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는 안시용 대상과 사진용 대상이 있다
물론 밤하늘의 성자 57번처럼 안시로도 사진으로도 모두 만족스러운 대상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안시쟁이라 장시간 노출로만 화려하게 나오는 희미한 성운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사진 만큼의 감동을 느끼긴 어렵기 때문이다.
메시에 대상 중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8번과 오늘의 주인공 16번이 그런 아이다.
특히 16번 독수리성운은 그 내부의 ‘창조의 기둥’ 때문에,
정확히는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풀컬러 사진으로 너무나 유명한 아이지만
안시로 ‘대충’ 봐서는 무언가 희미한 얼룩이 얼룩덜룩 할 뿐....
재미도 없는 아이가 크기는 왜 이리 큰지, 찬찬히 뜯어볼 마음은 그동안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메시에 스케치 여행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근래는 동호인들의 망원경 구경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창조의 기둥 안시로 보기’가 하나의 도전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주위 동료들이 옆에서 수년간 창조의 기둥 노래를 불러도 한 번 눈동냥조차 해보지 않았다
7년째 아무것도 안하고 메시에만 보다보니,
한 때는 목숨 걸고 쫓아 다니던 희미한 도전대상 류에는 흥미를 잃어버렸나보다
그와 함께 '관측 성공'에 대한 나의 도덕적 기준이 많이 높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인다고 믿으면 보인다는 것을 오랫동안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어쨌든 메시에 스케치 완료 카운트다운을 하던 이번 여름,
더 이상 그릴 것이 없어서 단 한번도 애정어린 눈길을 줘본 적이 없는 16번을
아주 오랫동안, 3시간을 투자하여 보았다
대략 큰 별들을 찍으며 기초공사를 하고,
UHC를 장착하니 희미하던 성운들이 승모근 모양으로 펼쳐진다
(오랜 일자목의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즘 등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하늘에서도 등근육이 보인다)
그리고 별친구들이 항상 간절히 찾는 그 것, 창조의 기둥을 찾아 봐야지.
얼핏 봐서 보일만한 아이는 아니고, 구글님께 적당한 사진을, 허블스럽지 않은 사진을 하나 얻어서
위치를 확인하고 쪼아본다.
두 별 거리의 절반만 더 가면 있는 그 것.
왼쪽 눈 망막 좌하단에 있는 막대세포들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본다
그래, 저건가보다.
나도 창조의 기둥 본 남자가 되었다.
우리가 잘 보이지도 않는 창조의 기둥을 그리도 찾아 헤메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고 싶은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 같은 날 영양에서는 철규님이 그 옆의 작은 기둥까지 보셨다고..
관련 기록 : http://www.nightflight.or.kr/xe/observation/182412
근데 5월과 6월 두 차례의 관측에서 도합 3시간을 독수리성운을 보았는데
이게 왜 독수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 M16, 독수리? - 수피령에서 조강욱 (2016) ]
구글에서 찾은 사진과 1:1 비교를 해 본다. 그래도 독수리는 없는데..
차라리 말 한 마리가 히히힝~~ 하고 있는 것 같다
※ 사실 내가 아는 독수리 이미지는 얘 밖에 없다. (작년부터는 마리한화 유통업을 한다고 하던데..)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