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1년 4월 프랑스 파리의 관측소.
장발장이 조카들에게 주려고 빵을 훔치기도 15년 전에
메시에는 이미 프랑스 천문학회 학회지에 낼 메시에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미 M1번부터 M100번까지 100개 대상에 대한 관측 기록을 완성하고,
동료 관측자인 피에르 메케인(Pierre Méchain)이 관측한 새로운 “Nebula(성운)” 세 개를 M101~M103으로 리스트에 추가하였다
학회지 마감 시간에 쫓겨서 확인 관측은 하지 못했다
이것이 영원한 논란의 씨앗이 될 줄은 아마도 메시에도, 메케인도 몰랐을 것이다
학회지에 제출한 M102의 관측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 Nebula between the stars Omicron Bootes and Iota Draconis: it is very faint, near it is a star of 6th magnitude.
목동자리 오미크론과 용자리 이오타 사이에 있는 희미한 은하라고 하는데..
문제는 목동자리 오미크론과 용자리 이오타는 엄청나게 멀리, 무려 40도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Stellarium 화면 캡쳐 후 편집)
팔을 쭉 펴고서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모두 펼친 크기가 25도임을 생각해보면..
애당초 말이 안되는 기록인 것.
(그 사이에 은하가 얼마나 많냐 말이다. 대충 훓어도 희미한 은하 수십개는 찾을 수 있을듯)
한참 뒤에 메시에도 메케인도 위치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M102는 M101의 중복 관측이에요 ”라고 정정했지만
이미 M103번 이후로도 줄줄이 번호가 매겨진 이후라 M102는 그냥 없는 채로 지나가 버리게 되었다
그 후,
프랑스 대혁명의 난리통에 메시에 형님은 낡은 망원경 기변도 제대로 못하시고 쓸쓸히 하늘나라로 가시고
M102는 그냥 없는 것으로 영원히 묻히는줄 알았으나..
찜찜한 것을 싫어하는 몇몇은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에이~ 메시에는 국가대표급 선수인데 설마 그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별(목동자리 ο, Omicron & 용자리ι, Iota)을 지목했을라고?
혹시 성도에 θ(Theta)가 ο(Omicron)로 잘못 표기되어 있었거나, 인쇄가 흐려서 잘못 본건 아닐까? “
(목동자리 θ(Theta)와 ο(Omicron)의 위치)
(Stellarium 화면 캡쳐 후 편집)
그리고 목동자리 θ(Theta)와 용자리 ι(Iota) 사이에는 몇 개의 후보 은하들이 위치해 있다
(Stellarium 화면 캡쳐 후 편집)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5905 5908 5879는 메시에의 후진 망원경(오늘날의 60mm 굴절급 성능)으로는 도저히 못봤을거고..
혹시 5907 5866 중에 하나….?
결국 메시에 사후 정확히 100년 뒤인 1917년,
그 그룹 중에 가장 밝은 NGC 5866이 메시에 리스트의 막차를 타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NGC 5907이 우리 같은 별쟁이들이 보기엔 훨씬 멋지지만
코어가 더 밝고 응집되어 있는 NGC5866이 메시에나 메케인이 보기엔 훨씬 더 혜성 같았을 것이다
메시에는 하늘의 밝고 멋진 대상들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혜성처럼 보이는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그 망원경이 60mm 굴절 급이었다면 5907의 화려한 나선팔은 의미가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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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9년 뒤,
한 관측자가 수피령에서 홀로 NGC 5866, 아니 M102를 보고 있다
관측의 유일한 목적은
7년을 끌어 온 메시에 전 대상 스케치를 끝내는 것 뿐이다
용자리 이오타와 목동자리 쎄타 사이,
그럭저럭 밝은 Halo를 가진 작은 은하가 하나 있다
“에이 뭐 이런게 다 메시에야”
[ 어쩌다 메시에, 수피령에서 조강욱 (2016) ]
M자가 붙지 않았다면
결코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결코 NGC 5907보다 먼저 스케치를 남기지 않았을 그런....
나는 운을 믿지 않지만,
가끔은 운이 필요할 때도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