고 거대한 망원경을 설치하며 그를 운영하도록 해주니 과연 나라가 거대해서 사람들의 스케일도 그렇게 큰가? 빅 베어 천문대로 가는 길이 사태로 막혀서 돌아가야 하므로 우리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지만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하고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산을 넘고 고개를 지나 빅 베어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4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지고 어두워질 텐데..... 마침 이 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원 두 분이 계셔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안광수 박사님과 천문대 내부를 둘러보고 한 팀은 임은경 박사님이 준비하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공부했다. 다른 천문대와 달리 이곳은 태양관측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호수 위에 설립되었으며 태양이 있는 낮 시간 동안 관측을 한다. 마침 석양이 비친 호숫가의 풍경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조금 더 일찍 와서 호숫가도 거닐어보고 태양 관측을 하는 모습도 보았으면 좋으련만 막힌 길을 돌아오느라 보낸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일정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오리온과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바로 코앞에 보인다. 어쩌면 이다지 가깝고 선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 오늘 밤 이곳에서 머무르며 깊은 밤하늘을 만끽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지만 스카이 빌리지에서 멋진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바스토우로 향했다. 밖은 이미 캄캄한 칠흙 세상이 되었고 군데 군데 캠핑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은 LA근교의 스키장과 캠핑장소로 더 유명하단다. 전에는 일반인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매일 강행군을 하셨네요.. ㅎㅎ
작년 여름에 호주 동부 내륙지역에서 1주일간 2000km를 운전하면서 매일 맑은 지역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윌슨산 천문대.. 과학책에서만 보던 그 곳에 다녀오셨군요.
우리나라의 후커는 언제 등장할까요? 아니, 이미 등장했는데 제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