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강원도 산중의 깊은 새벽,
영하 18도의 기온에 몇 시간을 꼼짝 않고 M35의 점을 찍었더니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손가락이 얼어서 샤프로 동그라미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을 다 그리지 못해서 끝낼 수가 없는데
손가락 발가락과 달리 눈알은 왜 얼지 않는 것인지 그게 원망스러울 정도랄까..
새벽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더 떨어져서
부드러운 미술용 지우개가 점점 얼어서 결국 돌덩어리가 되었다
지우개질을 하면 지워지는 대신 종이가 벗겨진다
지우개 녹인다고 숙소에 들어와서 배 밑에 지우개를 깔고 누웠다가
그대로 취침.
[ M35 - 흰 종이에 샤프, 강원 신림에서 조강욱 (2010) ]
(description)
겨울 밤하늘의 수많은 쟁쟁한 산개성단 중에서도 35번은 단연 최고다
압도적인 크기와 밝기, 화려한 스타체인, 그 끝의 이중성 (스트루베 134),
그리고 작고 어둡지만 아름다운 NGC 2158과의 조화..
성단을 관측하는 일은
세부적인 구조를 하나씩 뜯어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일차적으로 대상의 특징을 확인한 뒤에는
그 대상의 세부 구조에 집중하면서,
또는 저배율로 넓은 범위를 조망하면서
나의 시각으로는 무엇이 연상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성단 관측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M35에 대한 '연상 놀이'는
몇달 내에 곧 출간될 책의 내용으로 대신해 본다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