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시는 야간비행 이한솔님께 여쭈어 보았다. 들으면 별이 생각나는 음악이 있는지?
질문과 동시에 얻은 답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이었다
바로 집에서 브란덴부르크 5번 연주 동영상을 찾아서 들어본다. 나는 어떤 별이 생각날지..
5번 1악장 후반부, 피아니스트의 어지러운 독주가 이어진다
아니 무슨 피아노를 이렇게 정신 사납게 치나... 하고 보니 글렌 굴드의 젊은 시절 모습이네.
여러분은 무엇이 느껴지는지 먼저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연주 링크 :
불안하고 위태롭게 이어지는 빠른 연주. 화음과 박자가 잘 맞는 건지 아닌지도 헷갈릴 정도인데..
하지만 잘 들어보면 그 어지러워 보이는 멜로디 안에서도 정교한 질서를 느낄 수가 있다.
1분여간 이어지는 굴드의 독주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대상이 하나 있었다.
메시에 5번.
중심부는 아주 빽빽하고, 주변부로 가면서 방사형으로 밀도가 조금씩 감소해 나가는..
완벽한 균형의 구상성단 M5번 말이다.
토요일 새벽 3시에 노트북으로 브란덴부르크 5번 1악장을 무한 반복으로 재생을 걸어놓고
캔버스지와 아크릴 물감, 그리고 세필(아주 가는 붓)들을 꺼내서 점을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M5의 사진이나 관측 기록을 전혀 참조하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5번의 이미지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건 스케치도 아니고 무어라 불러야 할까?
머릿속에 떠오른 영감으로 그린 별그림이니 천체화라고 이름 붙여 봐야겠다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1악장, 캔버스지에 아크릴, 조강욱 (2011) ]
그리고 몇 년 뒤, 천문인마을에서 망원경을 보며 M5를 스케치할 기회가 찾아왔다
[ M5, 흰 종이에 샤프, 천문인마을에서 조강욱 (2014) ]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상상화로 그린 M5와 스케치로 정밀 묘사를 한 M5는 그 모양이 너무나 다르다.
뭐 그럼 어때?
천체스케치의 표현에는 한계가 없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만 정확히 그릴 수만 있으면 되는 것!
2016. 8. 22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