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자리 잘못 잡아서 손해 보는 애들이 있다. 메시에 중에도 말이다
13번 옆의 92번, 57번 옆의 56번 같은 애들..
그리고 17번 옆의 18번도 마찬가지다
(아래 사진의 중앙 좌측은 17번, 오른쪽의 조금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애들이 18번이다
출처 : http://sweaglesw.org/astronomy/gallery/m17m18.jpg
작년(2015년) 9월, 무수히 남은 여름철 구상성단들을 한 방에 정리하고자
월요일 출근의 압박 속에도 일요일 밤에 홍천으로 날아갔다
춘천고속도로 초입에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사라지겠지 뭐..
망경을 펴고 천문박명과 동시에 점찍기 시작.
궁수 전갈 쪽의 자잘한 구상성단부터 모조리 쓸어담으리라~~
투명도도 시상도 너무나 좋다
이슬도 바람도 없고 춥지도 않다
컨디션도 쌩쌩해서 점도 잘 찍힌다
3시간 동안 구상 6개는 너끈히 관측하겠는데~~
순식간에 62번을 완료하고 19번으로 이동하는데
이상하게 호핑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별을 건너면 저 별이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네.. 하며 하늘을 보니
어느 틈에 남쪽 하늘에 구름이 잔뜩 들어와 있었다
아니 아까 춘천고속도로에서 본 그 구름!!!
지나가겠지..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왜 계속 몰려오지?
난 오늘 궁수 전갈만 보고 집에 갈 계획인데
궁수 전갈이 위치한 동남쪽 하늘에만 절묘하게 구름이 덮여서 흘러간다
동남쪽을 제외한 하늘엔 너무나 아름다운 은하수와 별들이 펼쳐져 있지만
오늘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구름이 걷힐 때까지 느긋하게 명작 감상이나 하면서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다시 다음해 봄이 되기 전에 궁수 전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30분여를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마음이 답답하여 청명한 북쪽 하늘의 7789번을 잡아 보니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만가닥 암흑대가 요동을 친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다시 의욕이 재점화 되었다
놀면 뭐하나. 기다리지 말고 뭐라도 하자!
구름 사이 사이로 기를 쓰고 호핑하여 기어코 구름 속의 M18을 찾아냈다
찾아만 놓으면 추적은 EQ가 해 주겠지
인생 뭐 있나~~ 맑으면 맑은대로
시상이 춤추면 춤추는대로
구름이 끼면 낀대로
으아~~ 들이대!!!
점을 몇 개 찍고 다시 아이피스로 돌아오면 언제 있었냐는 듯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아이피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초롱초롱한 별들이 어느 틈에 스스륵 나타난다
15분이면 다 그릴,
궁수자리의 일원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18번을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 속에 50분만에 완성.
[ M18 - 검은 종이에 젤리펜, 홍천에서 조강욱 (2015) ]
밤하늘의 작은 모종삽이랄까?
궁수 치고는 너무나 소박한 성단이지만 그래도 모양 하나는 건졌다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