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 2015년 6월 30일
<목 차>
I. 청천낙성
Big
Bang 은 138 억년 전에 일어났는데,
관측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이 465 억 광년인 이유
(1) 천체간 거리에 대한 모호한 표현
– 광년과
Light Travel Distance
(2) 공간이 팽창하는 경우의 정확한 거리 표현
(3) 관측가능한 우주 (Observable Universe)
(4) 가시적 우주 (Visible Universe)
(5) Big Bang 을 기준한 우주 역사와 크기
(6) 지구를 기준한 우주 역사와 크기
(7) 공간의 팽창에 광속의 한계는 없다
(8) 우주배경복사가 남긴 숙제
(9)
우주의 호황기 Inflation 시대
1. 순간보다 짧았던 기간
2. Inflation 이
만든 한 우주 한 문화
3. 우주먼지 속에 사라진 Inflation 시대의 중력파
(10) 여러가지 팽창유형
(11) 지금 우주는 가속팽창 중
(12) 암흑가 두 형제에 달려 있는 우주의 미래
(13) 인간의 운명은 몰라도 우주의 미래는 알 수 있다
1. 세력평가 기준도 되는 E=mc2
2.
Force 의 균형을 기원함
(14) 언제가 되어야 시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까 ?
II. 담천잡담
다른 문화 다른 별자리 (2) – 호주 원주민의 Orion
(1) 국민별자리
Orion 유감
(2) Saucepan (소스팬) Asterism
(3) 카누와 삼형제 별자리
(4) 새로 만다라
(曼陀羅) 를 만든다면
III.
월하산책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서 (17) – 요단강 자리 Jordanus
(1) 누이같은 섬진강, 스승같은
요단강,
(2) 지상에서 영원으로
(3) Plancius
의 일곱개 별자리 정리
1. 현재 전해지는 별자리
2. 지금은 사라진 별자리
(4) 영원에서 다시 지상으로
(5)
예전엔 젖과 꿀이 흐르는 Promised Land,
지금은 폭격맞기 쉬운 Bloody Land
(6) 우리말 요단강
성가와 영어 원문성가
(7) 젖과 꿀의 천국보다 이승의 적멸 (寂滅) 을
<본 문>
I. 청천낙성
Big Bang 은 138 억년 전에 일어났는데,
관측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이 465 억 광년인 이유
(1) 천체간 거리에 대한 모호한 표현 – 광년과 Light Travel Distance
이번 청천낙성 단락에선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대해 자주 혼동을 일으키는 부분을 살펴 보려 합니다.
우선 신문 잡지에서 자주 보이는 모호한
표현부터 찾아 보겠습니다. 이런
것들은 단지 표현기법상 문제일 수도 있으나, 우주크기에 대한 불확실한 개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매스컴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지난
칼럼들을 다시 읽어보면, 천체간 거리에 대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들이 보이곤 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주크기와 거리를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과 더불어 현재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 합니다.
어떤 은하가 새로 발견되었을 경우, 신문에선 이 천체의 사진과 함께 보통 아래와 같은 설명이 따릅니다. 아래에서 어느 부분이 모호한 표현인지 살펴 보십시오.
• 학자들에 따르면, 이 은하는 지금부터 100 억년
전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구로부터 100 억 광년
거리에 있는 우주 변방의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지구로부터 100 억 광년 거리” 부분이 혼동을 일으키는 표현입니다. 이 문장에서는 별도로 거리개념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기사를 보는 분들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광년 개념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이 은하까지의 “실제 거리” 는 300 억 광년은 넘을 겁니다.
이런 표현상의 오류가 생기는 이유는, 이 은하가 100 억년 전에 태어났으므로 여기에서 방출된 빛이 100 억년 동안
지구로 달려왔으며, 지구로부터 이 은하까지 거리도 100 억
광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주나이를 예로 든다면, 우주나이가 138 억년이므로 지구에서 우주 경계선까지의 거리도 138 억 광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까다롭게 따진다면 이런 개념들에는 모두 오류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될까요 ?
보통 100 억 광년이라고 표현하면 빛이 100 억년 동안 이동한 거리로서, 이는 “100 억 x 1 광년 (약 9 조 4,607 억 km)” 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광년 단위는
가끔 우주팽창까지 감안된 의미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거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렇게 우주팽창까지 감안된 의미의 광년 단위를 “Light Travel Distance” 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빛 이동 거리” 가 되겠으나, 이같이 번역하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광년” 단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따라서 영어 그대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100 억 광년” 이란 문구에 <Light Travel Distance> 라는
용어가 붙어있으면, 그 100 억 광년 거리에는 “우주팽창 의미” 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100 억 광년 문구가 나타내는 “실제거리” 는 (100 억 x 9 조 4,607 억 km) +
(100 억년 동안 팽창된 우주의 크기) 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 거리는 (100 억 x 9 조 4,607 억 km) 보다
훨씬 더 크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위에서 예로 든 신문기사 표현을 좀 더 정확히 하려면, “지구로부터 100 억 광년 거리에 있는
우주 변방의 빛” 부분을 수정해서 “우주를 100 억년 동안 지나온 빛“ 으로 쓰거나, “100 억 광년 거리 (단, 광년단위는 Light Travel Distance)” 로 쓰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에 관심 없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선 아예 “지구로부터 약 300 억 광년” 처럼 일반적인 광년 개념으로 쓰는 것이 속 편하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주나이는 “137. 98 억년 ± 3,700 만년” 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2013 년 수정발표 자료이며,
2015 년 현재까지는 가장 최근 수치입니다. 이 글에선 우주나이를 138 억년으로
표현하겠습니다.
한편, 천문학에서 천체간
거리를 표현할 때는 주로 파섹 (Parsec. 3.26 광년) 을
쓰고, 일상에선 주로 광년 (光年 Light Year) 단위가 사용됩니다.
여기서는 광년 단위를 쓰겠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연 (年 Year) 는 기간이고 광년 (光年 Light Year) 은 거리입니다. 저는
광년 (光年) 글자 끝에도 연 (年 Year) 이 붙어서 광년이 기간 단위인지 거리 단위인지 가끔 헷갈립니다. 참고로 IAU 가 정한 1 광년은 “진공에서 빛이 진행할 경우에” 9 조 4,607 억 3,047 만 2,580. 8 km 입니다 (9, 460, 730, 472, 580, 800 meter).
(2) 공간이 팽창하는 경우의 정확한 거리 표현
“정지해 있는 공간” 에서 빛이 138 억년 동안 진행했다면, 그 거리는 당연히 138 억 광년 거리 입니다. 그러나 Big Bang 이후
우주는 팽창을 계속해 왔습니다. 따라서
팽창하는 공간 내부에서 빛이 138 억년 동안 이동한 거리는, 138
억 광년 거리에 138 억년 동안 우주가 팽창한 거리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우주팽창은 공간의 팽창이고, 공간의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모든 방향으로 팽창합니다. 여기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지구 위에서 움직이는 자동차와 배를 예로
들어 빛의 이동시간과 이동거리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림 1 도로 위 자동차와 흐르는 강물
위 배의 이동시간과 이동거리>
위 그림에서 자동차는 “정지해 있는 도로” 위를 달립니다. 자동차 속도가 시속 30 km 라고
한다면, 2 시간 동안 자동차가 이동한 거리는 60 km 이며, 이는 “2 차시 (車時)”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배는 “흐르는
강물” 위를 달리며, 배 자체만의 속도를 자동차와 같은 시속 30 km 라고 하고, 강물은 배와 같은 방향으로 시속 10 km 로 흐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에 배가 2 시간 이동한
전체거리는 배 자체의 이동거리인 “2 선시 (船時)” 60 km 에 강물이 흘러간 거리 20 km 를 더해서 80 km 가 됩니다. 따라서 2 시간 동안 배가
이동한 거리는 단지 배 자체만의 이동거리인 2 선시 (船時) 가 아닙니다.
거리 = 시간 x 속도 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배를 광자 (光子 Photon) 라고 하고, 강물을 우주공간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빛인 광자가 이동하는 동안에 그 광자가 속한 우주공간 자체도 늘어나므로 단순히 빛의 이동한 시간과 속도만을 계산한다면, 일정시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에는 당연히 오류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우주가 생긴 때로부터의 시간인 138 억년에 빛이 이동하는 속도를 곱해서는 우주의 크기를 제대로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3) 관측가능한 우주 (Observable Universe)
그러면
Big Bang 이후 지금까지 138 억년이란 기간 동안 우주는 얼마나 팽창해왔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그림 2 관측가능한 우주의 지름.
원문출처 : Extra Dimensions in Space and Time (서적). p. 27. 저자 : Itzhak Bars (USC 교수).
John Terning (UC Davis 교수) 공저. 출판
: Springer. New York. 미국. 2012. 번역 : 필자>
위 인용문에선 “관측가능한 우주” 라는 용어가 보입니다. 이는 영어로 Observable Universe 입니다. 왜 그냥 “우주” 라 하지 않고 관측가능한 우주라고 써서 머리 아프게 만들까요 ? 그렇다면
“관측 가능하지 않은 우주” 까지 포함하면 그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
그러나 관측가능한 우주라는 용어에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이 용어를 쉽게 풀어 쓰면 “현대과학으로 추정한다면” 이란
뜻입니다. 이 용어에 대한 자세한 말씀은 아래 단락에서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관측 가능하지 않은 우주는 현대과학으로도 추정할 수 없는
우주가 될 것이며 현대과학으로도 아직 알 수 없는 우주 입니다. 따라서 그 크기도 알 수 없겠지요.
위 인용문에선 “우주의 지름” 이란 용어가 보이므로,
우주가 공 모양의 구형 (球形) 이라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현대과학으로도 우주가 어떤 모양인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다만 관측결과 우주는 등방적 (等方的 Isotropic) 이라고 추정되므로 구형이라고 가정한 것뿐입니다. 우주의 등방성에 대해서는 아래 단락에서 다시 말씀 드립니다.
하여간 관측가능한 우주는 현대과학으로 추정해서 가장 먼 우주 입니다. 이는 현대과학이 먼 우주에서 나온 여러
신호들, 예를 들면 빛이나 전파 감마선 적외선 등을 “실제로” 포착한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런 신호들이 “이론적” 으로 지구에 도착할 가능성만 가지고 추정한 우주입니다.
<그림 2> 는 두 명의 학자가 쓴
책에서 인용한 것이므로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따르면 현대과학 이론으로 추정한 우주의 크기는 지름이 930 억 광년이고, 반지름은 465 억 광년이 됩니다. 반지름은 빛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한 거리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우주나이가 138 억년이므로 우주 반지름도 빛이 138 억년 동안 한쪽 방향으로
이동한 거리인 138 억 광년이라고 생각하면 오류가 있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단락에서 그림과 함께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편 위 인용문에선 지금도 우주의 지름이
빛의 속도의 6.5 배 속도로 늘어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주의 팽창은 어느 지점에서 보더라도 모든 방향으로 팽창합니다. 지름이 빛의 속도의 6.5 배 속도라고 하므로 반지름으로 생각하면 3. 3 배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 모든 물체의 운동속도는 빛의 속도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반지름이 빛의
속도보다 무려 3. 3 배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 있을까요
? 이 부분도 아래 단락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4) 가시적 우주 (Visible Universe)
“가시적 우주 (Visible Universe)” 라는
용어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어
자체로만 본다면, 관측가능한 (Observable) 이란
뜻과 가시적 (Visible) 의 뜻은 같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위 단락에서 관측가능한 우주 (Observable Universe) 는 이론적으로 어떤 신호가 지구에 도착할 가능성만으로 추정한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반면에 가시적
우주 (Visible Universe) 는 실제로 우주의 가장 먼 곳에서 도착한 신호를 기준으로 계산한
우주입니다. 따라서 어떤 신호가
점점 먼 곳에서 도착할수록 가시적 우주는 커지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검출된 우주의 가장 먼 곳에서
나온 신호는 잘 아시는 우주배경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CMB 또는 CMBR) 입니다. 1964 년에 Penzias 와 Wilson 두 학자가 이 신호를 포착한 이후로, COBE 위성 WMAP 위성 및 Planck 위성이 더욱 정확한 우주배경복사를 측정해
왔습니다. 우주배경복사에 관련된 사항도 아래 단락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현재의 과학으로 계산된 가시적
우주 크기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아래 인용문은 Princeton 대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논문의 일부입니다. 수식은 제 한계를 넘어서므로 중요한 부분에만
황색사각형 표시했습니다.
<그림 3 관측가능한 우주 및 가시적 우주의
반지름 수치.
출처 : A Map of the Universe (논문). 저자 : J. Richard Gott
III 등 여러 명.
게재 : Princeton 대학교 홈페이지. Astrophysics Journal 624 (2005).
astro.princeton.edu/universe/ms.pdf>
위 단락의 <그림 2> 인용문에는 관측가능한 우주의 “지름” 이 930 억 광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주가 구형이라는 가정이므로 반지름은 465 억
광년이 됩니다. 한편 <그림 3> 의 황색사각형 표시한 것은 인용문 아래 쪽에
“반지름 (Radius)” 문구가 있으므로 그 수치는 반지름입니다. 첫번째 사각형 표시한 것은 관측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이며, 그 수치는 14,300 Mpc 입니다. <그림 2> 와 <그림
3> 의 수치가 일치하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 Mpc :
Mega Parsec = 100 만 Parsec = 100 만 x 3. 26 광년 = 326 만 광년.
• 14,300
Mpc = 14,300 x 326 만 광년 = 4,661,800 만 광년.
= 약 466 억 광년.
<그림 3> 인용문의 관측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은 466 억 광년이고, <그림 2> 인용문의 지름 930 억 광년의 반지름은 465 억 광년이므로 1억 광년 차이가 납니다. 이 수치는 약 0. 2 % 차이이므로 무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칼럼에선 머리 간편하도록 관측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930 억 광년, 반지름은 465 억
광년으로 표기하겠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가시적 우주의 반지름을
광년으로 표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4,000 Mpc = 14,000 x 326 만 광년 = 4,564,000 만 광년.
= 약 456 억 광년.
따라서 두 우주의 지름과 반지름은 아래와
같이 정리 됩니다.
• 관측가능한 우주 : 지름
930 억 광년. 반지름 465 억 광년.
• 가시적 우주 : 지름 912 억
광년. 반지름 456 억 광년.
• 두 우주 크기차이 : 지름 18 억 광년. 반지름 9 억 광년.
한편 위 인용문에선 우주나이가 137 억년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논문이 집필된 때가
2005 년이며, 그 때는 우주나이가 약 137 억년으로
인정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주나이가
현재수치인 137. 98 억년 ± 3,700 만년으로 수정된
때는 2013 년입니다.
또한 Comoving Distance 란 단어도 나옵니다. 이 용어의 상대적 개념은 Proper Distance 인데, 우주팽창 개념의 포함여부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거리개념은 일상생활에선 필요 없지만, 시공간 (Space-Time) 이 변화하는 우주에서의 거리를 말할
때는 유용할 겁니다. 그러나 “현재 이 순간 (Now) 의 시공간”
에선 Comoving Distance 와 Proper
Distance 수치가 같아집니다.
따라서 Comoving Distance 를 간단히 “현재 시점에서의 거리”
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능력 밖이므로 더 이상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5) Big Bang 을 기준한 우주 역사와 크기
<그림 4 우주팽창 모형 및 관측가능한 우주와
가시적 우주의 크기.
우주팽창 모형 출처 : NASA WMAP 위성 홈페이지.
map.gsfc.nasa.gov>
위 그림은 NASA 의
WMAP 위성 홈페이지에 실린 우주팽창 모형에 관측가능한 우주와 가시적 우주의 크기를 표시해
본 것입니다. Big Bang 으로
인한 우주팽창은 모든 방향으로 일어났지만, 위 그림의 우주팽창 모형은 팽창의 단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한 쪽 방향만 그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관측가능한 우주와 가시적 우주의 크기도 “반지름” 거리로
표시했습니다.
그림에서 ① ② ③ 으로 표시한 기간에
일어난 상황을 아래에 정리 드립니다.
Astro News Serial No. 21 (Sep. 2013) 에 게재한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 기간 ① : 0 년 ~ 38 만년
우주팽창 모형에서 맨 왼쪽의 밝은 빛이 Big Bang 을 나타냅니다. 이후 우주는 급격히 팽창하는데, 그림에서 Inflation (인플레이션) 으로 표기된 때입니다. Inflation (인플레이션) 시기에 대해서는 아래 단락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여간 Big Bang 직후부터 양성자 (Proton) 중성자 (Neutron) 전자 (Electron)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입자들이 만들어질 때의 우주는 이런 입자들이 자유롭게 떠
다니는 초고온의 짙은 안개 같았습니다. 따라서
Big Bang 으로부터 방출된 빛도 불투명한 공간에 갇혀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간은 38 만년 동안이나 지속됩니다.
이 기간 중에는 비록 빛은 퍼져나가지
못했지만,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여러 입자들이 떠 다니며 충돌하면서 미약하나마 어떤 신호라도 발생시켰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더구나 입자들이
생기기 이전의 Big Bang 순간에 발생한 신호의 강력함은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신호는 아직 지구에서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관측가능한
우주는 될지라도, 가시적 우주는 될 수 없습니다.
참고로,
2014 년 3월 17일에, 이 38 만년 기간 중의 특정순간인 Inflation 시기의 신호를 포착했다는 발표가 나와서 세상이 떠들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10 개월만인 금년 2015년 1 월말에 그 발표는 오류였다는 정정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아래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 기간 ② : 38 만년 ~ 4 억년
Big Bang
이후 38 만년이 지나자
초고온의 안개같은 우주도 점차 식어지고 양성자와 전자가 각각 1 개씩 만나서 결합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수소원자이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중성 (中性) 수소라고도 부릅니다. 중성수소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소입니다. 수소에 중성 (中性) 단어를 붙인 이유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원자 종류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천문학 관련서적을 보면 중성수소 및 이온화 된 수소 등의 용어가 나옵니다. 예전에 한 번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간단히 정리하고 지나가겠습니다 (Astro News Serial No 21. Sep. 2013 참조).
<그림 4-1 중성수소
중수소 삼중수소 원자구조. Astro
News Serial No 21. Sep. 2013 재인용>
맨 왼쪽이 중성수소 원자구조입니다. 양성자와 전자가 각각 1 개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전하는 중성 (中性) 입니다. H I (H One) 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수소에 비해 질량이
가볍다는 뜻으로 경 (輕) 수소라고도 부릅니다.
중 (重) 수소 원자는 중성자 한 개가 끼어들어간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 (重) 글자는 이중 (二重) 의 약자입니다. 중성자와
양성자 “두 마리가 겹쳐있다” 라는 뜻으로 중 (重) 이란 한자를 붙였습니다. 삼중 (三重) 수소는 중성자가 두 개입니다. 원자핵에
“세 마리가 겹쳐있다” 라는 뜻으로 삼중 (三重) 단어를 붙였습니다. 중성자는 전하가 (0) 이므로
세가지 수소원자의 전하는 모두 (0) 입니다. 우주에는 중성수소가 99.9 % 이상이고 나머지가 중수소 입니다. 삼중수소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림 4-2 중성수소
양이온 및 수소분자 구조. 재인용
출처 위 그림과 동일>
또한 “발광성운에 존재하는 이온화된 수소” 라는 말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것은 중성수소가 자외선 같이 높은 에너지의
충격을 받아 전자가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원자에 양성자만 존재하므로 전하는 (+) 입니다. 발광성운에 이런 수소들이 밀집된 지역을 H II (H Two) 영역이라고도
합니다. 맨 오른쪽 그림은 수소분자 (H2) 구조입니다.
위 그림에는 중성수소 양이온만을
보여 드렸으나, 중성수소에 전자가 하나 더 들어가면 중성수소 음이온도 됩니다. 이처럼 중 (重) 수소 및 삼중 (三重) 수소도 양이온과 음이온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냥 수소라고 하면 어떤 수소를 말하는지
헷갈리므로 특히 중성수소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중성수소 원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Recombination (재결합) 으로 부릅니다. 수소가 만들어지면서 탁한 우주가 투명하게 되고, 드디어 빛도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우주가 맑은 공간이 된 것은 모두 이 떄의 수소 덕분입니다.
그런데 Recombination 용어를 보면 우주초기에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맞는지 의심됩니다. 우주역사상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하는 때는
이 시기가 처음입니다. Recombination
이란 단어는 한 번 분리되었다가 다시 결합한다는 뜻이므로 단어 뜻만으로 생각하면 헷갈립니다. 양성자와
전자로선 처음 결혼한 시기인데,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고 오해받고 있으니 억울할 겁니다. 이 용어가 만들어진 내력은 찾지 못했습니다.
수소가 생긴 다음, 질량이 우리 태양의 수백배가 넘는 별들이 탄생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순차적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태어나고 폭발하는 별들의 에너지 흔적이 우주배경복사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관측되었으니, 당연히
“Big Bang 이후 38 만년 시점부터 가시적 우주” 가 됩니다.
한편 순차적으로 계속 폭발하는
별들의 강력한 에너지는 Recombination 으로 만들어진 많은 수소원자들을 다시 양성자와 전자로
분리시킵니다. 오랫동안 서로 주변을
맴돌다 어렵게 결합했는데, 본의 아니게 외압으로 강제이혼 당한 셈입니다. 수소원자로선 두번째로 통탄할 노릇일 겁니다. 그래도 수소원자 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어
우주는 맑은 상태를 유지하지만, 새로운 별들은 거의 태어나지 않는 암흑시대 (Dark Age) 가 4 억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 기간 ③ : 4 억년 ~ 현재 138 억년
Big Bang
이후 4 억년이 지나면서
우주는 초기의 혼란상태를 수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별 은하 성단 등이 생겨나고 지금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만들어지는
시기 입니다.
제대로 된 별이나 은하가 138 억년 전의 Big Bang 이후 4 억년이 지나서 생성되었으므로, 아무리 빨리 만들어져도 지금부터 134 억년 전부터 입니다. 만일 134 억년 전에 나온
빛이라면, 이 빛은 우주가 혼란을 수습한 직후에 태어나,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공간에서 고고히 빛나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러면 감마선 폭발 원시은하 은하
퀘이사 항성 등의 종류를 불문하고, 134 억년 전에 방출된 빛이 지구에서 검출된 적이 있을까요 ? 다른 말로는 천체의 나이가 134 억살이란 뜻이 됩니다. 134 억년 전의 빛은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검출된 적이 있습니다. 천체의
나이는 적색편이 (Redshift. 표기 z) 를 측정해서
확인됩니다.
적색편이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분광관측 (spectroscopic) 과 광도관측 (photometric) 의
두가지가 있습니다. 분광관측 수치가
광도관측 수치보다 정확하다고 인정됩니다. 따라서
광도관측으로만 확인되면 추정치에 올리며, 분광관측까지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인정됩니다.
2015 년 6월말 현재 분광관측까지 이루어져 “공식 확인된 최고령자 빛” 으로는
130. 95 억년 및 130. 44 억년 전에 방출된 빛입니다. 광도관측으로만 “추정된 빛” 은 무려 133. 70
억년 및 133 억년 전에 나온 것입니다. 만일 133. 70 억년 전의
빛이 분광괸측으로도 동일한 적색편이로 확인되면, 정말 우주초기에 태어난 최고령자 빛이 될 겁니다.
(6) 지구를 기준한 우주 역사와 크기
<그림 4> 우주팽창 모형은 Big Bang 이후 우주역사를 쉽게 표현하려고 한쪽 방향으로 팽창하는 모습만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는 모든 방향으로 팽창했고, 우주공간 어떤 위치에서 사방을 보더라도 우주변방까지의 거리는 거의 비슷하게 산출됩니다. 이런 현상을 우주의 등방성 (等方性 Isotropy) 또는 등방적 (等方的 Isotropic) 우주라고 합니다. 등방적 우주개념에 따라 <그림 4> 를 지구를 중심으로 다시 그리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그림 5 지구를 중심으로 그린 등방적 우주 및 크기>
.
위 그림에서 적색원은 Big Bang 의 순간이며, 녹색원은 <그림 5~6> 의 우주배경복사 지도에 보이는 Big Bang 이후 38 만년 시점의 우주입니다. 청색원은 Big Bang 이후 4
억년 시점을 나타냅니다. ① ② ③ 기간의 내용은 <그림 4> 와 동일합니다. 다만 지구를 중심으로 그렸으므로 관측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930 억 광년이며 가시적 우주 지름은 912 억
광년임을 표시했습니다.
(7) 공간의 팽창에 광속의 한계는 없다
이제는 우주공간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2> 인용문 내용 중 팽창속도 관련 부분을 다시 적어 드립니다.
• (관측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지금도 초속 196 만 km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보다 6. 5 배나 빠른 속도이다.
이 설명이 맞는다면, 지름이 초속 196 만 km 속도로
늘어나므로 반지름은 초속 98 만 km 로 늘어나고, 이는 빛의 속도의 3. 3 배라는 설명입니다. 인용문에선 관측가능한 우주라고 했지만,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Big Bang 의 순간도 포착 가능하므로
여기서는 그대로 우주로 표현하겠습니다. 반지름이
빛의 속도의 3. 3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지구에서 볼 때 우주 한쪽 방향 끝의 팽창속도가 3. 3 배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인용문 설명이 맞는지 <그림 5> 로 검증해 보겠습니다.
• <그림 5> 에서 Big Bang 이후 우주가 팽창해온 기간은 138 억년.
팽창한 거리는 465 억 광년.
• 우주가 1 년 동안 팽창한 평균거리 : 465 억 광년 ÷ 138 억년
= 3. 369 광년.
빛이
1 년 동안 진행한 거리가 1 광년입니다. 우주가 1 년 동안 팽창한 거리가 3. 369 광년이란 것은 우주의 반지름이 “138 억년
동안” 평균적으로 빛의 속도의 3. 369 배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팽창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Big Bang 이후 38 만년 동안의 팽창속도를 계산해 봅니다. <그림 5> 에서 ① 번 기간입다.
• <그림 5> 에서 Big Bang 이후 38 만년
기간 (① 번 기간).
팽창한 거리는 9 억 광년 (①
+ ② + ③) – (②
+ ③).
• 우주가 1 년 동안 팽창한 평균거리 : 9 억 광년 ÷ 38 만년 = 2,368. 42 광년.
이 계산결과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기 우주의 38 만년 동안에 우주는 빛의 속도의 평균 2,368 (이천 삼백 육십팔) 배 라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팽창했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Einstein 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빛의 속도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물체의 시간은 점점 느리게 가고, 빛의 속도에 도달하면 시간이 정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주는 초기 38 만년 동안 평균적으로 빛의 속도보다 2,368 (이천 삼백 육십팔) 배나 더 빠르게 팽창했고, 지금 현재도 3. 369 (삼 점 삼육구) 배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험으로도 증명된 특수상대성 이론과 상충되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
그러나 우주팽창 문제는 특수상대성 이론과
충돌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특정 공간내부” 에서만 적용되는 사항이고, “공간자체” 가 팽창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빛의 속도라는 한계와 아무런 관련
없이, 우주공간은 빛 보다 2,368 배나 더 빠르게 팽창할
수 있습니다.
(8) 우주배경복사가 남긴 숙제
과거에는 그랬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일 겁니다. 현재의
우주팽창속도는 <그림 2> 와 <그림 7> 에서 보신대로 반지름 기준으로 초속 98 만 km, 빛 속도의 3. 3
배 입니다. 그러면 이 속도의 추세는 증가, 감소, 정지 중의 어느 것일까요 ? 또한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요 ?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을 겁니다. 우선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먼 과거의 우주인 우주배경복사부터 알아 보겠습니다.
우주배경복사를 간단히 말하면, Big Bang 이후 38 만년 시점에서 방출된 “빛” 입니다. 이 빛은 매우 미약해서 아무리 큰 가시광선 망원경으로도 검출되지 않습니다. 가시광선 망원경은 빛의 입자 (광자) 를 검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빛 입자의 검출이 불가능하면 파동으로
찾으면 될 것입니다. 우주배경복사
파동은 전파영역 중에서 초단파 (Microwave) 영역에서 가장 강한 신호가 검출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명칭에 Microwave 단어가 붙게 됩니다. Background (배경) 단어는
우주의 끝 또는 경계선 이란 의미 입니다.
2015 년 현재로서 가장 최근에 관측된 가시적 우주의 끝은
2013년 3월 1일에 발표된 Planck 위성의 자료로 만든 우주배경복사 지도 입니다. 그 전까지는 2012 년에 발표된 WMAP 위성자료로 만든 지도가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발표된 시점은 불과
1 년 차이지만 Planck 지도는 WMAP 지도에 비해 해상도가 월등하게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림 4> 에서 보이듯이, 미국에서 나오는 자료에는 WMAP 지도가 많이 사용되고, Planck 자료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아마 Planck 위성은 ESA 가 발사했고, WMAP 는 NASA 가 발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지도의 해상도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ESA : European Space Agency).
<그림 6 WMAP 위성의 우주배경복사 지도.
출처 : NASA 의 WMAP 위성 홈페이지. map.gsfc.nasa.gov>
<그림 7 Planck 위성의 우주배경복사
지도.
출처 : CalTech 의 Planck 위성
홈페이지. planck.caltech.edu>
<그림 6~7> 은 지구궤도에서 관측된
우주배경복사 사진들을 모자이크해서 만든 것입니다.
적도부분이 우리은하 단면입니다. 지도에 보이는 여러 색깔들은 당시 만들어지던 별과 은하들로 인한 온도차이
입니다. 청색은 가장 온도가 낮으므로
빈 공간이고 적색은 온도가 높으므로 천체들이 밀집된 지역입니다. <그림 6> 왼쪽
상단은 Planck 위성모습 입니다.
그림에선 온도가 적색과 청색으로 표시되어
차이가 많은 것아 보입니다. 그러나 우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역별 평균온도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림의 시점은 Big Bang 이후 38 만년이나 지났을 때이므로 이미 우주가 상당히
커져 있을 것입니다. 이 때는
지역적으로 각기 별이나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때이므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폭의 온도차이가 있어야 타당한 설명이 됩니다.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온도분포뿐만 아니라
우주 전 지역에서 적용되는 물리법칙 및 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분포도 동일함을 나타냅니다. 비록 Big Bang 이후 38 만년의 우주모습이지만, 광대한 우주전체가 일관된 모습과 통일된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볼 수는 없습니다.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 Big Bang 이론은 더욱 확고히 자리잡았지만, 이 때문에 당시
과학자들은 머리 아픈 숙제를 하나 받은 셈입니다.
참고로 얼마 전인 2015년 2월 5일, CalTech 의 Planck 위성 홈페이지에 발표된 “우리은하” 모습도 보고 지나가겠습니다. 우주배경복사가 아님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그림은 가시광선 보다 긴 밀리미터
파장 및 초단파로 괸측된 우리은하 사진에 색을 입힌 것입니다. 적도부분이 우리은하 단면입니다.
<그림 8 Planck 위성자료로 만든 “우리은하” 모습 (우주배경복사가
아님). 출처 : 위그림과 동일>
(9) 우주의 호황기
Inflation 시대
1. 순간보다 짧았던 기간
위에서 계산한 빛의 속도의 2,368 배는 Big Bang 이후 38 만년 동안의 “평균수치” 입니다. 사실
Big Bang 이 발생하고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는 이 수치에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더 빠르게 팽창했습니다. 이런
급격한 팽창을 Inflation (인플레이션. 급팽창) 으로 부르며, Inflation 이 일어난 기간을 Inflation Epoch 또는 Inflation Period (인플레이션
시대) 라고 합니다. Inflation 이론은 Alan Harvey Guth (구스. 1947~현재. 미국) 라는 분이 1980 년 1 월에 어떤 세미나에서 발표했습니다.
<그림
9 Alan Harvey Guth. 출처 : romanchristendom.blogspot>
Inflation 의
정확한 기간 및 팽창범위는 자료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더욱이 팽창배율 기준이 우주의 지름 또는 반지름인지, 아니면 부피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자료가 대부분입니다. 구체의 부피는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V = (4/3) π r 3). 따라서
배율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팽창범위는 크게 변동됩니다. Alan Harvey Guth 가 최초로 제시한 수치는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
Inflation 이론이 1980 년에 처음 발표된 이후에, 해가 갈수록 여러 학자들이 각기 조금씩 업데이트된 수치를 제시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자료들의 한 예로 미국 Georgia 주립대학 천체물리학과
홈페이지를 인용 드려보겠습니다. 여기서의
그래프는 우주의 “반지름” 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그 옆의 설명은 그래프의 수치와는 맞지 않아 혼동됩니다.
<그림
10 미국 Georgia 주립대학 천체물리학과 홈페이지의 Inflation 설명.
출처 : Georgia State Univ.
Department of Physics and Astronomy.
hyperphysics.phy-astr.gsu.edu/hbase/astro/planck.html#c5>
인용문 내용을 보시면 Inflation 시대는 Big Bang 직후 10−36 초부터 10−32 로 되어 있고, 그 기간 중에 우주는 1020 ~1030 배 팽창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의 그래프를 보시면, y 축에 우주의 반지름이 meter 단위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Inflation 시대의 우주 “반지름” 수치를 자세히 보시면 10- 55 meter 에서 10- 5 meter 로 늘어난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반지름이
10- 55 meter
에서 10-
5 meter 로 늘어났다면, 1050 배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피는 (1050 )3 배
늘어난 것이므로 10150 배가 증가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왼쪽
문장에는 반지름인지 부피인지 명기도 없이 그냥 1020 ~
1030 배 팽창했다고만 되어있어
혼동됩니다. 어떤 자료에는 역시
팽창기준에 대한 언급 없이 1043 배 팽창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반지름이 10-55 meter 에서 10- 5 meter 로 늘어난 경우 1050 배가 되므로 이와 비슷한 모델의 수치로 보입니다.
하여간 여러 자료들 중에서 아래 수치가
가장 많이 제시되어 있으므로, 이것이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것으로 보입니다.
• Inflation Epoch : 10−36 초부터 10−33 또는 10−32 까지
• 팽창배수 : 1026 배. 이 수치가 제시된 자료들에도 단위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내용을
감안하면 반지름으로 생각됩니다.
2. Inflation 이 만든 한 우주 한 문화
위 단락에선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 인해, 당시 과학자들이 광대한 우주전체가 이렇게 일관된 모습과 통일된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천문학에서 Inflation 이론이 주목 받은 이유는, 이런
머리 아픈 숙제를 명쾌히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umer 에서 여러 별자리들이 완성되었을 무렵에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 무주공산 이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 때 Sumer 의 많은 사람들이 어느 날 한꺼번에 여러 제트기에 나누어 타고 한국 중국 서유럽 북미 남미 등 세계
각지로 하루 만에 이주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세계각지로 이주한 Sumer 사람들은 그들 고향에서 쓰던 언어와 생활방식은
물론, 별자리 같은 문화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을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이란 먼 지역에서 살고 있었지만, 문화의 모든 내용을 갖고 하루 만에 이주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같은 문화를 유지할 것임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우주도 Inflation 시대의 극도로 짧은 기간 동안 순식간에 광대한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따라서 초기우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우주구성 원소, 적용되는 물리법칙, 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및 분포도가 우주의 모든
지역에서 같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은 초기 우주가 갖고 있던 모든 정보들이 우주 구석구석으로 전달되었다고도 표현됩니다. 사실 지금 우리 몸을 비롯해서 지구나 태양계의 구성성분 및 태어난 과정
모두가, 우주나이 10−36 초부터 10−33 또는 10−32 까지 일어난 사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렇게 광대한 우주전체가 일관된 모습과
통일된 법칙을 따르는 것을 우주의 “균질성 (均質性)” 또는 우주의 “지평선 (Horizon)” 이라는 용어로 부릅니다. 여기의 지평선 뜻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의 “안쪽” 이란 의미입니다. 우리가 지구 땅 위에서 지평선을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평선 안쪽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므로 동일한 물리법칙 안에서 움직이며 예측 가능한 세계입니다. 거의 일정거리 마다 마을이 있고, 마을마다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같은 문화 속에서 살아 갑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평선 안쪽의 우리세계는 큰 시각으로 균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평선 바깥은 우리가 모르는 세계입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또는 어떤
물리법칙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주의 지평선 안쪽은 우리가 관측가능하며, 관측결과는 균질하고 예측가능 하다는 뜻이 됩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자료에서도 우주의 지평선
균질성 등방성 또는 평탄성 같은 난해한 용어들이 처음 제목부터 나옵니다. 이미 이들 단어 뜻을 알고 계신 분들 아니면 우주론이 어렵게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우주를 이해하는데
걸림돌만 될 것 같아, 여기서는 필요한 부분에서만 말씀 드립니다.
3. 우주먼지 속에 사라진 Inflation 시대의 중력파
작년
2014 년 3월 17일에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 (CfA. 하버드 스미소니안 천체물리학
센터) 의 몇몇 학자들이 Inflation 시대의
급격한 팽창과 이 때 방출된 중력파의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관측에는 주로 Bicep 2 전파망원경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망원경은 정확한 남극점에 설치된
Amundsen-Scott South Pole Station 이라는 연구소의 일부입니다. Bicep
2 의미는 아래 그림에 적어 드립니다.
중력파는 중력에 변화가 생길 때, 공간이 찌그러지거나 늘어나면서
생기는 파동입니다. 이 발표는 Inflation 으로 공간이 급격히 팽창하면 중력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을 것이며, 이 파동은 아직도 우주전체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 발표는 Inflation 이론이
가설단계에서 실제관측으로 증명되는 획기적 사건이었습니다. 더욱이 중력파도 인류최초로 관측되었으니,
노벨상 몇 개를 한꺼번에 받을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센터는 금년 2015년 1 월말에 수정자료를 발표하고, 당시 발표는 오류이며 관측결과의 대부분이
“우주먼지” 였다고 정정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중력파가 우주먼지 속에 사라졌지만 머지않아 이런 미해결 문제도 밝혀지겠지요. 아래 그림은 우주먼지로 밝혀진 중력파
자료와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수집했던 Bicep 2 전파망원경 모습입니다.
<그림 11 하버드
스미소니안 천체물리학 센터가 2014년 3월 17일에 발표한 Inflation 시대의
중력파
흔적이라는 것. 그러나 이것은 2015년 1월에 중력파가 아니라 우주먼지였다고 정정됨.
관측에는
주로 Bicep 2 전파망원경이 사용됨.
출처 : 하버드 스미소니안 천체물리학 센터 홈페이지뉴스 2014. 3. 17. cfa.harvard.edu/news>
<그림
12 남극점의 Amundsen-Scott South Pole
Station 일부인 Dark Sector Laboratory 건물.
왼쪽에
비스듬히 서있는 접시모양이 South Pole Telescope 이고,
오른쪽의 누운 접시모양이
Bicep 2 망원경임 (Background Imaging of Cosmic Extragalactic Polarization).
출처 :
commons.wikimedia.org>
(10) 여러가지 팽창유형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된 1964 년 이후로 1980 년대까지 추정된 우주는, 팽창이 일정비율로 계속되어 결국 터지는 풍선처럼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팽창하다가 다시 수축되어 종국엔 납작하게 찌그러지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지속적 팽창과 수축의 절묘한 균형상태인데,
사실 광대한 우주에서 이런 절묘한 균형이 유지될 확률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절묘하게 균형 잡힌 상태를 “평탄한 (Flat)” 우주 또는 우주의 “평탄성 (Flatness)” 이라고 합니다. 사실 일상에서 평탄 (Flatness) 이란 단어는 축구장이나 평편유리 같이 어떤 물체가 평평하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나 우주론에서는 팽창은 계속되지만
팽창율은 감소하며 서서히 팽창하기 때문에 풍선처럼 터지진 않는 상태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쓸데없이 어려운 용어가 우주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1980 년에 발표된 Inflation 이론은 평탄한 (Flat) 우주론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탄생
초기에 우주는 이미 급격히 팽창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팽창하는 힘과 우주내부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
서서히 팽창해 간다는 논리입니다.
평탄한 우주의 상대적 개념은 열린 (Open) 우주와 닫힌 (Closed) 우주입니다. 열린 우주는 일정속도로 계속 팽창하는 것이고, 닫힌 우주는 팽창하다
수축해서 종국에는 다시 한 점으로 찌그러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들 세가지 유형 이외에 팽창이 가속되는 (Accelerating)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림 4> 를
다시 보시면 현재시점의 위쪽 팽창곡선은 나팔 끝처럼 벌어져 있으며, 이것이 점점 빨라지는 팽창속도를
나타냅니다. 이런 네 가지 팽창유형을
그림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그림 13 우주 팽창유형>
(11) 지금 우주는 가속팽창 중
<그림 4> 보시면 Big Bang 순간을 묘사한 곳 위쪽에 Inflation 문구가 보입니다. 여기서 우주팽창 모형을 그린 곡선의 경사도를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Big Bang 부터 Inflation 시기에는 팽창곡선의 경사도가 상당히 가파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후 경사도는 38 만년 동안 조금 완만해지다가 38 만년이 되는 시점에서 거의 90° 로 꺾이고, 이후 거의 직선 같은 완만한 경사도를 유지합니다. 현재시점 가까이 와서는 다시 조금씩 증가합니다. 지금 현재는 그림의 맨 오른쪽 문구처럼
가속된 팽창 (Accelerated Expansion) 상태입니다.
이 그림의 눈금과 시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 신뢰성 있다고 가정하고 우주역사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그림에서 세로로 그려진 경선눈금은 13 칸입니다. 우주역사가 138 억년이므로 한 칸은 약 10. 6 년입니다. 팽창곡선이 거의 수평선으로 그려진 칸은
7 칸 정도 되므로 그 기간은 74. 2 억년이 됩니다. 이후 팽창곡선은 경사도가 가팔라지므로
현재까지 63. 8 억년 동안은 팽창이 가속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현재시점 부근에서 경사가 더욱 가파른 것은 팽창이 더욱 가속됨을 나타냅니다. 이런 추정에 따라 시기별로 팽창유형을 표시해서 다시 그려 보았습니다. 실제로 우 주가 팽창해온 순서와 기간도 이와 큰 차이 없습니다.
<그림
14 NASA WMAP 위성 홈페이지 모형에 따라
우주팽창을 시기와 유형별로 구분한 것>
현재 우주가 가속팽창 되고 있다는 사실은 Ia 형 초신성을
연구한 Supernova Cosmology Project 및 High-Z
Supernova Search Team 이라는 두 개의 연구팀에 의해 1998 년에 보고
되었습니다. 그 후 가속팽창에
대한 여러 관측결과가 보고되었고, 2011 년에 이르러 이들 두 연구팀 중 세 분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초신성이라고 하면, 질량이 큰 별이 별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초신성은 II 형 초신성이라 합니다. 반면에 Ia 형 초신성은 쌍성계를
이루던 한 별이 백색왜성이 된 후에, 적색거성이 된 동반성의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질량이 늘어나면 폭발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Ia 는 “아이 에이” 가
아니라 “원 에이 (One A)” 로 읽고, II 는 “Two” 로 읽습니다. 예를 들어 “Ia 형 초신성” 은 영어로 “Type One A Supernova” 가 됩니다.
아래 그림은 노벨상 공식 사이트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1998 년의 가속팽창 연구로 2011 년에
노벨상 받은 세 분 이름이 실려 있습니다.
이 분들이 노벨상을 각각 50 % 25 % 25 % 씩 나누어 가진 것이 재미있습니다. 요즘의 연구는 단지 한 두 명의 아이디어나
노력으로 이루어 질 순 없습니다. 상
받은 세 분이 마음을 비우고, 연구한 팀원 모두에게 균등분할해서 상을 주라고 노벨상 위원회에 제안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세
분 모두 미국 국적입니다.
<그림
15 2011 년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수상주제 : 우주 가속팽창 발견.
출처 : 노벨상 공식 사이트. The Official Web Site of the Nobel Prize. nobelprize.org>
(12) 암흑가 두 형제에 달려 있는 우주의 미래
2011 년의
노벨 물리학상 주제처럼, 현재의 우주는 가속팽창 한다고 인정됩니다. 이런 가속팽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암흑에너지 입니다. 그런데 암흑에너지는 그의 동생 암흑물질과 더불어 대표적인 우주 암흑가 형제입니다. 이들 두 명이 각기 어떤 길을 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물질
(Matter) 이라고 하면 모두 질량을 가지며, 따라서 “중력” 도 갖게 됩니다. 암흑물질 (Dark Matter) 도
당연히 질량과 중력을 갖는 물질인데, 아직 어떤 물질인지 몰라서 암흑
(Dark) 이란 명칭을 붙인 것입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어떤 은하를 광학적으로 관측해서 질량을 계산하면 이 은하의 중력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은하가 주변에
미치는 실제중력으로 산출한 질량은 관측질량 수치보다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이 질량의 차이가 바로 암흑물질의 질량이 됩니다.
질량을 갖는 물질은 당연히 상대방을 “끄는 힘 (인력 引力)” 인 중력이 있습니다. 일반물질과 마찬가지로 암흑물질도 우주의 다른 물질들을 끌어들이므로 우주의
“수축” 에 기여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주를 수축시키는 변수는 일반물질
중력과 암흑물질 중력의 합계입니다.
에너지
(Energy) 는 질량을 갖고 있지 않은 “힘” 입니다. 건전지의 전기나 자석의 자기력은 질량이
없지만 힘은 갖고 있으며, 이들을 에너지라 부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그 정체를 몰라서 암흑 (Dark) 단어를 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는 중력과는 반대로 상대방을 “밀어내는 힘 (척력 斥力)” 입니다. 따라서
우주의 다른 물질들을 밀어내므로 우주의 “팽창” 에 기여하게
됩니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인 암흑에너지가 충분히
크다면,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의 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력을 훨씬 초과해서 우주를 가속적으로 팽창시킬
것입니다. 이 경우 우주공간은
끝도 없이 팽창되며,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온도가 극도로 내려가는 Big Freeze (빅 프리즈. 대동결) 또는 Big Rip (대파괴. 찢어짐) 이라 불리는 파국을 맞게 됩니다. 반면에 암흑물질 세력이 우주를 장악하면,
Big Bang 시점처럼 우주는 다시 한 점으로 찌그러지는 “Big Crunch (빅 크런치. 대함몰)” 의 운명이 됩니다. Big Freeze 가 되든, Big
Crunch 가 되든, 지금의 우주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미래의 우주는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
(13) 인간의 운명은 몰라도 우주의 미래는 알 수 있다
1. 세력평가의 척도 E = mc2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알기 위해선 현재의
모습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우주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현재시점에서
우주를 지배하는 세력분포가 일반물질 4.9 %, 암흑물질 26.8 %
암흑에너지 68.3 % 임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수치는 Planck 위성의
탐사자료를 기초로 2013년 3월에 발표된 것이며, 현재까지는 가장 정확하다고 인정되는 수치입니다.
참고로
NASA 의 WMAP 위성 홈페이지 (map.gsfc.nasa.gov) 에는 WMAP 의 측정자료로
“2013 년 1 월” 당시
자료임을 밝히면서 일반물질 4.6 %, 암흑물질 24.0 % 암흑에너지 71.4 % 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위에서 2013년 3월의 Planck 위성자료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그림 16 일반물질, 암흑물질의 중력과 암흑에너지가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율.
Planck 위성자료로 2013년 3월에 발표된 수치. 출처
: arstechnica.com/science/2013/03> .
그런데 위 단락에서 언급 드린 것처럼,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의 측정단위는 “질량 (Mass)” 입니다. 질량의 뜻은 물질 (質) 의 양 (量) 입니다. 그러나 암흑에너지의 측정단위는 질량이 아니고 에너지이며 다른 말로는 “힘 (力 Force)” 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에너지 또는 힘의 종류에는 중력을
비롯해서 전자기력 강력 약력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일반물질 및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측정단위가 다른데, 어떻게 <그림 16> 처럼
분포비율을 계산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져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만인의 상식 E = mc2 이란 공식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E : 에너지. m :
질량. c : 빛의 속도). 산술적으로 E = mc2 는 m = E / c2 로 바뀔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빛의 속도인 c 는 상수이므로 에너지 E 와 질량 m 은 어느 한쪽 단위로 환산될 수 있습니다. <그림 16> 의
비율은 이렇게 측정단위를 질량 또는 에너지의 같은 단위로 통일시켜 비교한 것입니다.
이 수치에서 보이듯이 암흑에너지가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의 합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미래에 우주가 가속팽창 한다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모르던
1990 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주의 미래에 대해 Big Feeze 와 Big Crunch 의 가설이 대립했으나, 지금은 Big Feeze 로 대세가 기운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 방향으로 진행되는 우주모습은 어떨지 상상해보겠습니다.
2. Force 의 균형을 기원함
AD 1000 억~1 조년 기간에는 우리은하 주변 국부은하군 (Local Galaxy
Group) 은 처녀자리 은하단 (Virgo Cluster) 방향으로 계속 밀려납니다. AD 1500 억년 경부터는 지구에서
처녀자리 은하단조차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유는
AD 1500 억년 이후에는 이 은하단과 지구 사이의 팽창된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 은하단에서 나온 빛이나 전파가 그 때 시점에도 아직 지구에 도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인 AD 50 억년 경이면 이미 크게 부풀어 있을 태양과 함께 지구도 사라져, 지구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도 없겠지요.
AD 2 조년 이후에는 처녀자리
초은하단 구성원들도 같은 이유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지구에서 보이는 밤하늘은 아무것도 없는 검은 색이 될 겁니다.
아래 그림은 국부은하군, 처녀자리 은하단 및 처녀자리 초은하단 위치 및 거리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 그림의 거리 표시는 우주팽창이 감안된 거리이므로 일반적 의미의 광년
단위 거리로는 그림에 표기된 거리보다 클 것입니다.
<그림 17 국부은하군, 처녀자리 은하단 및 처녀자리 초은하단 위치 및 거리.
이 그림의 거리는 “우주팽창이 감안된 거리”임 (Light Travel Distance).
일반적 의미의 광년 단위 거리로는 그림에 표기된 거리보다 훨씬 큼. 그림제작 : Richard Powell.
출처 : atlasoftheuniverse.com. 그림의 좌표계는 초은하좌표계 (Astro News Serial No 12. Oct. 2012 참조)>
AD 100 조년부터는 드디어 우주 구성원의 멸종인 축퇴 (縮退. Degenerate) 시대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부터는 전 우주에서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새 생명의 탄생은 없으므로 늙어 죽어가는
별들만 남게 됩니다. 이 시대의
우주는 적막하고, 극도로 차가운 어둠 속에서 가끔 초신성 폭발의 깜박임만 보이게 됩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우주팽창이 계속될까요 ? 답답하지만 현재로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원래 한 몸이었던 선과
악은 세상으로 나오자 서로 반대의 길을 가게 됩니다. 암흑가의 두 형제,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도 Big Bang 이전에는 한 몸이었으나 우주에서는 서로 만날 수 없는 길로 달려갑니다. 현재로선 암흑에너지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그 승리의 결과는 축하해줄 별들도 없는 적막뿐입니다. 암흑가 두 형제의 대타협으로 Force 가
균형을 이루어 우주의 번영이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연도별
우주미래에 대한 내용을 참고한 자료 : Astronomy Magazine Feb. 2015.
편집장
David J. Eicher 의 기사)
(14) 언제가 되어야 시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까 ?
볼 때마다 변해있는 달, 매일매일 50 분씩 늦게 뜨는 달,
바라보고 있으면 금새 서쪽으로 넘어가는 금성, 달마다 조금씩 변해있는 목성 위치, 순간순간마다 바뀌는 저녁노을 빛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물러나는
썰물, 물만 먹고도 잘 자라는 화초, 몇 번 자고 일어났는데
다시 돌아오는 월말, 어제 낸 것 같은 데 또 내야 하는 핸드폰 사용료, 부모님 결혼사진, 영화 스팅과 캡틴아메리카에 나온 로버트 레드포드
모습…. 문득문득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실감되는 것들입니다.
10−36 초, 38 만년, 4 억년, 138
억년, 2 조년, 100 조년…..
제 머리로는 도저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이런 수치들을 운운하고 있으려니, 살면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들조차 겨울바람 흙먼지처럼 생각됩니다. 지금 발 딛고 사는 지구 위에서 우리의 시간을 들여다 보려니 그럴지도 모릅니다. 깡통 속에서만 사는 개미가 함박눈 내리는
겨울새벽의 고요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영화에서처럼 시간이 다른 속도로 가는 행성에 들렀다 온다면 모를까, 지구 위에서는 시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기자신이 없으면 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시간이란 것도 자기자신이 있어야 흘러갈 겁니다. 비록 우주가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시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 유장하게 흘러가는 우주의 강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II. 담천잡담
다른 문화 다른 별자리 (2) – 호주 원주민의 Orion
(1) 국민별자리
Orion 유감
우리나라에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잘 알고 계신 별자리를 꼽으라면 분명히 Orion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Orion 은 국민별자리로도 불리고, Orion 성운을 국민성운이라고도 합니다. 북두칠성은 별자리가 아니고, 굳이 분류하자면 Asterism 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민가수 국민영화베우로 불리는
분들을 보면, 사생활이 깨끗하고 성품도 존경할 만합니다. 아무리 재주가 많고 유명해도 자주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인격이 곱지 않다면
이런 호칭을 얻지 못할 겁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국회위원도 지냈던 어느 영화배우는 국민영화배우로 불리지 않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판단이
얼마나 냉정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Orion 자리는 Sumer 에서 “아누 신의 진정한 목자 (True Shepherd of Anu)” 였습니다. 직업은 양치기 이지만 An (안) 신의 지시사항을 여러 신들에게 전달하는 전령역할도 합니다. 별자리 이름에 True (진정한) 가 붙은 걸로 보아선, 충성심 많고 진실한 전령으로 생각됩니다. 그리이스의 Orion 은 재주가
많으나, 겸손하지 못하고 자만심이 강한 성격입니다. 결국
그의 자만심 때문에 Hera 의 미움을 받게 되고 전갈과 싸우다가 헤엄쳐 도망치는 도중, 오빠의 계략에 속은 Artemis 가 쏜 화살에 맞게 됩니다. Artemis 는 Orion 의 연인입니다 (한담객설
2015 년 6월 4일, 4월 26일자 참조).
만일
Orion 과 같은 성품이라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우리나라에선 결코 “국민” 이란 접두어는 붙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도 Orion 자리나 Orion 성운을 국민별자리나 국민성운으로 부르는 까닭은 많은 분들이
Orion 자리가 생겨난 사연에는 관심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만들고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별자리가 밤하늘에 없어서 그럴 겁니다. 어린이들에게도 자랑스럽게 얘기해 줄 수 있는 진정한 국민별자리를 갖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 Saucepan (소스팬) Asterism
Sumer 에선 목자였고 그리이스에선 Orion 이었던
이 별자리는 호주에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호주의 은하수처럼, 호주는 땅이 넓으므로 지역마다 Orion 을 보는 시각이 달랐을 겁니다. 그러나 전체 별자리가 아니고 Orion
을 구성하는 일부 별들로 만든 어떤 Asterism 은 호주대륙 대부분에 걸쳐 같은 모양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선 Orion 과 관련된 Asterism 과 별자리 전체모양의 두 가지를 알아 보겠습니다.
저는 오리온 단어를 보면 쵸코파이가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이것 때문에
국민별자리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Orion 을 보면 먹는 것부터 생각나는 것처럼, 호주대륙 원주민
대부분도 Orion 을 보면서 먹는 것을 생각했나 봅니다. 그들이 Orion 으로 만든 Asterism 은 “Saucepan (소스팬)” 입니다.
Saucepan 은 소스나 스프를 만들 때 쓰는 손잡이 달린 냄비 입니다. 이 물건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북두칠성의 국자 닮았습니다.
<그림 18 Saucepan (소스팬). 출처 : copperwaredelights.com>
이
Saucepan Asterism 을 아래에 그려 드렸습니다. 호주에서 보이는 Orion 은
북반구에서 보이는 모양의 상하좌우 도립입니다.
별 위치를 비교해 보시도록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Orion 을 먼저 올려 드립니다.
<그림 19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Orion 자리.
출처 : Stellarium 화면. 편집
및 추가>
<그림 20 호주에서 보이는 Orion 자리와 Saucepan (소스팬) Asterism.
출처 : Stellarium 화면. 편집 및 추가>
위 그림에서 황색선이 Saucepan 입니다. Orion 자리 에타별 (η Ori) 에서 시작해서 Orion Belt 와 Orion 성운을 지나 Saiph 에서 끝납니다. 일반적인 별자리 그림에서 에타별 (η Ori) 은
Orion 이 허리에 차고 있는 칼 손잡이 입니다. 허리띠인 Orion Belt 세
별은 Saucepan 바닥이 되었고, Saiph 는 냄비
손잡이로 전락했습니다. 북반구에서 보이는 Orion 에 Saucepan 을 넣어 보면 아래 그림처럼 됩니다. Orion 이 칼 대신 Saucepan
을 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림 21 북반구에서 보이는 Orion 에 그려 넣은 Saucepan.
배경성도
출처 : A. Jamieson - Celestial Atlas (1822). ianridpath.com. 편집
및 추가>
(3) 카누와 삼형제 별자리
이번에는 호주북부 원주민이
Orion 의 전체모습으로 생각한 별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원주민 이름은 Yolngu (욜뉴) 부족이며, 호주북부 Arnhem
Land (안헨랜드) 지방에 삽니다. 지난 호 은하수 부분에서 언급 드렸던
Wardaman (와다만) 부족 거주지의 바로 동쪽입니다.
<그림 22 Yolngu (욜뉴) 부족 거주지인 Arnhem Land 위치.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편집
빛 추가>
Yolngu 부족은 Orion 자리를 Julpan 또는 Djulpan (쥴판) 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이 단어의 뜻은
카누 (Canoe) 입니다. Yolngu 부족 구성원 중에 Nulkal (눌칼) 씨족이 있었습니다.
Nulkal 이란 말은 Yolngu
부족 언어로 Kingfish (왕고기) 입니다.
Nulkal 씨족에는 자기 씨족이름의 기원인 Kingfish 를
잡아먹으면 안된다는 규율이 있었습니다. 아마
자기들 조상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호주 북부바다에서 잡히는 Kingfish 가 어떤 물고기인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중미 동부해안에서 잡히는 속칭
Kingfish 라는 것이 있는데, 본명이 King Mackerel
이란 것도 있고 King Croakers 도 있었습니다. 모두 대구 (大口) 의 한 종류이며 길이가 70~80 cm 이므로 큰 편에 속합니다. 이것들이 호주 북부에서도 잡힌다는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Nulkal 씨족의 Kingfish 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므로 대구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어느 날
Nulkal 씨족의 어떤 삼형제가 카누 (Canoe) 를 타고 바다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잡히는 물고기가 모두 Kingfish 라서 잡히는 대로 다시 놔주어야 했습니다. 한나절이 지나자 너무 배가 고파 삼형제 중의 한 명이 이 물고기를 잡아
먹게 됩니다. 이를 보고 열 받은
태양의 여신 Walu (왈루) 가 물기둥을 솟구치게 해서
카누와 세 형제를 하늘나라로 끌어 올리고, 이들이 모두 별자리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규율은 어겼지만 도리어 하늘나라 별자리가
되었으니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 23 카누
(Canoe) 와 삼형제 별자리.
호주북부 Yolngu 부족 구성원인 Nulkal (눌칼) 씨족의
전설. 전설을 참조한 자료 : Australian Aboriginal
Astronomy. emudreaming.com.
배경그림 출처 : Stellarium 화면. 편집 및 추가. 물고기 그림 출처 : 123rf.com>
이 별자리에선 Betelgeus 가 뱃머리 (이물) 이고, Rigel 이
배 뒷부분 (고물) 이 됩니다. Orion Belt 세 별은 삼형제를
나타냅니다. NGC 1973/1975/1977 및 M43 M42 는 낚시줄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고기에 해당하는 별들은 특별히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궁금해서 별자리를 한참 들여다
보니, 옛날 호주
원주민이 이 별자리를 만들 때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별자리 전설을 인용한 자료에는
물고기 부분 별들이 없는 것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없습니다. 어떤 개인자료에선 M43 과 M42 가 물고기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삼형제 중의 한 명이 물고기를 잡아 먹었으므로 낚시줄까지만 별자리가
되었을 겁니다. 이 별자리를 만들던
옛날 호주 원주민의 생각이 요즘 사람들이 만든 자료보다 논리적으로 보입니다.
(4) 새로
만다라 (曼陀羅) 를 만든다면
Yolngu 부족의 카누와 삼형제 별자리는 Yolngu 문화의 산물입니다. 만일 호주 중부내륙에 사는 부족이라면
결코 카누를 생각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지난
호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은하수를 호주 동부에선 Emu 로
보았고, 호주 북부는 무지개 뱀으로 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이를 근거로 유추해본다면, 별자리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의 반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밤하늘 별들은 우주가 빚어낸
순수한 예술입니다. 그 예술을
감상하다 보면 별자리를 그려보게 되고, 자연히 별자리가 만들어진 얘기들이 떠오릅니다. 그것들 중 많은 숫자가 그리이스 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그리이스
신화 중 많은 부분이 전투, 살생, 자객, 모략, 외도, 질투 심지어
현대에 들어서 최악의 범죄로 분류되는 납치와 관련된 것도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인간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하늘에 옮겨 놓은 것이 됩니다. 그러나 요지경 같은 세계뉴스를 보고 난 후 밤하늘을 볼 때는, 뉴스보다 훨씬 더 심한 요지경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Tibet 불교의 만다라 (曼陀羅) 는 채색모래를 뿌려서 만들어
집니다. 기존의 만다라 모래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새로 만다라를 만드는 것처럼, 제게 별자리들을 새로 만들 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과연 저는 일부
그리이스 신화와는 다르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만다라를 만들 수 있을까요 ? 다르다면 어떤 얘기들로 채워나갈 수
있을까요 ? 가능성은 고사하고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홀로 답답할 따름입니다.
III. 월하산책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서 (17) – 요단강
자리 Jordanus
(1) 누이같은 섬진강,
스승같은 요단강,
이번에 알아볼 별자리는 네덜란드의 Petrus Plancius
(플란시우스 1552~1622) 가 만든 요단강
자리 입니다. 요단강은 규모로는
별 볼일 없는 강이지만, 구약과 신약성서 여러 곳에서 언급되므로 종교인들에겐 의미가 깊은 강입니다.
그러나 성서시대의 이런 좋은
뜻과는 달리, 요즘에 이 강 이름을 딴 “요단강 서안 (西岸
West Bank)” 이란 단어를 들으면 탱크의
굉음과 전투기 폭격모습부터 떠오릅니다. 아래에선
이 별자리 모습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요단강에 얽힌 사연들도 같이 알아 보겠습니다. 요단강 이름은 잘 아시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아시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별자리를
찾아보기 전에 우선 이 강 모습부터 살펴 봅니다.
<그림 24 요단강 위치. 오른쪽 그림은 상류 발원지 부근을 확대한
것.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편집
및 추가>
요단강의 영어표기는 Jordan River 또는 River Jordan 입니다. 그러나 같은 철자를 쓰는 국가이름 Jordan 은 요르단으로 적습니다. 사실 요단강도 원칙적으로는 요르단 강으로 표기해야 되지만, 예전부터 우리말 성서에 요단강으로 적혀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사용됩니다. 여기서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요단강으로 표기하겠습니다.
요단강의 영어 Jondan 은 Hebrew 어로
Jor + Dan 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여기서 Dan 은 이 강의 발원지에 가까운 곳의 작은 지류 (支流.
냇물) 이름이라고 합니다. 위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작은 시냇물
정도로 보입니다. Jor 는 흘러
내려간다 (Flow down) 뜻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풀이하면 “Dan 냇물이
흘러내려가는 강” 이 될 겁니다. 이 강의 길이는 251 km 이며, 넓은 곳의 강폭은 10 m 정도라고 합니다. 깊이도 가장 깊은 곳이 2 m 밖에 되지 않습니다.
상류지역을 확대한 오른쪽 그림에는
발원지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Hasbani 강은 Lebanon 이고,
Banias 강은 Syria 영토 입니다. 이 두 나라에서 시작된 요단강은 갈릴리 호수 (Sea of Galilee) 를 거쳐 사해 (死海 Dead Sea) 로
흘러 들어갑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보통의 강과 달리, 중간의 호수에서 멈춰버렸으니 “허리가
끊어진 강” 입니다. 요단강을 한자로 써서 요단강 (腰斷江) 으로 불러도 될 듯 합니다.
이 강과 길이가 비슷한 우리나라
강으로는 섬진강 (蟾津江) 이 있습니다. 섬진강 길이는 212 km 라니, 요단강보다 39
km 가 짧습니다. 강
이름에 들어간 “섬 (蟾) “글자 뜻은 두꺼비라고 합니다. 순우리말로는 “두꺼비 나루” 강이 되겠네요. 꽤 오래 전에 이 강의 하류지역을 다녀 본 적이 있습니다. 매실
(梅實)
과수원을 따라 강 주변을 하얗게 뒤덮은 매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강과 산을 20 년 이상 걸어서 답사한 신정일 (辛正一 . 1954~현재) 이란 분은 섬진강을 “퍼주고 또 퍼주어도 티를 내지 않는 누이 같은
강,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흐르는 강” 이라고 표현합니다.
신약성서의 요단강은 세례 요한 (John the Baptist) 이 사람들에게 세례 (洗禮) 를 해주던 강입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은 의미는 논란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세례 요한의 인도로 세례를 받는 것은 그 동안 지은 죄를 씻어내고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일 겁니다. 이런 의미로 보면 요단강 단어에선 회개 (悔改)
로 인도하는 엄격한 스승 같은 이미지가 묻어 납니다. 우리의 섬진강과 길이는 비슷하더라도 그 느낌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2) 지상에서
영원으로
지난 호의 수탉과 마찬가지로
요단강도 Plancius 가 1612 년 (또는 1613 년) 에
만든 천구에 처음 등장합니다. 아래
그림은 Plancius 의 천구를 일반성도 방향과 맞도록 좌우도립 시킨 것입니다. 오른쪽 황색원 위치가 요단강 자리입니다.
가운데 짐승은 큰곰자리 (Ursa Major) 입니다. 큰곰 꼬리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강 상류가 두 줄기로 갈라져 있습니다. 1612 년의 천구에 요단강 발원지가
이처럼 자세히 표시된 것이 놀랍습니다. Plancius
는 수학자 천문학자인 동시에 지도 제작자였습니다. 전공분야라서 이 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 25 Petrus Plancius 의 천구 (1612 또는 1613) 에 보이는 요단강 자리.
천구를
일반성도 방향과 맞도록 좌우도립 시킨 것.
출처 : atlascoelestis.com>
Plancius 가 만든 다른 별자리와 마찬가지로 이 별자리 역시 만든 배경에 대해 그가 직접 기록한 자료는 없습니다. 후대의 학자들은 성서에 나오는 요단강을 모델로 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의견으로도 이것은 맞는 해석으로 보입니다.
(3) Plancius 의 일곱개
별자리 정리
Plancius 가 만든 별자리들은 모두 일곱 개입니다. 지난 호에서 몇 가지만 간단히 말씀 드렸으나, 이번 기회에 Plancius 가 만든 별자리 모두 정리해보고 지나가겠습니다.
1.
현재 전해지는 별자리
1)
외뿔소
(Monoceros)
• 1612 년 발표. 1612 년 천구에 등장.
Plancius 는 Unicornu 로 표기함. Unicorn 의미.
Plancius 이전에도 점성술에선 이 부근에
말 (馬) 등의 동물로 묘사된
기록이 있지만, 소속별 목록이 없어 체계적 기록은 아님.
•
후대 학자들은 Plancius 가 성서에 나오는 동물을 따라 만들었다고 함.
그런데
구약성경 욥기 (Job) 39:9 및 이사야 (Isaiah) 34:7
등에 나오는 동물은
판본에
따라 아래 도표처럼 다르게 표기됨.
<그림 26 구약성경 욥기 및 이사야의 동물 명칭
• Hebrew 어로 Re’em 은 원래 “소 (Cattle) 조상의 한 종류”
였다고 함.
KJV 를
만들던 사람이 Hebrew 어의 Re’em 을 “잘못 번역” 해서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Unicorn 으로 번역했다는 것이 정설임.
NIV 에선
이런 오류를 수정해서 Wild ox (들소) 로 고쳤고, 우리말 개역개정
판본에도
“들소” 로 표기됨.
• KJV 는 Plancius 가 외뿔소 자리가 실린 천구를 만들던 때와
같은 연도인
1612 년에
처음 출판됨. 그렇더라도 KJV 이전의 성서에도 Re’em 이 Unicorn
이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었을 것임.
Plancius 는 당시 성서를 참고해서
그대로 Unicornu (Unicorn) 이란 명칭을 썼고, 별자리 그림도
그리이스 버전
Unicorn 으로 표현했음.
2) 기린 (Camelopardalis)
• 1612 년 천구에 처음 등장.
Plancius 가 기린자리를 만들게 된
배경을 직접 기록한 자료는 없음.
• 후대 학자들의 해석은 그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Rebecca 결혼얘기를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함. 그런데 낙타와 기린의 그리이스어 단어가 비슷해서
낙타를 기린으로 잘못 알고 기린자리를 만들었다고 함.
• 개인의견으론, 이런 해석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Plancius 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생각됨.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음.
a) 창세기 24:64 을 보면, Rebecca 가 Abraham 의 아들 Isaac 과 결혼하기 위해
타고 간 것이 기린 (Giraffe) 이 아니라 낙타 (Camel) 로 기록되어 있는 것은
사실임. 당시에도 Canaan 땅에
기린은 살지 않았음. 아래 그림
참조.
<그림
27 창세기 24:64 일부. 출처 : 다국어성경.
holybible.or.kr>
<그림
28 창세기 24:64 내용을 묘사한 그림.
출처 : biblequestion.files.wordpress.com.
출처에는 Friedrich Bouterwek 작품이라고 함. 출처에 제작연도 기록 없음>
b) 또한 그리이스어로 낙타와 기린의 두 단어가 비슷한 음절로 시작되는 것도
사실임.
<그림 29 낙타외 기린의 그리이스어의 영어표기>
c) 그런데
Plancius 가 보았던 구약성서도 위 그림의 KJV 에 표기된 것과
같이 Camel 로 표기되어 있었을 것임. 그가 Camel 단어를 그리이스어로
바꿀
때 실수를 해서 기린의 뜻인 Kamilopardali 로 적었다면, “별자리그림” 은
낙타이고, “별자리이름” 만 기린의 뜻인 Camelopardalis 가 되어야 함.
d) 혹시 그가 그리이스어로 된 구약성서를 보았더라도, 그곳에도 낙타 뜻인
Kamila (카밀라) 로 적혀있었을 것임. 설령 그가 Kamila 를 기린으로 잘못
이해했다면, 별자리그림은 기린이고 별자리이름은 Kamila 가 되어야 함.
e) 수학자 천문학자 지도제작자였던 Plancius 의 직업을 감안하면,
Canaan 지역에 기린이 살지 않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움.
더욱이 그가 1612 년에 만든 천구의 기린 모습은 기린 등 위에 도저히
사람이 탈 수 없을 만큼 경사져 있음.
•
따라서 단순히 Plancius 의 실수로 볼 수는 없고, 유럽엔 살지
않고 모습도 특이한
기린이라는 동물을 소개하려고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생각됨.
Plancius 은
남반구 탐사를 떠나는 Pieter
Dirkszoon Keyser 와 Frederick de Houtman
에게 수학과 천문학을 지도했음. 이들은 탐사 후 신기한 남반구 동물로 별자리를
만들었으며, Plancius 가 이에 자극 받았을 수도 있음. 이들이 아래의 동물 별자리를
만든 때는 Plancius 가 기린자리를 만들기 전임.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후대 학자
들이 성서에만 국한된 시각으로 그의 의도를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음.
극락조 (Apus)
카멜레온 (Chamaeleon) 황새치 (Dorado) 황새
(Grus)
공작 (Pavo) 불사조 (Phoenix) 큰부리새 (Tucana) 날치 (Volans)
• Plancius 천구의 기린 그림 및 기타사항 한담객설 –
2015. 6. 4 일자 참조.
3) 비둘기 (Columba)
• 1592 년 발표. 1594 년 천구에 처음 등장.
Plancius 는 Columba Noachi 로 표기함. Noah’s Dove 노아의 비둘기.
• 기타사항 한담객설 – 2015. 6. 4 일자
참조.
2.
지금은 사라진 별자리
1) 벌 또는 북쪽파리 (Apes 또는 Musca Borealis)
• 1612 년 천구에 처음 등장.
원래 Plancius 가 만든 것은 “파리” 가 아니라 “Apes (벌들)” 이었음.
(Apes 는 복수형. Apis 는 단수형).
• 위에서 언급드린 Pieter Dirkszoon 과 Frederick de Houtman 은 항해 후에
남반구에 파리자리 (Musca) 를 만들었음. Plancius 는 이에 자극 받아 북반구에
파리와 모양이 비슷한 벌로 별자리를 만들었다고 전해짐.
• Apes (벌들) 은 나중에 Apis (벌) 또는 Vespa (말벌) 등으로 이름이 변해가다가,
1690 년에 Hevelius 는 벌을 파리로 오인하고 Musca Borealis (북쪽파리) 라고
이름 붙임. 1928~1930 년 IAU 에 의해 삭제됨.
• 기타사항 Astro News Serial No 16. Apr. 2013 참조.
2) 수탉 (Gallus)
• 1612 년 천구에 처음 등장. 1690 년 Hevelius 에
의해 삭제됨.
기타사항 한담객설 – 2015. 6. 4 일자
참조.
3)
요단강 (Jordanus)
• 1612 년 천구에 처음 등장. 1690 년 Hevelius 에
의해 삭제됨.
이번호 한담객설.
4) 티그리스 강 (Tigris)
• 1612 년 천구에 처음 등장. 1690 년 Hevelius 에
의해 삭제됨.
다음호 한담객설에 게재 예정.
(4) 영원에서
다시 지상으로
Plancius 의 1612 년 천구에선 요단강의 정확한
위치와 소속 별들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1621 년에 발행된
Issac Habrecht (하브레히트) 성도에 와서야 비로소 상세한 내역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Habrecht 성도의 1666 년 판본입니다. 큰곰 꼬리 부분에서 시작해서 큰곰을 한바퀴
돌아 기린 (Camelopardalis) 앞다리를 타고 올라간 다음,
기린 가슴에서 끝납니다. 그림만으로
보면 큰곰을 가둬놓은 우리 같습니다.
<그림 30 Issac Habrecht 성도. 초판 1621 년. 위 인용그림은 1666 년
판본.
출처 : 막스 플랑크 과학사 연구소 웹사이트. Echo – Cultural
Heritage Online.
echo.mpiwg-berlin.mpg.de>
그러나 Hevelius 가 1690 년에 만든 성도부터는 요단강이
보이지 않습니다. 요단강이 흐르던
곳은 다른 동물들 놀이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 보십시오.
<그림 31 Hevelius –
Uranographia (1690). 출처 : Tartu
Observatooriumi Virtuaalne Muuseum.
원본성도 그림 좌우도립 편집, 추가>
위 그림은 Hevelius 성도를 일반성도 방향에 맞게 좌우도립 시킨 것입니다. 큰곰주위를 사냥개 작은사자 살쾡이의 네 마리 동물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사냥개는 두 마리).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큰곰이 수영하며 놀던 강물까지 마르게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한편,
1690 년 이후에 발행된 성도에도 요단강 자리가 나오는 것이 있어서 소개 드립니다. 아래 성도는 Johann Ludwig
Andreae (안드레. 1667~1725. 독일) 가 1724 년에 발행했습니다. 큰곰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요단강 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Plancius 및 Habrecht 성도와는 다르게, 요단강 발원지 방향이 큰곰머리 쪽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여간 여기에 요단강은 실렸더라도, 학계에선 그리 중요시되지 않는 성도입니다. 따라서 요단강 자리는 1690 년에
사라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림 32 Johann Ludwig Andreae 성도와
요단강 자리 부분확대. 1724 년
발행.
출처 : crouchrarebooks.com>
(5) 예전엔 젖과 꿀이 흐르는 Promised Land,
지금은 폭격맞기 쉬운 Bloody
Land
신약성서에서의 요단강 의미가 세례 요한 (John the Baptist) 의 존재
및 예수님이 세례를 받은 강이라는 것에 있다면, 구약에서의 의미는
Egypt 탈출 유대인들이 Canaan (가나안) 으로
들어갈 때 관문 (關門) 역할을 했던 강이라는 데 있을
겁니다. 종교적으로 Canaan 은 보통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으로 표현됩니다.
과장법을 썼으나 느낌은 소박하고, 최상급을 나타내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표현입니다. 이런 기막힌 표현은
과연 누구 작품 일까요 ? 아래
성서 보십시오.
<그림 33 출애굽기
3:7~8. 일부중략. 출처 : 다국어성경. holybible.or.kr>
위 문구는 모세의 질문에 하나님이
대답하는 부분입니다. 성서에서
보시듯이 이 말은 하나님 (여호와, the LORD) 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물론 구약의
집필자 손을 거쳐 수정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누가 했더라도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간절히 원해오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표현으로 생각합니다.
하여간 하나님께서 직접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하셨으니, 전혀 의심할 여지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Egypy 를
탈출한 유대인들에게는 이곳이 하나님으로부터 약속된 땅 (Promised Land) 으로 불리게 되고, 동시에 “천국 (Heaven)” 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성서역사에 따르면
그들은 BC 1500 년경 요단강을 건너고, 여호수아의 지휘
아래 유대인 군대가 여리고 성울 점령하면서 드디어 Egypt 탈출여정을 끝내게 됩니다 (여호수아 : Joshua. Hebrew 어의 영어표기는 Yehoshua. 여리고 : Jericho).
그런데 <그림 24> 를 다시 보시면 요단강은 Israel 의 동쪽 끝에 있습니다. Egypy 에서 Israel 로 가려면 동쪽으로 계속 가면 되며, 요단강은 Israel 의 동쪽 경계선이므로 요단강을 건널 일은 없게
됩니다. 그러나 구약성서 여호수아 3 장에는 Egypy 탈출 유대인들이 요단강을 건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호수아 3:17. (중략) 그 모든 백성이 요단을 건너기를 마칠 때까지 모든 이스라엘은 그 마른 땅으로 건너갔더라. 개역개정).
성서학자들이 복원한 이들의
천국향 (天國向) 여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34 유대인의
Egypt 탈출여정과 요단강 위치
출처 : Calgary University 웹사이트 (ucalgary.ca) 참고해서
다시 그림>
천국의 지리적 위치로 보아선
요단강을 건너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모세 (Moses 또는 Mose) 일행은 40 년 동안 Sinai 반도를 한바퀴 돌아 Sinai 산을 거쳐 요단강 동쪽에서 서쪽으로 강을 건넜습니다. 만일 이들이 지름길을 택했다면, 요단강을
건널 일도 없고, 이 강이 종교적으로 크게 유명해질 일도 없으므로 당연히 요단강 별자리는 생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모세의 깊은 뜻을 일개
범부 (凡夫) 가 알 길은 없으나, 아마도 Sinai 산에 들러서 십계명을 받아가라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Egypy 탈출 유대인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자손들이 고행
끝에 도착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관문은 현재 West Bank (요단강 서안) 으로 불리며, 정치적으로는 Palestine 국가 (State of Palestine) 의 영토입니다. 이 지역 동남쪽에는 예수님의 출생지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베들레헴 (Bethlehem) 이 있고, 동
(東)
예루살렘도 서쪽 경계선에 위치 합니다. 서 (西) 예루살렘은 Israel 영토입니다. 참고로 Nazareth (나자렛) 은 Israel 의 북부에 있습니다.
<그림 35 West Bank (요단강 서안) 와 Palestine 국가 영토.
출처 : kids.britannica.com >
Palestine 국가의 영토에는 Gaza (가자) 도 포함되지만, 여기는 Palestine
의 또 다른 분파인 Hamas (하마스) 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Palestine 국가의 실제통치권이 미치지 않습니다. West Bank 와 Gaza 모두 Israel 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충돌이 있을 때마다 Israel 전투기가 이곳들을 폭격했다는 뉴스도 자주 들립니다.
여리고 (Jericho) 입성은 구약성서의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베들레헴 (Bethlehem) 에서의
예수님 출생이 없었다면 신약성서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구약과 신약의 가장 중요한 사건현장 모두가
지금은 처절한 분쟁지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전에 유대인들은 젖과 꿀을 기대하며 요단강을 건너 West Bank 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무 생각 없이 이곳으로
들어갔다간, Israel 전투기가 뿌리는 폭탄 얻어맞기 십상일 겁니다. 성서시대의 요단강 서쪽은 하나님의
Promised Land 였으나, 지금 그곳은 포연 (砲煙) 자욱한 Bloody Land 가 되어버렸습니다.
(6) 우리말
요단강 성가와 영어 원문성가
저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요단강
별자리를 처음 보았을 때, 기독교 성가가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아마 조문 갈 때 가끔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종교문화 영향 때문에
일상에서도 “요단강을 건넜다” 라고 하면 돌아가셔서 천국에
가셨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Egypt 탈출 유대인들은 요단강을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으로 입성했습니다. 그런데 종교적 관점에선 이승세계는 천국이 아니며, 천국은 죽어서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저승에서 요단강을 건너야만 천국에 도착한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을
겁니다.
요단강 자리 살펴 보다가, 이 성가의 원문가사에도 과연 요단강 단어가 나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이 성가의
원곡과 가사를 찾아 보았습니다.
우리말 성가는 후렴구인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가 너무 유명해서 이것이 제목으로도 불립니다. 이 구절의 뜻은 “우리도 조만간 돌아가신 분께서 가신 천국으로 따라 갈 테니, 그곳에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납시다” 라는 다소 비장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우리말 성가의 원래 제목은 이 보다 조금 밝은 뜻인 “해보다 더 맑은 저 천국” 입니다.
이 노래는 미국의 Joseph Philbrick Webster (웹스터 1819~1875) 라는
분이 작곡하고 Sanford Fillmore Bennett (베네트
1836~1898) 가 작사했습니다.
발표연도는 1868 년입니다. 원래 제목은 “The Sweet By
and By” 였다는데, 우리말 성가처럼 후렴구 첫 소절을 따서 “In The Sweet By and By” 로도 부릅니다. 그러면 우리말과 영어원문 성가의 1 절
가사를 비교해 보시지요.
<그림 36 성가가사 비교. 영어성가 출처 : library.timelesstruths.org>
영어가사의 후렴구는 “머지않아 꿀이 흐르는 아름다운
그 강가에서 만나리” 라는 뜻입니다. 내면적 의미는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믿음만 있으면 (By faith) 우리 모두 아름다운 그 강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가사자체로만
보면 죽음이 전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말 성가보다는 좀 더 밝은 분위기입니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 여러 가수들이 Jazz 또는 Country Song 등으로 편곡해서 불렀습니다.
(7) 젖과 꿀의 천국보다 이승의 적멸 (寂滅) 을
위에서 살펴본 우리말 성가에선 믿는 자
위해서 하나님께서 천국을 미리 마련해 두셨다고 합니다.
영어성가 내용도 비슷합니다.
그러면 이승에서 확고한 믿음만 가지면 요단강을 건너서 천국에 갈 수 있고, 천국에선
그냥 그곳에 흐르는 젖과 꿀만 즐기면 되는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약성서는 요단강을 건넌 다음에도 다시 치열한 전쟁을
통해 천국의 땅을 하나씩 차지해야 됨을 암시합니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Egypt 탈출 유대인 자손들이 요단강을 건너 도착한 곳은 여리고 성 앞이었습니다. 당시
Canaan 은 <그림 33> 출애굽기 3:7~8 내용처럼 이미 다른 민족들이 살고 있던 땅이었습니다. 따라서 유대민족이 살 공간을 마련하려면 그들과 전쟁을 해서 땅을 빼앗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도움 및 미리 첩자를 성에 들여보내 상황을 파악하는 여호수와의 치밀한 작전으로 단지 나팔소리과 군대의 함성으로 여리고 성을 점령합니다. 이후 여호수아는 출애굽기 3:7~8 에 나오는 민족들 중에서 여부스 민족 (Jebusites) 만
제외하고 모두 전쟁을 통해서 점령했습니다.
여부스 민족은 이후 다윗 (David) 왕 시대에 항복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종교적 해석은 다를 겁니다. 그러나 구약성서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요단강 건너 천국의 땅도 결국 전쟁을 통해 점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gypt 탈출 유대민족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미리 마련해 두신 천국에 들어가 살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에 그곳에 살던 민족들 입장에서 보면,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갑자기 유대민족이 침공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비록
Canaan 지역에 다른 민족들이 들어와 살기 훨씬 이전에 그곳에 유대민족이 살고 있었더라도, 이미
그 땅은 주인이 바뀐 땅입니다. 만일
유대민족이 예전의 연고를 주장하며 땅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옛날에 고구려가 차지하고 있었던 요동과
만주 땅을 지금 당장 돌려달라고 우리나라가 중국에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의
Israel 지역에 살던 유대민족은 BC 4세기
Alexander 대왕 및 BC 1 세기 로마의 지배를 거치면서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로마시대 이후로는 혈통만 존재하고
통치권력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이후
주로 Palestine 민족이 이 지역에 들어와 살았고, 이런
상황은 오스만 제국 (Osman Empire. 1299~1923) 시대까지 계속 됩니다. 1918 년에 제 1 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승전국인 영국이 이 지역을 위임통치 하다가 1939 년에
제 2 차 세계대전이 터집니다. 이후 유대인들의 피나는 외교적 노력 끝에 UN 의 지원으로 Israel 은
1948 년에 독립했습니다.
이런 역사를 간단히 정리하면, 지금의 Israel 땅은 BC 1
세기쯤에 유대인들이 흩어지고 난 후 로마를 거쳐 오스만 제국 영토 안에서 Palestine 민족이
살던 땅이었습니다. 이 땅을 제 2 차 세계대전의 승전국들이 회의실 책상 위에서 인위적으로 새로운 국경을 그려 넣고, Israel 이란 나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도, BC 1 세기
이후 2,000 년 이상을 계속 그곳에 터잡고 살던 Palestine
민족이 극심하게 반발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gypt 탈출 유대민족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요단강을 건넌 다음, 제일
처음 한 일은 여리고 성을 침공하고 요단강 서안 (West Bank) 을 점령한 일입니다. 요단강 별자리를 들여다 보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요단강 건너편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에서도 전쟁은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교용어 중에 “적멸 (寂滅)” 이란 것이 있습니다. 마음이
고요하고 (寂), 모든 번뇌가 사라진 상태 (滅) 를 말합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은 살아서는 갈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불교의 적멸도 죽어야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스님이 돌아가신 것을 입적 (入寂) 이라 하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절을 적멸보궁 (寂滅寶宮) 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젖과 꿀은 흐를지라도 포연 자욱한 지상의 천국보다는, 이승에도 적멸 (寂滅) 이 있다면 차라리 그곳을 선택하고 싶어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