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흥미로운 관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랜 기간 알지 못했다
투영법이나 태양필터로 흑점도 얻어보고 했지만
그것 가지고는.. 큰 흥미가 생기기엔 내 취향과 잘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2년 6월 6일 금성 태양면 통과를 보려고 유혁님께 PST 40mm를 빌려서 태양을 보니
태양 표면에 정말로 코딱지만하게 (실은 지구보다도 크게) 불꽃이 흩날리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신기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108년 내로 다시 보지 못할 제3접촉 Black Drop 구경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었다
참, 당시 예별이가 그린 그림은 아직까지도 역대 최연소 기록으로 ASOD에 남아있다
회사에서 직급과 연차가 올라가고, 야근과 철야관측을 병행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별고픔 또는 별마름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요기를 해 보고자
작년부터 서울에서 출퇴근 길에 밤낮으로 스마트폰으로 달을 그리고
올해는 유혁 대장님께 PST 40을 다시 빌려서 태양을 보았다
(대구과학관에서의 별축제.. 모두 일할 때도 별보기.. ;;)
[ 제목 :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리 ]
[ 제목 : 패싸움 ]
태양 관측의 매력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밤하늘의 결정적 순간은 수도 없이 많으나
일식, 영, 달의 터미네이터, 유성우, 초신성 등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거나 비슷한 이미지를 다시 볼 수 있는 현상들과 달리
홍염은 내가 보고 있는 중에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모양이 바뀌고
순식간에 흥망이 반복된다
그리고 태양망원경도 역시 구경이 깡패라,
PST가 포터블하고 저렴하지만 홍염의 디테일을 제대로 보기에 아쉬움이...
그래서, 평생 쓸 태양망원경으로 Lunt 60mm를 중고로 구했다
그것도 무려.. 생각지도 않은 더블 스택으로! (중고로 구한 거라 선택의 여지가..)
PST 40mm보다 얼마나 더 크게 밝고 선명하게 보이는지는 굳이 비교해 보지 않았다
평생 쓸건데 비교해서 무엇할까
요즘은, 월령도 상관없이 주말마다 아침에 날씨가 좋으면
아이피스 가방에 Lunt와 아이피스를 챙기고
맨프로토 055 삼각대와 관측의자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홍염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려면
잘 그리는 것 만큼 제목을 잘 짓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 고민을 하다가, 그리고 Lunt로는 보이는게 너무 많아서
역설적으로 요즘은 제목학원을 가동을 못하고 있다.
(아래 그림들은 모두 싱글스택으로.. 아직 더블스택 세팅법을 잘 모르겠다)
제목을 뭐라고 지을까요?
Nightwid 無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