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1년에 한 번(메시에마라톤) 밖에 찾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호핑 루트에 밝은 별이나 특징적인 별무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흠 그럼 보이는 모습은?
그렇게 대충 봐서 기억이 날 리가 없지
2014년 여름휴가는 횡성의 천문인마을에서 보냈다
낮에는 천문대 알바 강사로 밥값을 하고,
밤에는 별이 안 보이면 촌장님과 술을 마시고
별이 보이면 별을 그렸다
그래서, 며칠간 천문대 옥상 남쪽 하늘에서 뱀주인을 보며
구상성단 점들을 찍어보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봐 줄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 얼굴들이 궁금하여
(쓸데 없을 만큼 좋은) 수채화 용지를 4분할하여 한 장에 그려 보았다
[ 모든 구상성단은 unique하다 -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4) ]
가오리 모양의 10번,
Stat chain이 매력적인 12번,
짧은 나선은하 같은 9번..
대상마다의 특징을 잡아가다 보니
14번은 무슨 특징이 있을까 은근한 기대를..
아니 근데 이건 뭐지?
별도 없는 휑한 배경에 희미한 동그라미 하나가 을씨년스럽게 떠 있다
혹시 구름이?
하늘을 쳐다봐도 아직 하늘은 정상인데
14번은 기대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마치 벗고개에서 혼자 밤을 보낼 때의 으시시함과 비슷하다고 할까?
(음산한 터널 하나만 깊은 침묵 속에서 나를 지켜보는 그런 밤 말이다)
특징이 없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을까?
구상성단 4개를 모아 보니 그 특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모든 구상성단은 unique하다.
(메시에 구상성단이라면 말이다)
관측 입문자들이 작은 구상성단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큰 공 작은 공 밝은 공 어두운 공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구상성단들이 안시에서도 사진에서도 큰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 모자이크 스케치를 만들어 보았고
원하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구상성단은 저마다의 독창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을 찾아 보려는 노력을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새로운 기쁨을 누릴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다 ^^*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