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 분들 그날은 모두 잘 귀가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들을 동반한 터라 조원들과 많은 시간을 못 가진거 같아 아쉬웠습니다.
나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1회 연수날이 되었습니다. 자재분들을 동반하시겠다는 분도 계시길래, 일주일 전에 경진(아들, 9세)이에게 물어 보니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이 녀석 세 살때인가 제일 먼저 꼿힌 그림책이 '우주'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물론 약간 유도 했었죠, 그러나 요즘은 아빠가 자기랑 잘 안놀아주고 맨날 망원경 만든다거나 옥상올라간다고, 그래서 망원경이 싫다고 줄기차게 얘기 했었는데, 완전히 별에 대해 돌아선게 아니구나 싶어 내심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과천 천체관측소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좀 이상하여, 연수부장님께 전화하니 거기가 아니랍니다. 장소를 대충 보고 출발한게 화근인게죠. 전화 받으시자 마자 제 이름을 먼저 불러 주시더군요. '어라, 아직 보지도 않은 사람 전화번호 벌써 저장해놓으셨네' 세심한 배려와 꼼꼼한 준비에 저도 앞으로는 '연수 대충참여해서는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미나실 선택 및 행사준비도 매우 잘 된 것 같습니다. 넓은 공간과 풍족한 주전부리, 첫 만남의 어색함이 저절로 잘 희석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차수영님, 우정구님, 지혜정님, 최진아님(아직 성함들이 가물가물)과 함께 제 1조에 배정되어 있더군요. 연배, 성비, 관측경험 등 운영진들의 마음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조들은 '배정 취지' 에 대해 연수부장님께서 얘기 해주시던데 우리 조는 처음 소개하는 것 때문인지 얘기를 안해주시네요, 그래서 우리조는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운영진이 챙겨줘야할 조이기 때문에 1조가 된 걸로' 나름 자체 의견을 모았습니다(ㅎㅎ). "운영진 여러분 우리 15기 1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여담입니다만, 저희 조는 서울 남동부, 서남부, 경기 남부 등 저희 딴에는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벌써부터 '수시로 모일 수 있을까' 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별을 사랑하고 아마추어 천문학에 열정이 있다면 이러한 걱정은 기우가 될 것입니다.
1조 조장으로 차수영님을 추대하였습니다. 가장 연장자로 보여졌습니다(? 죄송). 관측 경험을 떠나 사회에서 만나는 모임은 연장자께서 해 주시는게 자연스러운 리더십에 교통정리도 잘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첫 모임이라 그런지 너무 허드렛일만 하게 되는 것 같아 약간은 죄송스런 마음도 들더군요.
다짜고짜 메시에 마라톤에 투신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이제 막 조깅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마라톤이라니... 하지만 별을 본다는 것이 언제 어느 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월령, 요일, 기상여건, 모일 수 있는 여건, 관측 적기 등의 제약 요건들이 있으니, 더구나 메시에 대상 전부를 보려면 이때 밖에는 시간이 안되니 이해가 갑니다.
동기들 중 일부 관측 고수를 제외하고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이제 큰일 났습니다. 3주정도 밖에 안남았으니...
성도를 보시며 당황해 하시는 우정구님의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가 생각이 나네요. 총도 못쏴본 훈련병이 전선으로 투입되는 상황이네요... 그래도 자포자기 할 수는 없겠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처럼, 3주동안 열심히 메시에 목록 공부하고, 작전짜고, 오랫만에 관측도 해보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회차 연수 때 망원경을 가지고 갈까 하는 것에 아직 망설여 집니다. 저는 정리정돈 '치'라 망원경을 가져가자니 짐꾸리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다음번 실습을 위해서라도 빨리 정리를 해놔야 겠습니다. 메시에 대상이고, 하루밤에 (정말) 많은 대상을 (신속히) 찾아야 하니 구경이 크고, 초점비가 짧은 그러나 포터블한 망원경을 가지고 가야 되나? 다른 조에 고수들도 많으시니, 그리고 나름 대회인데 꼴찌하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파인더를 구경 70mm로 만들어서 갈까? 100mm 쌍안경은 가지고 갈까? 여러 생각이 듭니다. 구경 200mm 이상 망원경을 가지고 가자니 소소하게 준비할 것도 많고, 분명히 혼자 자차로 가야할 텐데 그러면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고, 그렇다고 2~3인치급 가져가자니, 구경'빨'에 신속한 탐색이 안될 것 같고, 아무튼 생각이 많아지네요.
와, 미래의 천문가 2학년아드님을 모시고 오신분이시군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안그래도 첫연수에 메시에 마라톤을 다루게 되어 혹시 처음시작하는 분들에게 동기부여가 아닌 포기가 될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포기가 아닌 격려가 느껴지네요. 저는 아직도 메시에 마라톤에 참여해도 마라톤은 못뛰고 제가 좋아하는 대상만 몇개 찾아본답니다. 아마도 게으름 탓^^ 많이 준비하면 많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홧팅!!! 그런데 망원경이 많으신가봐요. 재야의 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