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o News/한담객설

한담객설 2015년 2월 15일

<목   차>

I. 황도12궁 시비 (是非)

(1) 천상지도의 12궁 명칭

(2) Zodiac = 황도12궁 ?

II. 단일별자리 vs 별자리영역

(1) 천상지도의 별자리 용어

1. 성 (星)
2. 좌 (座 천상지도에는 없는 용어)
3. 수 (宿)
4. 궁 (宮)
(2) 천상지도의 성 (星) 수 (宿) 궁 (宮) 용례
1. 천갈궁 (天蝎宮) 경우
2. 금우궁 (金牛宮) 경우
(3) 유럽성도에서 별자리영역이 생긴 때



III. 천상지도 12궁 뿌리찾기

(1) Sumer 황도별자리의 동진 (東進)
(2) 그리이스 Zodiac 의 실크로드 여행

(3) 새로운 퓨전천문학

IV. Sumer 흔적이 보이는 12궁 이름

                               (1) 쌍녀궁 (雙女宮) – 두명의 처녀 ?
(2) 음양궁 (陰陽宮) – 남녀 쌍둥이 ?
(3) 백양궁 (白羊宮) – 흰색털 양 ?


V. 특이한 한자가 사용된 12궁 이름

(1) 보병궁 (寶缾宮) – 생수병 ? 물항아리 ?
(2) 마갈궁 (磨竭宮) – 갈려 없어짐 ?
(3) 기타 여섯 궁

VI. 쌍어궁 (雙魚宮) 횡설수설

(1) 별자리의 물고기 두마리

   1. Sumer 의 어연성 (魚燕星)
2. 그리이스의 쌍어성 (雙魚星).
3.천상지도의 쌍어궁 (雙魚宮)

(2) 고대 디자인의 물고기 두마리

1. 중국의 쌍어문 (雙魚紋)
2. 인도의 쌍어문

3. 우리나라의 쌍어문

4. 기독교의 쌍어문

VII.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방법


<본   문>

I. 황도12궁 시비 (是非)

(1) 천상지도의 12궁 명칭

                이 칼럼에서 천상열차분야지도 (天象列次分野之圖) 는
                천상지도 (天象之圖) 로 줄여 표기합니다.

지금까지 황도12궁 중에서 10개 별자리 기원을 알아보았으며, 이제 남은 것은 전갈과 사자자리뿐입니다. 알아볼 별자리도 두 개 밖에 남지 않았고 조금 있으면 설날이므로, 연휴를 핑계삼아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이번호에선 예전의 개인적 의문사항이었던 “Zodiac 12개 별자리는 왜 유독 황도12궁으로 불리는가” 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황도12궁은 간혹 황도12좌 또는 황도별자리로도 불리지만, 황도12궁이 일반적인 용어입니다. Zodiac 이 아닌 큰곰자리 오리온자리 등은 절대로 큰곰궁 오리온궁으로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Zodiac 12개 별자리를 궁 (宮) 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천문학계의 묵시적 약속이 있는 듯합니다.

궁 (宮) 이라 하면 궁궐이 연상되기도 하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머물렀던 어머니의 뱃속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Zodiac 12개 별자리를 특별대접 한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다른 별자리의 어머니란 뜻일까요 ? 이미 황도12궁 대부분을 훑어 보았으므로 이쯤해서 황도12궁이란 용어에 대해 시비를 걸어봐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자도 많이 나와 읽기 불편하고 내용 또한 고리타분 하지만, 별자리를 뜻하는 한자용어들을 한번 정리해본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도12궁 용어는 아마도 동양의 천문도나 천문서적에 황도12개 별자리 이름이 궁 (宮) 으로 표기된 것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대 천문학의 전범 (典範) 인 천상지도에 보이는 황도12궁 명칭은 아래와 같습니다. 각석 (刻石) 모사도는 아래 단락에서 살펴볼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명칭만 일견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1 천상지도의 황도12궁 명칭>

(2) Zodiac = 황도12궁 ?

아래 단락에서 살펴볼 사항을 미리 말씀 드리면, Zodiac 12개 별자리는 “단일별자리” 이지만, 천상지도의 황도12궁은 밤하늘의 “특정영역” 입니다. 물론 Zodiac 별자리에도 별자리마다 특정영역이 있지만, 단순히 Zodiac 이라 하면, 단일별자리를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별자리는 서양식 별자리입니다. Sumer 별자리도 지금의 서양 천문학의 모태가 되었으므로 서양식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현재 서양식 밤하늘은 88개 영역으로 구분되어 각 영역마다 별자리 이름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88개 영역을 다시 몇 개 그룹으로 나누지는 않습니다. 고작 나누어 보아야 천구의 적도를 기준한 북반구하늘과 남반구하늘 정도 입니다. 달리 말씀 드리면 88개 영역의 상위 그룹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동양에서도 서양처럼 고대부터 하늘의 별들 모양을 각기 나름대로 구분해서 독자적인 별자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동양에서는 별 한 개도 한 개의 독립된 별자리가 될 수 있고, 밤하늘 영역을 여러 개 그룹으로 나눈 다음에 그 그룹들을 몇 개씩 묶어 다시 상위 그룹으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대의 동서양 교류로 인해 서양식 천문학이 전래되어 동양 고유의 천문학과 융합되는 과정도 겪었습니다. 따라서 동양의 밤하늘 및 별자리 구분방식은 당연히 서양과는 차이가 있으며, 동양식 밤하늘 구분방식은 서양식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황도12궁이란 용어도 그런 것 중의 하나입니다. 이 용어는 단순히 Zodiac 이 한자로 번역된 단어가 아니라, 서양 천문학이 동양 천문학과 융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서양의 Zodiac 과 동양의 황도12궁과는 개념에 차이가 있으며 “서양의 Zodiac = 동양의 황도12궁” 은 될 수 없습니다.

아래에 말씀 드리는 내용 중에서 지난 한담객설 “적도가 빨간색 길인 이유” 및 “28수가 중국 것이 아닌 이유” 에 나오는 것들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칼럼이 실린 Astro News 게시판이 현재 오류상태이므로 필요한 부분은 다시 인용 드리고 인용부분은 명기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내용상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용어들을 아래처럼 사용하며,

       이런 용어의 뜻은 “이번 칼럼에만” 국한합니다

       • 황도12궁 : 동양 천문학 및 우리나라 천상지도에 묘사된 의미

     • 황도별자리 : 고대 Sumer Egypt 인도 천문학에서 불리던 황도의 12개 별자리

       • Zodiac : 고대 그리이스 및 현대 서양천문학에서 불리는 황도의 12개 별자리

II. 단일별자리 vs 별자리영역

(1) 천상지도의 별자리 용어

그러면 천상지도에서는 “궁 (宮)” 이란 용어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천상지도에는 황도12궁 명칭이 모두 나열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궁 (宮) 에 대한 정의는 찾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천상지도에 별자리를 뜻하는 다른 용어들이 어떤 것들이 나오는지 찾아 본 후에, 이들 용어를 비교하면서 궁의 위치와 의미를 추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2 천상지도에서 별자리를 뜻하는 용어들.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그림 2> 에서 가운데와 오른쪽 그림은 위 아래로 연결된 각석 (刻石) 입니다. 청색사각형 부분이 천상지도에 보이는 별자리 의미인데, 성 (星) 수 (宿) 성수 (星宿) 및 차 (次) 용어들이 보입니다. 차 (次) 용어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 드리도록 하고, 여기서는 성 (星) 수 (宿) 성수 (星宿) 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별자리를 의미하는 한자어로 성좌 (星座) 단어도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위 그림에서 보시듯이 천상지도에 성좌 (星座) 명칭은 없습니다. 아마도 성수 (星宿) 가 본래의 중국식 한자어이며, 성좌 (星座) 는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일본 점령시기에 들어온 일본용어 영향 때문에 성수 (星宿) 보다는 성좌 (星座) 란 단어가 더 빈번히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므로, 성좌 (星座) 의 뜻도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성좌 (星座) 성수 (星宿) 단어에서 성 (星) 은 공통적으로 들어간 글자입니다. 아래에선 성 (星) 좌 (座) 수 (宿) 궁 (宮) 의 네 글자의 뜻을 차례대로 찾아보겠습니다.

    1. 성 (星)

한자사전을 찾아보니 성 (星) 은 처음에 아래 그림 ① 번 글자처럼 윗부분의 일 (日) 이 세 개인 글자였다고 합니다. 일 (日) 은 태양을 뜻하며, 갑골문 자형도 다시 올려 드립니다. ① 번 글자는 간혹 아래 그림 ② 번 또는 ③ 번 글자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한자에서 같은 글자를 세 개 반복하면 여러 개의 뜻입니다. 삼 (森) 이 세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나무가 많은 숲의 뜻임은 잘 아실 겁니다. 성 (星) 글자의 아랫부분 생 (生) 은 나타난다라는 의미입니다.

① ② ③ 번 한자를 글자 뜻대로만 본다면 수많은 태양이 나타난다라는 의미가 되지만, 태양이 여러 개가 아니란 것을 고대인들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 글자는 “밤이 되면 나타나는 수많은 별들” 을 표현한 것이며, 점차 “각각의 별” 을 뜻하는 성 (星) 글자로 단순화 됩니다. ① ② ③ 번 글자도 한자사전에 있으며 세 글자 모두 성 (星) 과 같은 글자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성 (星) 은 일상용어로 쓰일 때는 “한 개의 별” 만을 뜻하지만, 동양 천문도에서는 “한 개의 별 또는 여러 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 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천상지도를 보면 노인 (老人) 은 한 개의 별이 별자리를 이루고 있으며 노인성 (老人星) 으로 부릅니다. 한편, 일상용어의 직녀성 (織女星) 은 Vega (베가) 라는 한 개의 별을 뜻하지만, 천상지도의 직녀 (織女) 는 3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고 이 별자리도 직녀성 (織女星) 으로 부릅니다.

신기한 것은 밤하늘의 별을 우리 별 태양과 같은 글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좀 오버한다면 고대인들도 밤하늘 별이 우리의 태양과 같은 종류임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위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3 한자 성 (星)이 만들어진 과정.
갑골문 출처 : 갑골문 이야기/김경일/바다출판사/1999. 한자 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2. 좌 (座 천상지도에는 없는 용어)

좌 (座) 는 볏짚 갈대 등으로 지붕을 만든 집을 묘사한 엄 (广) 글자와, 집 내부의 흙으로 된 바닥 (土) 에 두 명의 사람 (人+人) 이 마주앉은 모양인 좌 (坐) 글자가 합쳐진 것이라고 합니다. 한자가 만들어지던 고대에는 집 내부에 나무 마루나 돌을 깔지 않고, 흙 바닥을 잘 다져서 가족이 앉아 생활하는 공간을 만들었을 겁니다.

풀이하면 집 내부에 있는 흙 바닥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묘사한 것이며, 집 내부에 사람들이 모여서 앉아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나중에 앉을 수 있는 가구로도 의미가 확대되었습니다. 요즘 말로는 의자나 소파가 될 겁니다. 따라서 좌 (座) 라 하면 “몇 개 별들이 모여 있는 형태 또는 몇 개 별들이 앉아있는 의자 또는 소파” 라는 뜻이 되며, 이것이 바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별자리 뜻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동양 천문도의 성 (星) 에는 한 개의 별 또는 여러 개의 별이 모인 별자리의 두가지 뜻이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따라서 단지 성 (星) 이라고만 써 놓으면 둘 중 어느 뜻으로 썼는지 헷갈릴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좌 (座) 는 여러 개의 별이 모인 별자리 의미로 쓰고, 성 (星) 은 단지 한 개의 별을 뜻하는 것으로 구분해서 사용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성좌 (星座) 용어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사용됩니다. 한편 순우리말 “별자리” 란 단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점령시기에 들어온 일본식 용어 “성좌 (星座)” 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3. 수 (宿)

수 또는 숙 (宿) 의 본래 글자는 숙 (㝛) 이며, 집을 나타내는 면 (宀) 과 사람 인 (人) 그리고 잠잘 때 밑에 까는 이부자리를 뜻하는 첨 (㐁) 이 합쳐진 것입니다. 첨 (㐁) 은 나중에 획수가 같고 많이 쓰이는 백 (百) 으로 변화됩니다. 풀이하면 사람이 이부자리를 깔고 잘 수 있는 집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숙소 (宿所) 입니다.

이 글자는 처음에 당연히 사람이 잘 수 있는 숙소 뜻으로 만들어졌을 겁니다. “사람의 숙소” 뜻의 표준중국어 발음은 “쑤우 (sù)” 입니다. 나중에 별들의 집 뜻인 “별자리” 로도 의미가 확대되었고, 별자리 뜻일 때는 “씨요 (xiù)” 로 구별해서 발음합니다. “쑤우 (sù)” 발음이 우리나라 들어와 “숙” 이 되었고, “씨요 (xiù)” 는 “수” 가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집에는 방 하나에 의자나 소파 또는 이부자리가 한 개만 있을 수도 있고, 방이 많아서 각각의 방에 의자나 소파 이부자리가 여러 개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수 (星宿) 라고 하면 “한 개 또는 몇 개 별들이 한 방에서 한 그룹을 이루어 잠자거나, 이런 몇 개 그룹들이 여러 방에 분산되어 쉴 수 있는 집” 이 될 것입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면, “여러 개의 별이 모인 별자리 뜻의 성 (星) 또는 좌 (座) 가 여러 개 들어가 있는 집” 의 뜻입니다.

    4. 궁 (宮)

궁 (宮) 의 본래 글자는 궁 (宫) 이라고 합니다. 이 글자는 집을 뜻하는 면 (宀) 글자와, 사람 등뼈마디가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사각형 두 개로 표현한 여 (吕 려) 글자가 합쳐진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 등뼈 마디 각각은 집 한 채씩을 뜻하며 두 개의 등뼈 모양으로 여러 채의 집 건물을 묘사했습니다. 따라서 여러 채의 집 건물 (吕) 이 한 집 (宀) 을 이룬 상태를 말합니다. 여 (吕 려) 글자는 점차 등뼈 마디가 연결된 여 (呂 려) 로도 쓰였으며, 이 두 글자는 지금도 같은 뜻, 같은 발음으로 사용됩니다.

예전 부유한 고택에는 사랑채 안채 하인숙소 등 여러 채의 건물들이 한 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집들을 궁 (宮) 이란 글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전국시대 (戰國 BC 475 ~BC 221) 를 통일한 진나라 (秦 BC 221 ~ BC 207) 의 시황제가 궁 (宮) 글자는 황제가 거주하는 집인 궁궐 (宮闕) 만을 나타내도록 법령을 만들었고, 이후 왕이 거주하는 집만을 궁 (宮) 으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히여간 동양 천문학의 궁 (宮) 은 수 (宿) 라는 여러 채의 집 건물이 모여 이루어진 더욱 커다란 집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여러 개의 수 (宿) 를 특정 그룹으로 묶은 Category 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수 (宿) 에는 또다시 좌 (座) 또는 성 (星) 이라는 단일별자리들이 있으므로, 동양 천문학의 궁 (宮) 에는 대단히 많은 단일별자리들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시리즈에서 사용하고 있거나 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궁 (宮)“ 용어와 동양 천문학에서 말하는 “궁 (宮)“ 에는 개념차이가 있게 됩니다.

위에 말씀 드린 성 (星) 좌 (座) 수 (宿) 궁 (宮) 글자 뜻을 그림으로 나타내 보았습니다.



<그림 4 성 (星) 좌 (座) 수 (宿) 궁 (宮) 의 글자 뜻>

(2) 천상지도의 성 (星) 수 (宿) 궁 (宮) 용례

    1. 천갈궁 (天蝎宮) 경우

그러면 Zodiac 의 전갈자리 (Scorpius) 를 뜻하는 천상지도의 천갈궁 (天蝎宮) 에서 성 (星) 좌 (座) 수 (宿) 궁 (宮) 용어들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 요즘 잘 보이는 황소자리 뜻인 금우궁 (金牛宮) 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림 5 천상지도의 천갈궁 (天蝎宮). <그림 6 현대 성도의 전갈자리.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출처 : Sky and Telescopes.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en.wikipedia.org 재인용>

왼쪽 그림에서 청색 테두리 내부는 천상지도의 천갈궁 (天蝎宮) 입니다. 갈 (蝎) 글자는 전갈을 뜻하므로 천갈 (天蝎) 은 하늘의 전갈이란 의미가 됩니다. 원형성도 중심에서 원 테두리로 뻗은 직선은 28 수 (宿) 의 평균 경계선 입니다. 28 수의 실제 경계선은 이 직선들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28수 경계선 내부에 짧은 직선으로 연결된 별자리들이 바로 성 (星) 또는 좌 (座) 로 불리는 단일별자리 입니다. 여기서는 천상지도 용어대로 이 단일별자리를 성 (星) 으로 부르겠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현대의 서양식 성도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듯이 서양 별자리에서 전갈자리는 단일별자리이며, 흰색 부분인 전갈자리 영역내부에는 다른 소규모 별자리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왼쪽 천상지도의 천갈궁 (天蝎宮) 은 네 개의 28수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또한 각각의 수 (宿) 에는 여러 개의 단일 별자리인 성 (星) 들이 존재합니다.

한편 왼쪽 천상지도의 전갈자리 부분 별자리를 오른쪽의 현대 성도에 적색선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몇 가지 끊어진 선을 제외하면 현대 성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서양의 전갈이 동양으로 건너온 것은 아니고, 독자적으로 동양에서 발전된 별자리 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 그림 보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림 7 한글 채색판 천상지도의 천갈궁 (天蝎宮). 출처 : 월간과학뉴턴 일부>

<그림 5> 와 <그림 7> 한글 채색판을 비교하면서 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5> 에선 Zodiac 의 전갈모양이 방4성 심3성 미9성 (房4星心3星尾9星) 의 세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 별자리는 각각 방수 심수 미수 (房宿心宿尾宿) 의 대표 별자리입니다. 천갈궁 가운데쯤 보이는 심3성 (心3星) 은 그 아래쪽의 우물 정 (井) 자 모양인 적졸12성 (積卒12星) 과 함께 28수 중의 하나인 심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적졸12성은 지금의 이리자리 (Lupus) 일부입니다. 심3성의 가운데 별이 Antares 입니다.

<그림 7> 한글 채색판의 색깔구분은 실제의 28수 경계선입니다. 천갈궁은 저수일부 (氐宿) + 방수전부 (房宿) + 심수전부 (心宿) + 미수일부 (尾宿) 의 네 가지 수에 걸쳐 있습니다.   천갈궁 영역내부에 선으로 연결되어 정식이름이 붙어있는 별자리만해도 10 개가 넘습니다. 각각의 별자리 이름에는 성 (星) 이 생략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같이 천상지도에선 “성 (星) 이 모여 수 (宿) 가 되고, 수 (宿) 가 모여 궁 (宮)” 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림 > 현대성도의 전갈자리 영역 내부에는 선으로 연결된 별자리로선 전갈자리가 유일하며 나머지는 모두 전갈자리 영역에 포함된 별들입니다

그런데 심수 (心宿) 는 상나라 시대 (商) 인 BC 1300 년경 만들어진 갑골문의 화 (火) 별자리라고 합니다 (한담객설 - 28수가 중국 것이 아닌 이유 참조). 또한 28 수와 Zodiac 개념이 중국에 수입된 시기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중국 별자리들은 많이 있습니다. (상나라 - 은 (殷) 이라고도 함. BC 1700 ~BC 1027) 28 수와 Zodiac 개념이 중국에 수입된 시기에 대해선 아래단락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만일 천상지도의 전갈모양이 동양에서도 한 개의 별자리로 만들어졌다면, 전갈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이 세 개의 성 (星) 으로 나누어지거나, 천갈궁 (天蝎宮) 이 네 개의 수 (宿) 로 나누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동양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된 방4성 심3성 미9성 (房4星心3星尾9星) 의 세 개 별자리가 천갈궁에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2. 금우궁 (金牛宮) 경우



<그림 8 왼쪽 : 천상지도에 표기된 금우궁 (金牛宮).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그림 9 오른쪽 : 한글 채색판 천상지도의 금우궁. 출처 : 월간과학뉴턴 일부>

왼쪽 천상지도 금우궁 가운데쯤 보이는 필8성 (畢8星) 이 Zodiac 황소자리의 황소머리 부분이며 28수 중 필수 (畢宿) 의 대표별자리입니다. 금우궁 우측 상단의 묘7성 (昴7星) 이 묘수 (昴宿) 의 대표별자리이며 Pleiades 성단 (M45) 을 나타냅니다. Aldebaran (알데바란) 은 별자리의 상대적 위치로 보아선 천아성 (天阿) 의 아 (阿) 글자 바로 아래 별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극좌표계 및 선으로 연결된 별자리 그림을 감안하면, 천고4성 (天高4星) 의 4 (四) 글자 바로 오른쪽 별이 맞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림 왼쪽에는 오리온자리도 보이며, 필8성 (畢8星) 아래쪽 별들은 고래자리 (Cetus) 와 에리다누스 자리 (Eridanus) 일부가 위치한 곳입니다.

오른쪽 채색판 천상지도 보시면 금우궁도 위수 (胃宿) 일부 + 묘수 (昴宿) 일부 + 필수 (畢宿) 일부의 세 개 수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우궁 내부에 선으로 연결되어 정식이름이 붙어있는 별자리는 20 개는 될 듯합니다. 금우궁 역시 별자리 성 (星) 이 많이 모인 몇 개의 수 (宿) 가 한 개의 궁 (宮) 을 이루고 있습니다.

천갈궁과 금우궁 경우에서 보셨듯이 천상지도에서 사용된 성 (星) 수 (宿) 궁 (宮) 용어는 <그림 4> 로 정리 드린 글자의 뜻과 정확히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황도12궁은 Zodiac 의 “12개 단위별자리” 뜻으로 사용되지만, 천상지도에서 각각의 황도12궁은 그 내부에 10~20개 정도의 단위별자리를 거느린 “특정영역” 임을 일 수 있습니다. 서양의 Zodiac 이 동양으로 건너와 이 같이 개념이 바뀐 이유는 아래 단락들에서 추정해 보겠습니다.

(3) 유럽성도에서 별자리영역이 생긴 때

그런데 유럽에선 언제부터 별자리 영역을 성도에 표시했는지 궁금해서 성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잠시 유럽 별자리 그림 보고 지나가겠습니다. 아래 세 가지 성도 보시지요.



<그림 10 Hevelius – Uranographia (1690). 출처 : Tartu Observatooriumi Virtuaalne Muuseum>

<그림 11 Bode – Uranographia (1801) 출처 : ianridpath.com>



<그림 12 A. Jamieson - Celestial Atlas (1822). 출처 : 위와 동일>

여러 성도들을 찾아보니 1690년 Hevelius 성도까지는 별자리 영역표시가 없다가 Bode 의    1801년 성도부터 생긴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Hevelius 성도에서 연기처럼 표시된 부분은 은하수입니다. Bode 성도를 시작으로 밤하늘 전체를 표시한 성도에선 Jamieson 의 성도처럼 영역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편 위 두 가지 그림에선 뱀주인 (Ophiuchus) 발 부분 영역이 전갈몸통으로 깊숙이 침범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 6> 의 현대성도에선 이 부분을 직각형태로 처리해 놓았습니다. 서양에서 IAU 가 공식적으로 별자리영역을 정한 때는 1930년 입니다.

III. 천상지도 12궁 뿌리찾기

(1) Sumer 황도별자리의 동진 (東進)

여기서는 12개 “단위별자리” 인 Zodiac 이 동양으로 전래되어 12개 “별자리영역” 인 황도12궁으로 바뀌는 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 칼럼 “28수가 중국 것이 아닌 이유” 에서 말씀 드린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우선 아래 도표 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13 28 수와 Zodiac 개념이 동양으로 전래되는 과정>

위 그림은 28 수 개념 및 Zodiac 이 동양으로 전래되는 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이 복잡해 보이지만 Sumer 를 시작으로 순서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① Sumer – BC 3900

    • BC 3900 년경에 천칭자리를 마지막으로 황도별자리 12개가 완성됨.

    • BC 3000~BC 1000 년에 걸쳐 달이 머무는 곳이란 뜻인 28 개 Manzils 가 완성됨.

       (Manzils : 아랍어. 영어의 Mansions)

    ② 인도 – BC 500

     • Sumer 의 Manzils 와 12개 황도별자리가 인도로 전해짐.

     당시는 실크로드가 생기기 전이지만, 육로로 히말라야 산맥 남부를 통과해서

       갠지스강 하류까지 가는 길은 열려 있었음.

    ③ 중국 – BC 433

    • 인도로 전달된 Manzils 와 12개 황도별자리는 당시 파촉 (巴蜀) 으로 불리던 중국
    사천성 (四川省) 으로 전해짐.
    • 사천성에 인접한 호북성 (湖北省) 에서 BC 433 년에 증후을묘 (曾侯乙墓) 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28수 전체가 새겨진 칠기상자가 부장품으로 들어감. 여기에 12개 황도별자리는

    없으나, 이들도 같이 중국으로 전해졌다고 추정됨.

(2) 그리이스 Zodiac 의 실크로드 여행

    ① 그리이스 – BC 1 세기

    • Geminus 가 천칭자리를 마지막 황도별자리로 기록하면서 Zodiac 개념이 완성됨.

        (천칭자리 칼럼 참조).

    • Zodiac 에는 12개 별자리가 황도를 30° 씩 균등하게 점유한다는 개념이 있음.



    ② 중국 – AD 25 이후

    • 전한시대 (前漢 BC 206 ~ AD 25) 인 BC 139 ~ BC 60 기간 중 실크로드가 생겨남.
    • 후한시대 (後漢 AD 25 ~ 220) 부터 실크로드를 거쳐 그리이스의 Zodiac 개념이
     중국으로 유입됨. 이 때부터 Zodiac 개념이 인도에서 전해진 Sumer 의 황도별자리 및

    중국고유 별자리와 융합되어 “황도12궁”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추정됨.

    • 한편 수나라 (隋 AD 581 ~ 617) 때인 AD 580 ~ 590 년경 유계재 (庾季才) 가
      개도(蓋圖) 라는 성도를 만들고, AD 604 년에 영대비원 (靈臺秘苑) 이란 천문서적
      저술함. 이들은 고구려에도 전해졌다는 연구결과가 있음 (아래 단락 참조).

      (개도 사진은 찾을 수 없었고, 영대비원 모습만 올려 드립니다. 아래 왼쪽 그림은
      원본이 아니고, 1777 년 청나라 (淸) 때 발행된 흠정사고전서 (欽定四庫全書) 에
      수록된 것 입니다. 28수 중 각수 (角宿) 를 묘사한 부분입니다. 그림에서 유계재
      (庾季才) 가 북주 (北周) 사람으로 쓰인 이유는 이 분이 수나라 직전의 위진남북조시대
      (魏晉南北朝時代 AD 221~589) 의 북주 (北周 557~581)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후대에 영대비원을 필사보완한 것의 일부입니다. 제작시대는 찾지 못했습니다.
      왼쪽 그림과 비교해 보시도록 같이 올려 드립니다).



       <그림 14 왼쪽 영대비원 (靈臺秘苑. 604 년) 첫 페이지.
      흠정사고전서 (欽定四庫全書. 1777년) 에 수록본. 출처 : archive.org>
       <그림 15 오른쪽 영대비원 필사본 일부. 출처 : catalog.digitalarchives.tw>

     ③ 우리나라 – AD 642~668 및 AD 1395

   • 고구려 AD 1세기에 천문도가 만들어졌다고 추정됨. AD 7세기 보장왕 (寶臧王 재위
     AD 642 ~ 668) 때도 석각성도가 만들졌다는 기록이 있으나, 모두 전해지지 않음.
   • 조선 태조 (太祖 재위 AD 1392 ~ 1398) 때인 AD 1395 년에 천상지도가 만들어짐.

     (천상지도 각석에는 제작시기가 AD 1394 년 (홍무 28년) 12월로 명기되어 있으나
     이는 음력이며, 양력으로 환산하면 AD 1395 년 1월입니다).

     (한국문화재단 홈페이지 설명 (chf.co.kr. 남문현) 에 따르면, 고구려 보장왕 때 만들어진
     석각성도는 위에서 언급드린 중국 수나라 유계재의 개도(蓋圖)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상지도는 AD 7세기 고구려 보장왕 때의 석각성도와는
    다르게, 성도 주변부가 AD 1 세기경 고구려 시대 밤하늘이며 중심부는 14세기말
     천상지도가 만들어진 때의 밤하늘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천상지도는 당시 취득한
     AD 1 세기의 고구려 밤하늘을 묘사한 성도를 참고하고, 천상지도를 만들 당시 실제로
     관측한 자료를 기초로 제작되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3) 새로운 퓨전천문학

그런데 중국이 자랑하는 순우천문도 (淳祐天文圖) 에는 황도12궁이 보이지 않습니다. 순우천문도는 1247 년에 제작되었으며 동양의 전천 석각성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이 석각본이 위치한 지명을 따서 소주천문도 (蘇州天文圖) 라고도 불립니다. 천상지도는 1395 년에 만들어졌으므로 순우천문도보다 148 년 후에 제작된 것입니다.


<그림 16 순우천문도 채색판.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순우천문도 외곽테두리 보시면 12차 (12次) 와 이에 대응하는 12지 (12支) 명칭 및 중국지명만 보입니다. 그러나 천상지도에선 이 모든 것에 더하여, 황도12궁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다만 Zodiac 에선 12개 황도별자리가 황도만을 30° 씩 균등하게 점유한다는 개념이었으나, 천상지도에선 12개 황도별자리가 천구전체를 30° 씩 점유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천상지도는 중국 천문도와는 달리, 인도 중국 고구려를 통해 전래된 Sumer 의 12개 황도별자리와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그리이스 Zodiac 개념이 일부 변형되어 동양천문학에 과감히 적용된 것입니다. 당시로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Fusion 천문학이라 불릴만 합니다.

IV. Sumer 흔적이 보이는 12궁 이름

(1) 쌍녀궁 (雙女宮) – 두 명의 처녀 ?

천상지도 내용을 설명하는 책들은 많지만, 천상지도에 보이는 몇 가지 이상한 황도12궁 이름에 대해 이해되는 답을 제시한 책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의문점에 대해 개인의견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천상지도는 Sumer 의 황도별자리와 그리이스의 Zodiac 개념이 동양천문학과 융합되어 탄생한 것입니다. 일부 변형된 Zodiac 개념으로 천구를 30° 씩 균등분할한 것이 그리이스의 흔적이라면, Sumer 의 흔적은 몇 가지 황도12궁 이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12궁 이름이 모두 Sumer 천문학을 따랐다는 의미는 아니며, 몇 개 이름들은 그리이스 유럽버전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Sumer 버전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림 17 천상지도의 쌍녀궁 표기.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천상지도에서 처녀자리의 황도12궁 명칭은 쌍녀궁 (雙女宮) 입니다. 그리이스 유럽식 처녀자리는 분명히 Astraea (아스트레아), Demeter (데메테르) 또는 Persephone (페르세포네) 한 명인데, 천상지도의 처녀자리는 두 명의 여자 뜻인 쌍녀궁 (雙女宮) 입니다. 한 명의 처녀가 천상지도에서 갑자기 두 명이 된 이유가 이상하지만, 지난 처녀자리 칼럼에 올려드린 아래 그림 보시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그림 18 Sumer 의 처녀자리 모사도.

출처 : Babylonian Star-Lore / Gavin White / Solaria Publications / UK / 2008.

인터넷 서적. 편집 및 추가>

기억나시도록 다시 말씀 드리면, Sumer 의 처녀자리는 원래 두 개의 별자리였습니다. Shala (샬라) 로 상징되는 Furrow (보리밭 자리) 와 Innana (이난나) 가 상징인 Frond (대추야자 자리) 입니다. 이 두 명은 서로 자매입니다. 이런 Sumer 별자리가 인도와 중국을 거쳐 1395 년 천상지도를 만들던 분들께 “두 명의 처녀” 로 전해졌다고 믿어집니다.

(2) 음양궁 (陰陽宮) – 남녀 쌍둥이 ?



<그림 19 천상지도의 음양궁 표기.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동양에서 음 (陰) 과 양 (陽) 이 사람을 말할 때는 여자와 남자를 뜻합니다. 그러나 그리이스 유럽식 쌍둥이자리 주인공은 Castor (카스토르) 와 Pollux (폴룩스)이며 둘 다 남자입니다. 두 명 모두 남자인데, 무슨 이유로 아래 그림처럼 음양궁 (陰陽宮) 이라 했을까요 ?

Sumer 의 쌍둥이자리 주인공은 Nergal (네르갈) 이었습니다. Nergal 은 지하세계의 왕으로서 저승에서 나타난 자란 뜻인 Meslamtaea (메슬람타에아) 로 불렸고, 지상에서 활동할 때는 전지전능한 왕이란 의미인 Lugalirra (루갈리라) 로 불립니다. 비록 Negal 의 실체는 한 명이지만 Sumer 사람들은 각기 다른 업무를 가진 두 가지 인격체로 본 것입니다.

이런 개념을 동양의 음양오행에 적용하면 지하세계는 어둠의 세계이므로 당연히 음 (陰) 이 되고, 지상세계는 밝은 빛의 세계의미로 당연히 양 (陽) 이 됩니다. 따라서 Nergal 은 지하와 지상, 어둠과 빛이란 음양 (陰陽) 의 양면성을 모두 갖춘 인물이 되며, 그를 상징하는 별자리 영역을 음양궁 (陰陽宮) 으로 불렀을 것입니다. 아래는 쌍둥이자리 칼럼의 도표에 음양 (陰陽) 개념만 추가한 것입니다.



<그림 20 천상지도의 음양궁 (陰陽宮) 의미>

한편 쌍둥이자리 칼럼에서, Egypt Dendera Zodiac 의 쌍둥이자리는 Nergal 과 Ereshkigal (에레시키갈) 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 드렸습니다. Nergal 은 남자이고 Ereshkigal 이 여자이기는 하지만, Egypt 천문학이 동양으로 전래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쌍둥이자리 명칭에서만 Egypt 천문학을 적용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음양궁 (陰陽宮) 을 여자와 남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백양궁 (白羊宮) – 흰색털 양 ?



<그림 21 천상지도의 백양궁 표기.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양자리가 백양궁 (白羊宮) 인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리이스 신화의 주인공 양은 황금털 (Golden Fleece) 을 가진 양입니다. 따라서 금우궁 (金牛宮) 처럼 “금양궁 (金羊宮)” 이 되어야 하지만, 천상지도에는 흰색털 양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이스 신화의 주인공 양의 털이 무슨 색인지 기억나시도록 양자리 칼럼에 올려 드린 그림을 다시 올려 드립니다. <그림 22> 조각상에는 금색칠이 되어있고, <그림 23> Jamieson 성도에는 양털을 금색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림 22 양자리 주인공인 황금털 양 조각상. 그리이스 BC 300 년경 제작.

독일 Römisch-Germanischer 박물관 (Köln) 소장. 출처 : antiquesatoz.com.

양자리 칼럼에서 재인용>

<그림 23 A. Jamieson – Celestial Atlas (1822). 출처 : ianridpath.com>

Sumer 의 양자리 주인공은 양치기 신인 Dumuzi (두무지) 입니다. 양치기이므로 평범한 양들을 길렀을 것이며 평범한 양털은 흰색입니다. 천상지도에 황금털 양이 아니고 흰색털 양으로 표기된 이유는 인도 및 중국을 거쳐 들어온 Sumer 천문학 영향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아래 그림은 Dumuzi 를 묘사한 Sumer 의 점토인장입니다.



<그림 24 Dumuzi 를 묘사한 점토인장. 출처 realmagick.com. 양자리 칼럼에서 재인용>

V. 특이한 한자가 사용된 12궁 이름

(1) 보병궁 (寶缾宮) – 생수병 ? 물항아리 ?

<그림 25 왼쪽 : 천상지도의 보병궁 표기.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보병궁 (寶缾宮) 한자에서 “보 (寶)” 는 보물을 뜻하는 글자임은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병 (缾)” 글자는 우리가 많이 보던 글자와는 좀 다르게 생겼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수병 콜라병, 소주병 맥주병 등에 쓰이는 한자는 “병 (甁)” 으로 씁니다. 보병궁 (寶缾宮) 에 쓰인 “병 (缾)” 글자는 생수병 같이 생긴 병이 아니고, 작은 김치항아리 처럼 도자기로 된 항아리를 뜻합니다. 고대에는 물이나 술도 작은 항아리에 담아 마셨기 때문에 이런 한자를 쓴 듯 합니다.

사실 Sumer 물병자리는 물론, 그리이스 물병자리의 물병 모두 작은 항아리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래 세 가지 그림 보시면 보병궁 (寶缾宮) 명칭에 “병 (甁)” 이 아니고 “병 (缾)” 글자가 쓰인 이유가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그림 26 왼쪽 : Sumer 물병자리 주인공 Enki 를 묘사한 점토인장. 출처 : The 12^th Planet>,

<그림 27 오른쪽 : 물병자리 점토판 모사도 (BC 3900~3500).

출처 : Babylonian Star-Lore / Gavin White / Solaria Publications / UK / 2008.

인터넷 서적. 편집 및 추가>



<그림 28 A. Jamieson – Celestial Atlas (1822). 출처 : ianridpath.com>

위 그림들에서 보시듯이 물병자리 주인공들이 들고있는 것은 “물항아리” 입니다. 우리말 별자리 이름 물병자리라고하면 거의 모든 분들이 생수병이나 콜라병 같은 일반적인 병을 연상하고, 물 항아리를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물병자리의 “물병” 을 순우리말 물과 항아리 뜻인 병 (缾) 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병의 병을 “병 (甁)” 이 아니고, “병 (缾)” 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라틴어 사전을 찾아보니 물병자리인 라틴어 Aquarius 는 원래 “물의, 물에 관련된” 이란 뜻의 형용사가 별자리 이름에 사용되면서 명사로 바뀐 경우였습니다. 하여간 물병자리 Aquarius 는 일반영어로 The Water Bottle 이 아니고, “The Water Bearer” 로 씁니다. Bearer 는 주인 뒤에서 주인이 필요한 물건을 들고다니는 하인을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물 시종 (侍從)” 의미가 되며, 그리이스 신화의 Ganymede 역할을 감안해서 제대로 번역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견으론 생수병이 연상되는 물병자리보다는 “물항아리자리” 또는 “물시종자리” 로 쓰는 것이 물병자리 본래의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2) 마갈궁 (磨竭宮) – 갈려 없어짐 ?



<그림 29 왼쪽 : 천상지도의 마갈궁 표기.

출처 : 천문노트 (astronote.org). 오길순 제작판본 일부. 편집 및 추가>

염소자리를 뜻하는 마갈궁 (磨竭宮) 은 천상지도의 12궁 표기 중에서 가장 알쏭달쏭한 명칭으로 생각됩니다. “마 (磨) “ 는 “갈다” 뜻이며 “마모되다 (磨耗) “등에 쓰이는 한자입니다. “갈 (竭) 글자는 “다하다 없어지다” 뜻인 동사 (動詞) 입니다. 갈충보국 (竭忠報國) 같은 사자성어 이외엔 평범한 일상용어로 쓰이는 말은 없습니다. “물이 고갈되다” 는 고갈 (枯渴) 이란 한자를 씁니다. 하여간 마갈 (磨竭) 이란 단어자체로만 보다면 “갈려 없어지다” 라는 뜻이 되는데, 이것이 염소자리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선뜻 생각나지 않습니다.

몇몇 자료들에선 마갈궁 (磨竭宮) 을 마갈궁 (磨羯宮) 으로 “슬쩍” 바꾸어 놓고 산양 (山羊) 을 표시한 염소자리라고 합니다. 갈 (羯) 글자는 거세한 양을 뜻합니다. 설령 마갈궁 (磨竭宮) 이 마갈궁 (磨羯宮) 을 달리 쓴 단어라고 하더라도, 여기서 마 (磨) 가 무슨 뜻으로 쓰였는지 이들 자료에는 설명이 없습니다. 혹시 산양이 바위에 뿔을 가는 습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편, 염소 (Goat) 의 중국식 한자는 산양 (山羊) 입니다. 그러나 갈 (羯) 글자는 거세한 양을 뜻하며, 특별히 산양 (山羊) 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만일 천상지도 제작자가 염소 (Goat) 를 중국식 한자로 쓰려했다면 “산양궁 (山羊宮)” 으로 표기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갈궁 (磨竭宮) 을 마갈궁 (磨羯宮) 으로 슬쩍 바꾸어 놓은 자료들은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모두 침묵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또한 Sumer 와 그리이스의 염소자리는 모두 물고기염소 (Goatfish) 인데, 마갈궁 (磨竭宮) 용어에서 물고기 의미는 찾을 수 없어 본래 의미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하여간 천상지도 각석에도 분명히 마갈 (磨竭) 로 새겨져 있고, 한자 사전을 뒤져보아도 갈 (羯) 글자가 갈 (竭) 로도 쓰인다는 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설령 조선초기에 갈 (羯) 글자가 갈 (竭) 로도 쓰였다 하더라도, 당대 최고학자들 작품인 천상지도에 본래 글자인 갈 (羯) 대신에 획수도 다른 갈 (竭) 글자를 썼다고 믿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마갈 (磨竭) 이 단순히 마갈 (磨羯) 의 다른 표기라기 보다는, 어떤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이와 관련된 자료를 갖고 계시면 알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

(3) 기타 여섯 궁

위에서 말씀 드린 5 궁 이외에 나머지 7 궁 명칭들은 지금의 별자리 이름과 큰 차이 없습니다. 이 중에서 쌍어궁 (雙魚宮) 한가지는 아래 단락에서 언급드리도록 하고, 여기서는 정리하는 의미로 천상지도의 나머지 6 궁 표기 모사도를 올려드립니다.

아래 그림에서 해 (蟹) 는 게를 뜻하므로 거해 (巨蟹) 는 큰 게라는 의미입니다. 인마궁 (人馬宮) 은 반인반마 (半人半馬) 인 궁수자리 주인공을 나타냅니다.

갈 (蝎) 은 전갈이므로 천갈 (天蝎) 은 하늘의 전갈이란 뜻일겁니다. 한편, 우리말 전갈을 한자로 쓸 때는 일반적으로 “갈” 한자가 천갈 (天蝎) 의 “갈 (蝎)” 글자와는 조금 다른 “갈 (蠍)” 글자를 써서 전갈 (全蠍) 로 표기합니다. “갈 (蝎)” 이나 “갈 (蠍)” 모두 같은 뜻입니다.



<그림 30 천상지도의 여섯 궁 표기 모사도.

거해궁 (巨蟹宮) – 게   / 사자궁 (獅子宮) – 사자 / 천칭궁 (天秤宮) – 천칭 /
인마궁 (人馬宮) – 궁수 / 천갈궁 (天蝎宮) – 전갈 / 금우궁 (金牛宮) – 황소. 출처 : 위와 동일>

V. 쌍어궁 (雙魚宮) 횡설수설

(1) 별자리의 물고기 두마리

    1. Sumer 의 어연성 (魚燕星)

물고기자리에 개인적 흥미가 있어 추가로 언급 드리고 지나갈까 합니다. 물고기자리 칼럼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물고기자리 원형은 Sumer 어의 영어 표기로 “MUL KUN MES” 라는 “꼬리자리 (The Tails)” 였습니다. 이 별자리는 물고기와 제비꼬리가 각각 Tigris 와 Euphrates 강에 연결되어 다소 복잡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강은 Mesopotamia 문명의 기반이지만, 이 별자리가 그리이스로 전래되자 단순히 물고기를 묶는 “끈” 으로 바뀌어 내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욱이 그리이스 인들은 제비마저 또 한마리의 물고기로 바꿔서 두 마리 물고기가 됩니다.

그런데 “두마리 물고기 디자인” 은 꼭 별자리가 아니더라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초기 인류문명이 생긴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김해 (金海) 에도 도시 여러 곳에서 두마리 물고기가 보입니다. 이 단락에선 천상지도의 쌍어궁 (雙魚宮) 표기에 나오는 물고기 두마리가 동서양 초기문명과 별자리에 나타나는 모습을 간략히 일람해보려 합니다.

소제목의 어연성 (魚燕星) 은 제가 만든 단어이므로 일반용어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성 (星) 은 별자리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Sumer 별자리모양을 따라 “물고기 제비자리” 라는 의미입니다. 기억나시도록 물고기자리 칼럼에 올려드린 Sumer 의 꼬리자리 모사도와 개인용 점토인장을 다시 올려 드립니다.



<그림 31 왼쪽 Sumer 의 꼬리자리 (The Tails) 모사도.

출처 : Babylonian Star-Lore / Gavin White / Solaria Publications / UK / 2008. 인터넷 서적>

<그림 32 오른쪽 Hellenistic Uruk 시대 (BC 331~BC 141) 개인용 점토인장.

출처 : 위와 동일>

2. 그리이스의 쌍어성 (雙魚星)



<그림 33 왼쪽 : Atlas 조각상 천구의 천칭자리. 제작 : AD 2 세기 로마시대.

천구형태 : BC 125 ± 55 년의 그리이스 지역 밤하늘.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Naples 소장. 출처 : ancientrome.ru>

<그림 34 오른쪽 A. Jamieson - Celestial Atlas (1822). 출처 : ianridpath.com>

Sumer 의 물고기, 제비 그리고 Tigris 와 Euphrates 강은 그리이스에서 두마리 물고기와 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이스의 물고기자리 기록은 BC 4세기의 Eudoxus (에우독서스 BC 408~BC 355) 와 Aratus (아라투스 BC 272~BC 213) 기록에 나오겠지만, 해당기록 사진은 찾지 못해 BC 125 ± 55 년의 그리이스 밤하늘을 묘사한 Atlas 조각상 천구로 대신합니다. 천구의 별자리는 성도그림의 좌우도립입니다.

Sumer 의 물고기와 제비가 그리이스에서 두마리 물고기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 ? 지금의 Syria 지역에서 태동한 Sumer 신화의 물고기 제비를 Aphrodite (아프로디테) 와 Eros (에로스) 에 적용하려다 보니,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두마리 물고기로 변화시켰다는 추정이 가능할 겁니다. 아래에서 보시겠지만, 두마리 물고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초기문명에서 “풍요와 다산 (多産)” 을 상징하는 디자인이었으므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개념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3. 천상지도의 쌍어궁 (雙魚宮)



<그림 35 왼쪽 : 천상지도의 쌍어궁 표기. 출처 : 위 그림과 동일

Sumer 의 꼬리자리가 천상지도에 쌍어궁 (雙魚宮) 으로 표기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합니다. 우선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래된 그리이스 Zodiac 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을 겁니다. 한편으론 BC 500 년경 Sumer 의 황도별자리가 인도로 전래될 때는 <그림 31> 와 같은 꼬리자리로 전달되었지만 인도내부에서 물고기 두마리로 바뀌었거나, 아니면 BC 433 년경 인도천문학이 중국으로 전달된 후에 중국내부에서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아래에서 몇 가지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 추정이 가능한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2) 고대 디자인의 물고기 두마리

    1. 중국의 쌍어문 (雙魚紋)



<그림 36 중국 반파 (半坡) 유적지 토기. 제작 BC 4700 ~BC 3600 년경.
출처 : 왼쪽 : en.wikipedia.org. 오른쪽 : tour-beijing.com>

위 그림은 중국 섬서성 (陝西省) 의 반파 (半坡) 라는 지역에서 1953 년에 발굴된 중국 신석기시대 토기접시입니다. 섬서성은 중국대륙 한 가운데에 있으며, 반파 (半坡) 는 그곳을 흐르는 황하 (黃河) 유역입니다. 이 유적지는 탄소연대측정 결과, 5600-6700 년전의 주거지로 밝혀졌으므로 BC 4700 ~BC 3600 사이에 만들어진 접시입니다. 제작시기와 관련해서 아래의 고대중국 연대기를 참조하십시오.

         • 신석기시대         BC 8500~BC 2000 (또는 BC 2100)

         • 하 (夏)             BC 2000 ~BC 1500 (또는 BC 2100 ~ BC 1600)
         • 상 (商 또는 殷 은) BC 1700 ~BC 1027 (또는 BC 1600 ~ BC 1046)
         • 주 (周)             BC 1027 ~BC 771 (또는 BC 1045 ~ BC 771)

접시 양쪽에는 물고기가 한마리씩 모두 두마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접시 위쪽 및 아래쪽 그림은 사람 얼굴 양쪽에 물고기를 그려 넣은 것입니다. 신석기시대인 BC 4700 ~BC 3600 년 디자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심플하고 세련되어 있습니다. 이 접시에서 보시듯이 물고기 두마리 디자인은 중국문명 초기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디자인은 중국에서 계속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BC 433 년경 Sumer 황도별자리가 인도를 통해 전래되었을 때, 물고기와 제비는 중국민중이 이해하기 쉬운 두마리 물고기로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후한시대 (後漢 AD 25 ~ 220) 이후 실크로드를 통해 그리이스의 Zodiac 이 들어오면서 두마리 물고기자리는 쌍어궁 (雙魚宮) 이란 이름으로 확고히 자리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인도의 쌍어문

아래 그림은 인도 아유타 (Ayuta 阿踰陀) 지방 힌두사원 정문에 장식된 두마리 물고기 디자인인 쌍어문 (雙魚紋) 입니다. 고대 인도의 아유타 지방에서 두 마리 물고기가 상징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유타 지방은 현재는 도시이나, 고대에는 왕국이었습니다. 아유타 (Ayuta 阿踰陀) 는 한자표기이며 영어로는 아요디야 (Ayodhya) 로 씁니다.



<그림 37 왼쪽 인도 아유타 지방 힌두사원 출입문의 쌍어문.

출처 : 월간조선 (2004. 3월호). 재인용 kin.naver.com>

<그림 38 오른쪽 아유타 또는 아요디아 (Ayuta 阿踰陀 / Ayodhya) 위치. 출처 cbc.ca>

인도에서 두마리 물고기 문양이 아유타 왕국에서만 독자적으로 사용되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이 디자인이 인도의 여러 지방에서 사용되었다면, BC 500 년경 Sumer 황도별자리가 인도로 들어온 후에 두마리 물고기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후 이 별자리가 중국으로 건너가 쌍어궁 (雙魚宮) 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우리나라의 쌍어문

한편, 삼국유사 가락국기 (三國遺事駕洛國記) 에 따르면, 인도 아유타 (Ayuta 阿踰陀) 왕국의 공주인 허황옥 (許黃玉) 은 인도에서 바닷길로 가야로 이주해서 가야의 김수로왕 (金首露) 왕과 결혼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가락국기 설화내용을 추적한 김병모 교수는 AD 1 세기 이전에 인도 아유타 왕국에서 반란이 일어나 왕족 및 신하일부가 중국 사천성 (四川省) 으로 망명했고, 어떤 이유로 AD 1 세기경에 왕자와 공주가 다시 우리나라 가야 (伽倻) 까지 왔다고 합니다. 하여간 허황옥 공주와 가야의 김수로왕의 결혼이후에 공주의 고향 아유타국의 상징이던 두마리 물고기는 가야를 상징하는 문양이 되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림 39 김해 김수로 (金首露) 왕릉 정문인 납릉정문 (納陵正門) 의 두개 쌍어문 (현판좌우) .
출처 : blog.naver.com>



<그림 40 그림 39의 납릉정문 쌍어문을 확대촬영한 것. 출처 : article.joins.com>

아유타 왕국의 쌍어문은 김수로왕릉에도 장식되어 있고, 지금은 김해의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김수로왕릉은 납릉 (納陵) 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림 39> 는 김수로왕릉으로 들어가는 정문인 납릉정문 (納陵正門) 이며, 조선 정조시대 (正祖) 인 1792년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림 40> 은 납릉정문 현판 좌우양쪽 그림을 확대한 것입니다. 쌍어문 가운데 그려진 것은 인도나 동남아 불교사원에서 많이 보이는 불탑 (佛塔) 입니다.

    4. 기독교의 쌍어문



<그림 41 왼쪽 : 로마시대 묘지석. AD 3 세기초. 출처 : en.wikipedia.org

오른쪽 : 초기 기독교인의 상징 물고기 문양. 출처 : en.wikipedia.org>

오른쪽 그림은 제 칼럼에서 두번 정도 인용드렸던 그리이스어 ΙΧΘΥΣ (익서스. Ichthys) 표식입니다. 초기로마 시대에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의 비밀표식입니다. “오병이어 얘기” 가 나오는 마태복음 14:17~21 또는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는 마태복음 4:19 를 표현한 것입니다. 이 표식은 기독교 역사로 보아 예수님 사망 후인 AD 1 세기경부터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왼쪽그림은 AD 3 세기초 로마시대 묘지석이라고 합니다. 로마의 바티칸 (Vatican) 부근 묘지에 있습니다. 묘지석에 오병이어 (五餠二魚) 기록의 두마리 물고기와 배의 닻 (anchor) 그림이 보입니다. 라틴어 ΙΧΘΥС ΖωΝΤωΝ (발음 : 익서스 존톤) 문장은 Fish of the Living 뜻이라고 하며, 직역하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물고기” 정도가 될겁니다. (С 는 시그마 Σ 를 간략히 표기한 것이며, ω 는 오메가 Ω 의 소문자입니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시기는 AD 313년 Constantinus (콘스탄티누스. Constantine I) 황제 때이므로 AD 4 세기초가 됩니다. 위 그림의 묘지석이 AD 3세기초에 만들어졌다면, 이 때는 기독교가 많은 박해를 받던 시기입니다. 박해에도 불구하고 묘지석에 자신의 종교를 대표하는 문양을 넣은 고인의 용기가 존경스럽습니다.



<그림 42 왼쪽 : The Church of the Multiplication of the Loaves and Fish 내부.

출처 : holylandchristiansouvenirs.com.

오른쪽 : 교회바닥 모자이크 확대. 출처 : en.wikipedia.org>

위 그림은 이스라엘 도시 Tabgha (타브가) 에 있는 교회내부와 그 바닥의 모자이크 입니다. AD 380 년경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이 교회는 The Church of the Multiplication of the Loaves and Fish 이라고 하며, 보통 오병이어 (五餠二魚) 교회라고 부릅니다. Multiplication 단어는 곱셈 또는 증식의 뜻이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섯개 빵과 두마리 물고기 (Loaves and Fish) 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서 오천명을 먹이셨다는 오병이어 내용을 표현한 것입니다. 제단 아래에 물고기 모자이크가 있습니다.

위에서 보셨듯이 쌍어문 (雙魚紋) 은 BC 4700 년 신석기시대 중국부터 AD 1세기 인도 및 우리나라, AD 4 세기 이스라엘의 교회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관통해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따라서 두마리 물고기는 “풍요와 다산” 또는 “종교적 상징” 으로 동서양 민중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디자인임은 분명합니다. 평소에 많이 보아오던 문양이 별자리가 되어 있으니, 동서양 문화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낄 것이며, 동양 천문학에서도 쉽게 쌍어궁 (雙魚宮) 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VII.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방법

우리는 보통 “황도12궁의 양자리, 황소자리” 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천상지도 황도12궁중 하나인 백양궁 (白羊宮) 에 서양식 별자리 양자리 (Aries) 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황도12궁의 양자리” 문구의 황도12궁은 황도에 걸쳐있는 서양식 단일별자리 12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천상지도의 황도12궁은 “동양식 단일별자리인 성 (星) 이 여러 개 모인 수 (宿) 를 몇 개씩 거느리며, 하늘을 30° 씩 분할한 12개 영역” 입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궁 (宮) 과 동양 천문학에서 말하는 궁 (宮) 에는 개념차이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습니다.

지금까지 잘 사용해오던 황도12궁 용어에 대해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 것 같습니다. 사실 뚝배기도 사람들이 오랜기간 냄비라고 부르면 이름이 냄비로 바뀔겁니다. 비록 황도12궁 본래의미가 그 안에 많은 동양식 단일별자리를 거느린 영역이며 서양식 단일별자리는 없다고 하더라도, “황도12궁 = Zodiac = 황도에 걸쳐있는 서양식 12개 단일별자리” 뜻으로 오랫동안 불렸다면, 충분히 이런 의미로도 사용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도12궁 별들을 바라 보실 때 이 같은 두가지 뜻을 같이 생각해주신다면, 그들도 자기 본래모습을 알아주는 것이 고마워 스스로 더욱 찬란하고 장엄하게 빛날 것입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설날 되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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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객설-기억의 저편: 황도12궁 이름의 시작(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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