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1은 35번과 함께
메시에 산개성단 중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다
호핑 위치마저 쉬워서 초보든 고수든 가릴것 없이
여름밤 관측지에 도착하면 망원경을 세팅하고
11번을 스윽 잡고 "우와!" 감탄사 한 번 날려주는 것부터 오늘의 관측을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의 별쟁이들의 일상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ㅎ)
11번에는 강력한 별칭이 있다
Wild duck cluster. 우리말로는 야생오리 성단, 또는 ‘들오리떼의 비행’이라고도 한다
이거?
(아래 오리 사진들의 출처는 모두 구글 검색)
아니 이거
사실은 이것도 포함..
이게 대체 어떻게 하늘에서 보인다는 걸까?
11번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상상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망원경을 처음 구경하는 사람이라도
맑고 어두운 하늘에서 8인치 구경 이상으로 M11을 마주하게 되면
이게 (위의 마지막 오리떼 사진이) 무슨 얘기인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하늘에 이것보다 별이 촘촘히 모여 있는 산개성단은 메시에 중에서는 없다.
오히려 NGC에서 3532번과 7789번을 겨우 찾을 수 있을 뿐..
(3532는 능력치가 너무 먼치킨이고 울나라에서 볼 수 없으니 예외로 하자)
4인치로 봐도 충분히 존재감이 있긴 하지만
그 숨막히는 촘촘한 별들의 장관은 구경이 작아지면 흐릿한 성운기 정도로 밖에는 볼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고..
역시 안시는 구경이 깡패;;
그럼 위의 첫 번째 오리떼 사진은 무슨 의미일까?
※ 필자도 한강에서 새벽에 월령 27일 달 찾으러 나갔다가 너무 늦어서 허탕치고
그믐달 대신 찾은 것이 얘들의 편대비행이었다
[M11의 찬조 출연 또는 위로 공연, 출근 전 한남대교에서 조강욱 (2015) ]
11번은 산개성단 관측의 핵심인 스타체인이 아주 잘 보이는 대상이다
그것도 겹겹이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우선 그림부터 보자
[ M11 오리떼의 군무, 검은 종이에 파스텔 -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1) ]
M11은 그저 넉 놓고 바라만 봐도 좋지만,
밝고 큰 만큼 발라먹을 살도 감자탕 등뼈만큼 많다
① 우선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은 물론 아이피스 시야 중심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별무리들.
② 오리떼 정 가운데에서 대장 오리를 찾아보자.
남다른 포스로 수천 오리떼의 군무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를 어렵지 않게 알현할 수 있다
③ 대장 오리가 어느 방향으로 지휘를 하고 있을까?
시야를 조금만 넓혀서 보면 오리떼의 비행 방향이 보인다
이중성단도 35번도 대부분의 rich한 산개성단은 대부분 원형을 띄게 되는데
이 아이는 특이하게도 삼각형 모양의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바로 이 오리들처럼.
④ 시선을 편대 비행 방향으로 조금 더 앞쪽으로 옮겨가면,
본진(?)의 방향에서 시계뱡향 90도 회전한 방향인 동쪽으로 날아가는 척후병들도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본진의 뒤쪽으로는 보급부대가 일렬로 뒤따라 오고..
⑤ 다시 본진의 오리떼에 집중해 보자.
분해가 될 듯 말 듯 순대국에 들깨가루 뿌린 것 마냥 무수한 별들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그냥 별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별이 없는 공동(void)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산개성단의 천문학적 성질로 볼 때 성단 내의 암흑성운이 성단을 가리고 있을 확률은 높지 않다
아마도 시선 방향에서 성단 앞의 암흑성운이 우연히 가리고 있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별이 적은 영역을 우리가 암흑대(Dark lane)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건 간에, 이 Dark lane을 보는 것은 M11의 수많은 포인트 중에서도 최고의 백미이다
그것이 입체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11번이 날고 기어도 산개성단 암흑대의 최고봉은 NGC7789임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⑥ 산개성단 안의 알파벳 찾기
‘밤하늘의 T'를 생각하면 초보 딱지를 뗀 별쟁이들은 하나같이 처녀자리 은하단을 생각하게 되어 있다
셀 수 없는 망망대해 은하밭의 등대같은 존재인 T 3형제 말이다
그에 비할 길은 없겠지만, 산개성단 M11 안에도 T 3형제가 있다
⑦ 본진 내에서는 T 외에도, 편대 1선에 마차부를 생각나게 하는 5각형(6각형)이나
대장별을 호위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모양도 찾을 수 있다
⑧ T 3형제의 가운데 위치에는 아주 작은 미성들이 깨알같이 모여서 마치 작은 성운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내 15인치 망원경으로 M11에서 유일하게 별들로 분해해서 볼 수 없었던 영역이다
⑨ 1~8의 관측 포인트를 생각하며, 대장별을 중심으로
본진의 ‘(순대국에 뿌려진) 들깨가루들'에 집중하고 있으면
마치 매직아이를 보는 듯 성단의 입체감이 느껴진다.
중세 수도원에서 도 닦고 있던 수도승이 아니라면 여기서 누구나 자동으로 탄성이 나오게 되어 있다
⑩ 이번엔 시선을 아주 넓혀서 보자
M11은 은하수 덩어리가 밀집된 동네에 위치한 관계로,
지정학적으로 주위에 무시무시한 암흑성운들을 이웃 주민으로 두고 있다
(uranomertia 성도 캡쳐, S&T 기사에서 인용)
밝고 화려한 것보다 어두침침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특이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10년쯤 전에 M11 근처의 성도상에 보이는 괴상한 Barnard들.. B318번과 B115/114/116/117/118,
그리고 위 성도 우상단의 B104를 15인치로 시도했으나 참패,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하아 구경병이 또....)
대신 M11 위의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는 B111과,
암흑성운 안의 암흑성운(검은 구멍 안에 더 검은 구멍)인 B110과 B113은
비교적 쉽게(!) 관측 가능하다
but 위에 참패한 대상들처럼 재미있는 모양은 아니다
성도의 맹점은 암흑성운의 opacity(불투명도) data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아래 S&T 칼럼의 사진으로 뭐가 *이고 된장일지 미리 check하고 시도해 보자!
참조 : http://www.skyandtelescope.com/observing/dive-into-scutums-dark-nebulae071520151507/
무시무시할 만큼 친절한 설명까지.. 역시 S&T의 디테일은 존경스럽다
M11 얘기를 신나게 떠들고 있으니 앞방 칼럼에 자리를 잡은 9번과 10번의 눈초리가 너무 따가워서
(왜 쟤만 예뻐하냐는.. 그럼 너네들도 예뻐지던가..)
이만 줄여야겠다
메시에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빛나는 것을 사랑해야지.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