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법(觀深法) #6. 구상성단 (1/3) - 관측 Point
#1. Intro
#2. 산개성단 (1/4) 관측 Point
#3. 산개성단 (2/4) 유형별 추천대상
#4. 산개성단 (3/4) 나만의 +a
#5. 산개성단 (4/4) Sketch technic
#6. 구상성단 (1/3) 관측 Point
2014. 9. 10 조강욱
관심법은 한 달에 한 편 이상 쓰기로 했었는데..
요즘엔 밤 10시가 넘으면 잠이 쏟아져서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
(최근 십여년간은 항상 밤11시~새벽3시 정도에 글을 썼었죠..)
산개성단 마지막 편을 쓴 지 넉달만에.. 추석 이브 깊은 밤에 구상성단 첫 글을 씁니다
[ 관심법 구상성단편 목차 ]
1. 구상성단 관측 Point
2. 유형별 추천 대상
3. Sketch technic
1. 구상성단 관측 Point
구상성단은 입문자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관측 경력이 쌓인 분들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시에 구상성단이 무려 다섯 개나 있는 뱀주인자리가 '텅텅 빈 놈'으로 인식되고
메시에 완주의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도 비슷한 이유지요
왜 그럴까요?
'구상성단은 크기와 밝기만 차이날 뿐 다 그게 그거' 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도 '구상성단 다 똑같다 설'에 동조하는 사람이었으나, 한 대상씩 스케치를 해 보면서
'모든 구상성단은 unique하다' 라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직 메시에 외의 구상성단은 심도있는 관측을 해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메시에 구상 만큼은 (당연하지만) 제각기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봄철의 대표적인 구상성단인 메시에 3번의 사진과 스케치입니다
(출처 : 사진은 google 검색, 스케치는 윤정한님)
사진으로 보는 3번은 수많은 별들이 깨알같이 모인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사진만 보고는 '이게 3번이야' 하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겠죠
오른쪽 스케치는 천체스케치의 일인자 윤정한님이 10인치로 보고 그린 그림입니다
물론 사진에 비해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갯수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지만
이 안시 스케치에는 사진에서 찾을 수 없는 unique한 특징으로 가득합니다
(위 스케치에 숨어 있는 비밀(?)은 관심법 구상성단 1~2편에 걸쳐 설명할 예정입니다)
구상성단 관측의 매력은 같은 대상을 찍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모습,
수많은 별들에 가려져 있던 미세한 구조들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사진과는 전혀 다른 안시의 매력을 설명한 것이지,
사진이 좋다 안시가 좋다 하고 한 가지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 구상성단 관측 Point 소주제 ]
A. 크기 / 밝기
B. 분해 정도
C. Star chain (+연상놀이)
D. Dark lane
E. 내 안에 PN 있다
A. 크기 / 밝기 - 기본 중의 기본
망원경으로 구상성단을 관측하면, 처음 보이는 모습은 뿌연 공일 뿐입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구형, 그래서 이름도 구상성단이죠
반짝반짝 하고 빛나는 산개성단들에 비해 희멀건 애들은 딱 봐도 늙어 보입니다
네.. 이 어르신들은 은하 생성과 비슷한 시점에 만들어진 분들이니 상당히 연로하신 거 맞죠
그래서, 쨍한 산개성단에 비해서는 한참 공을 들여서 봐야 특징들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특징은 물론 크기와 밝기입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구상 애들을 보면 이것 밖에는 볼 것이 없죠
큰 공, 작은 공, 밝은 공, 어두운 공....
성단의 규모와 거리에 따라 크고 작게, 밝고 어둡게 보이는 것을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관측을 멈춘다면 구상만큼 재미 없는 대상도 없을 것입니다
B. 분해 정도 - 어디까지 가 봤니?
광해가 적은 관측지에서 조금 더 큰 망원경으로, 조금 더 좋은 시상에서 관측을 한다면
그 아득하기만 한 멀리 있는 솜뭉치는 하나씩
깨알 같은 별들로 분해되며 자신의 속살을 드러냅니다
Deep-sky의 여느 대상들이 그렇듯 구경은 크면 클수록 좋으나,
대략 8~10인치 이상이면 대형 구상성단부터 분해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분해 정도는 성단의 밀집도와도 큰 연관이 있는데,
빽빽하게 모여있는 애보다는 그 밀집도가 낮은 아이가 분해 가능성이 훨씬 높죠
또한 성단 주변부까지는 어지간한 메시에 구상들은 분해가 가능하지만
중심부까지 별들로 모두 분해하여 관측할 수 있는 대상은
많지 않습니다 (주로 대형 성단에서 가능)
맑은 날, 10인치 이상의 망원경으로 헤라클레스 M13을 보면
성단의 중심부까지 완벽하게 개개의 별들로 분해되는
믿기 힘든 장관을 목격할 수 있죠
저는 M13, M4, NGC 5139, NGC 104 등에서
'성단 중심까지 깨알 같은 별들로 분해되어 보이는' 모습을 관측했는데,
분해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감탄사는 그에 비례해서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
[ 보는 순간 오메갓! 하고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오메가 센타우리,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을 개개의 별로 분해해서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2010년 호주 원정, 이건호님 사진)
아까 언급한 M13도.. 강원도급 하늘에서 12인치 이상으로 관측하게 되면
더 이상 구상성단이 아니라 '별 많은 산개성단'으로 오인(?)할 정도입니다
C. Star chain - 넌 누구냐
연세가 100억년씩 된 구상성단에 스타체인이나 성운기가 있을리가 만무한데
실제로 스타체인은 구상성단 관측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Star chain은 성단 내부와 외부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 성단 내부(Inner) 스타체인의 예
[ M4, Michael Vlasov (2007) ]
성단을 관통하는 체인같은 별무리가 유명하죠
이 체인상은 소형 굴절 망원경으로도 쉽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 M15, 조강욱 (2011) ]
15번 본체의 빽빽한 성단 내부에도 밝은 별들의 흐름이 보입니다
▷ 성단 외부(Outer) 스타체인의 예
[M2 중심부, 조강욱 (2014)]
성단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팔들이 인상적인 성단입니다
[M10 중심부, 조강욱 (2014)]
얘는 양쪽으로 대칭 형태로 Star chain이 이루어져 있죠
Inner / Outer 스타체인이 절묘하게 결합된 애도 있는데..
[ M56, 조강욱 (2011) ]
57의 모진 핍박 속에 평생을 관심부족 속에 살아온 거문고자리 구상성단 56번..
이 작은 구상성단도 잘 뜯어보면 성단 내부 V자 모양의 inner star chain이
성단 외부까지 쭉쭉 늘어나며 outer chain과 함께
거대한 V자를 이루는 것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C-1. Star chain과 성운기
구상성단도 산개성단과 같이 Outer Star Chain을 따라 성운기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마도 잔별들이 분해되지 않고 뿌옇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NGC 5139 중심부, 조강욱 (2010) ]
외부의 스타체인 말고 구상성단 본체의 '구상(球狀)'의 성운기는
물론 진짜 성단에 포함된 성운이 아니라 수백~수천만개의 희미한 별들의 집합입니다
그 뿌연 성운기를 배경으로 분해되는 별들을 찾아보는 것이죠
작고 희미한 구상성단들은 전혀 분해가 되지 않는 애들도 꽤 있는데,
메시에 구상성단 중에서도 성운인듯 성운아닌 성운같은,
별 하나 분해되지 않는 맹탕 구상성단이 있으니.. 그 대표주자는 M14입니다
[ M14 중심부, 조강욱 (2014) ]
C-2. Star chain과 연상놀이
산개성단만큼 자유도가 높진 않지만, 구상성단 Star chain 가지고도 연상 놀이가 가능합니다
제가 올여름에 M2를 보겠다 하니 부산의 무교수님이 꽃게탕 맛있게 드시라 하시더군요
무슨 얘긴가 하고 M2를 보니 아.. 이건 정말 꽃게가 맞습니다
지난 여름휴가에 관측한 M10은
좌우대칭 사선방향 스타체인이 가오리 한 마리를 생각나게 합니다
[ M10 중심부, 조강욱 (2014) ]
'별 가지고 모양 만들기'의 대가이신 김남희님은 M4번에 전혀 다른 해석을..
[ M4, 김남희 (2013) ]
보통은 중앙부 체인상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이 꽃과 상당히 닮았다는 의견인데, 꽃 이름마저 '안시륨'이라는 ㅋㅋㅋㅋ
M92번 중심부의 Star chain들을 쭉 연결해보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됩니다
저는 이걸 관측하고 스케치 하면서 내내 이 이모티콘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92번을 '여고생 성단'으로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
D. Dark lane - 너는 첫판부터 밑장 빼기냐?
평균연령 100억살의 구상성단에서, 별의 탄생과 관련있는 암흑성운이 있을 리 만무.
구상성단에서 보이는 Dark lane이 무엇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전혀 관계 없는 암흑성운 조각이
시선 방향으로 겹쳐 보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죠
구상성단의 암흑대가 밑장 빼기든 착시 현상이든 진짜 있는 것이든 간에
실제로 구상성단의 Dark lane 관측은 구상 관측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상성단 암흑대 중 가장 유명한 M13부터 보겠습니다
이 벤츠 로고 또는 Y자 모양은
구경병의 조상님인, 19세기 아일랜드 로스경의 스케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Rosse's Propeller (1850년대) ]
근데 하나 의아한 것은.. 로스경의 스케치에선
성단 정중앙을 장대하게 지나가는 암흑대가 표현되었는데
현대의 관측자들은 한 귀퉁이에서 암흑대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 M13, Roger Ivester (연도 미상) ]
미국 관측자들은 주로 프로펠러라고 하더군요
이 프로펠러는 대충(?) 찍은 사진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 M13, Jason Snyder (연도 미상) ]
[ M13, 조강욱 (2012) ]
[ M13, 임광배 (2013) ]
19세기 로스경의 스케치는 그냥 대충 그린 것일까?
아니면 시선방향으로 훨씬 가까이 있는 암흑성운이
150년 사이에 슬금슬금 옆으로 이동했는지도 모를 일이군요 ^^
다음은 'M3의 고속도로'라 불리는 목동자리 M3의 dark lane 보시겠습니다
(생각해보니 나만 그렇게 부르는 듯)
[ M3, 윤정한 (2003) ]
성단 좌상단을 가로지르는 검은 선.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나
그 위치와 방향을 알고 보면 검출이 어렵지 않습니다
[ M3 중심부, 조강욱(2010) ]
저는 15인치로 수피령에서 더욱 크고 선명하게 고속도로를 관측하고 스케치를 남겼습니다
윤정한님의 2005년 관측 기록을 보면, 분명히 dark lane이 보이는데
기존 관측 기록들을 뒤져봐도 19세기 이전부터 현재까지
3번의 dark lane에 대한 기록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13번 프로펠러가 1953년 휴스턴의 관측 제안 이후
무수한 관측기록이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살짝 놀랍기도....
궁수의 심장, 22번에도 암흑대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 M22, 조강욱 (2011) ]
(스케치 해설)
시상 좋은 여름날 남쪽 광해 없는 곳에서 보면 들입(入)자와
ㄱ자 암흑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전 우주 최고의 구상성단인 오메가 센타우리,
NGC 5139에서도 신비한 dark lane을 관측할 수 있는데..
중심부까지 깨알같이 완벽하게 분해되는 놀라운 성단의 정중앙을 자세히 보면
'8'자 모양의 작고도 선명한 암흑대가 별들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내가 잘못 보았나 하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
호주 원정을 함께 갔던 다른 분들도 같은 것을 보았다 하시니 착시로만 치부할 수는 없겠죠
18인치로는 잘 보였으나,
스케치를 했던 망원경인 GS 12인치에서는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 NGC 5139 중심부, 조강욱 (2010) ]
대략적인 '8'자 암흑대 위치
E. 구상성단內 행성상성운 - 내 안에 PN 있다 ◎
구상성단 안에서 행성상성운을 찾을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건 Dark lane같은 밑장 빼기 착시효과가 아니라
진짜 구상성단에 포함된 행성상성운입니다 ^^
이 희귀한 모습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구상성단 100여개 중에서 단 4개 성단에서만 확인되었고
그 중 실제 별쟁이들이 관측 가능한 아이는 단 두 개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가장 밝은 애는 Pease1이라는 M15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1초각짜리 PN입니다
이렇게 생긴 아이인데요..
(출처 : Google에서 검색한 사진에 조강욱 편집)
구상성단의 별들을 가지고 깨알같은 아이피스 호핑을 해야 하는
극한의 호핑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Pease1 관측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 할 얘기가 많아서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http://www.nightflight.or.kr/xe/30445
저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Blinking Method를 통해
인제의 투명한 하늘에서 15인치로 관측에 성공하였습니다
Pease1의 별빛이 OⅢ를 거쳐 내 눈동자를 통과한 직후,
같이 간 동료들과 얼싸안고 감격의 순간을 함께 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
두번째 Target은 M22 내의 행성상성운, GJJC1입니다
(출처 : http://m0.i.pbase.com/o6/03/951103/1/136080440.m6Oh9HLg.M22GJJC1presentation30062011.jpg)
저는 아직 시도할 생각을 못 해봤고,
최근에 이한솔님께서 18인치 돕으로 관측에 성공하였습니다 (아마도 국내 최초)
나머지 두 개는 JaFu1, JaFu2라는 애들인데,
우선 GJJC1부터 성공하고 생각해 보렵니다
구상성단 안에서 숨은 그림 찾기가 가능한 것처럼
우리은하 말고 남의 은하의 성단들도 살짝 엿볼 수 있는데,
우리은하의 위성은하인 LMC 내부에는 꼭 구상성단처럼 생긴 산개성단이 많죠
[ NGC 1872 ]
(출처 : Google 검색)
또한 안드로메다은하 내부에선 G1 등 G 시리즈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http://colmic.free.fr/eos10d/M31glo.jpg)
다음편 '유형별 추천대상' 시간에 더 자세한 얘기 해 보겠습니다
추석날 이브에 완결하려 했는데 결국 연휴 마지막날 자정까지 왔네요
산개성단 4편 완결 후 혹시라도 다음편 기다리셨던 분이 있다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리 빨리빨리 연재할 여유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Nightwid 無雲
오랜만입니다.
여름휴가 관측기와 이번 구상성단 얘기 정말 재미있게 써 주셨네요.
한동안 칼럼이 안올라와 바쁘신 것 같았습니다.
지난호부터 다시 연재 시작이군요. 다음호도 엄청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