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역별 위도 및 2015 년 최대 관측가능 범위

이번호에선 센타우루스 자리의 기원을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호에서 Sumer 의 궁수 및 센타우루스 자리 기원은 그리이스 버전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센타우루스 자리는 궁수자리와는 다르게 남반구 별자리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북쪽 일부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별자리 기원을 알아보기 이전에, 그리이스와 Sumer 에서 센타우루스 자리 “전체 모습” 이 보였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 그리이스와 Sumer 에서도 우리나라에서처럼 별자리 일부만 보인다면, 센타우루스 자리에 대한 그리이스 신화 및 Sumer 기원설의 근거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말씀 드리는 관측가능 범위 (%) 는 “남쪽 지평선이 완전히 트인 장소” 에서 출몰성 남방한계를 고려한 “이론적 수치” 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측가능 범위는 고도가 가장 높은 별과 가장 낮은 별의 상대적 비율로 계산했습니다.  (출몰성 남방한계는 아래 단락 참조).

현재시점으로 북위 37.5° 인 서울에서 센타우루스 자리는 고도가 가장 높은 경우에 이론적으로   북쪽 약 50 % 가 보입니다.  북위 약 33° 인 제주도 남쪽 서귀포 해안에서도 북쪽 부분 63 % 정도만 보입니다. 고대 그리이스 문화의 중심지 Athens (아테네) 위도는 북위 약 37.5° (동경 23.4 도) 이며, 서울의 위도와 거의 같습니다.  따라서 Athens 에서도 당연히 서울과 동일하게 최대 50 % 만 보일 겁니다.  상세 내역은 아래 표에 기재 드렸습니다.

Sumer 남단에 위치한 최초의 도시 Eridu (에리두) 나 Sumer 초기에 문화가 번성했고 Abraham 의 고향인 Ur (우르) 의 위도는 북위 약 31° (동경 약 46°) 로서, 서귀포 위도보다 조금 아래입니다. 서귀포에서 센타우루스 자리가 63 % 정도만 보인다면, Sumer 남단의 Eridu 나 Ur 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보일 겁니다.  결과부터 말씀 드리면 약 72 % 입니다. 아래는 지역별 위도 및 최대 관측가능 범위를 정리한 것입니다.

<그림 1 서울 서귀포 Athens Sumer 지역별 위도 비교>  

<그림 2 센타우루스 자리 최대 관측가능 범위. 이론적 수치. 시점 : 2015년 5월31~6월1일

  M : Menkent / 람다 : 람다별 / R : Rigil Kent / 괄호안 숫자는 고도> 

위 표에서 보시듯이 현재 Athens 에선 50 % 밖에 보이지 않고, Sumer 남단에서도 기껏해야 72 % 만 보이는 별자리에 어떻게 관련된 신화가 생기고 전체 별자리 그림도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  우리가 모르는 원거리 항해 기술이 발달해서 그 때 사람들이 남쪽바다로 나가서 관측할 수 있었을까요 ?  가장 확실한 답변은 “그 때 가 보아야 알 수 있다” 가 될 겁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 덕분에 직접 과거로 가보지 않더라도 추정은 할 수 있습니다. 

(2) 그리이스 – 2015 년과 BC 400 년 밤하늘

지난호 궁수자리 칼럼에서 그리이스 센타우루스 자리는 현존하는 기록으로 BC 4세기의 활동한 Eudoxus of Cnidus (에우독서스 BC 428~BC 355) 의 저술에 처음 나오며, BC 3세기 Aratus (아라투스 BC 272~BC 213) 도 언급한 자료가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원래는 Eudoxus 시대 한참 전에  그리이스 버전 센타우루스 자리가 만들어졌겠지만, 시기를 최대한 늦게 잡아서 Eudoxus 시대인 BC 400 년의 Athens 밤하늘을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내년 2015 년 Athens 밤하늘 모습을 먼저 보여 드립니다. 북반구에서는 봄과 초여름에 센타우루스 자리가 잘 보입니다

<그림 3 그리이스 Athens (북위 37.5도 동경 23.4 도) / 2015년 5월31일 밤 11시 

출처 : Stellarium 화면에 추가>

위 그림은 내년 2015 년 5월31일 밤 11시에 북위 37.5 도인 Athens 에서 본 밤하늘입니다. 시간은 그리이스 시간이며 이 때가 센타우루스 자리 고도가 높을 때입니다.  가장 북쪽 별 Menkent 고도는 15° 이고 아래쪽 람다별 고도는 – 15° 로서, 북쪽부분 약 50 % 정도만 보입니다.  이제는 BC 400 년으로 가 봅니다.

<그림 4 그리이스 Athenes (북위 37.5도 동경 23.4 도) / BC 400 년 5월31일 밤 9시 

출처 : Stellarium 화면에 추가>

BC 400 의 Athens 밤하늘에선 Menkent 고도가 28° 나 되고, 람다별 고도는 – 1° 로서 지평선에 거의 걸쳐 있습니다.  따라서 센타우르스 자리 전체가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엔 72 % 만 보이던 것이 지금부터 2400년 전 같은 시기엔 100 %가 보이는 것이 확인됩니다. 아래의 Sumer 시대 단락에서 보시겠지만 이보다 더 오래 전 그리이스 문화가 태동하던 시기에는 지평선에서 훨씬 더 올라와 있게 됩니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조화 일까요 ?

(3) Sumer – 2015 년과 BC 3000 년 밤하늘

<그림 5 Sumer Ur 지역 (북위 약 31° 동경 약 46°) / 2015년 5월31일 밤 9시.

출처 : Stellarium 화면에 추가>

<그림 5> 는 내년 2015 년 5월31일 밤 9시에 Sumer 지역 북위 약 31° 동경 약 46°인 Eridu 또는 Ur 에서 본 밤하늘입니다. 시간은 Sumer 시간입니다. 이 시간대가 연중 센타우루스 자리 고도가 높을 때인데도 Menkent 고도는 21° 이고 람다별 고도는 – 8° 로서, 북쪽부분 72 % 정도만 보입니다. 

한편 Sumer 시대에 황도12궁 별자리가 완성된 때는 BC 3900 년경이라고 지난호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센타우루스 자리는 이보다 좀 더 늦게 만들어졌다고 가정하고, 임의로 BC 3000 년의 Sumer 로 가 보겠습니다.

<그림 6 Sumer Ur 지역 (북위 약 31° 동경 약 46°) / BC 3000년 5월31일 저녁 6시 (일몰 7시경)

출처 : Stellarium 화면에 추가>

<그림 6> 은 BC 3000년 Sumer 초기 Uruk 시대 (BC 4100~BC 2900) 에 <그림 5> 과 같은 위치인 Ur 에서 일몰 전인 저녁 6시의 하늘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BC 3000년에는 Menkent 고도가 48° 이고 맨 아래쪽 Rigil Kent 고도가 17° 씩이나 됩니다.  2015 년 Sumer 에서는 72 % 밖에 보이지 않던 센타우루스 자리가 5000년 전인 BC 3000 년 같은 날에는 별자리 전체가 충분히 잘 보이는 것이 확인됩니다.  센타우루스 자리 고도가 가장 높을 때의 위치를 보여드리려고 <그림 6> 에선 일몰 전인 저녁 6시를 택했습니다. 그러나 7시경 일몰 이후에도 대략 밤 8시 30분경까지는 센타우루스 자리 전체를 지평선 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과거의 밤하늘 모습을 지역별 위도를 나타낸 표에 덧붙여 정리 드립니다.

<그림 7 센타우루스 자리 최대 관측가능 범위. 이론적 수치. 시점 : 각 연도 5월31~6월1일.

  M : Menkent / 람다 : 람다별 / R : Rigil Kent / 괄호안 숫자는 고도> 

(4) 시간의 마술

현재 북반구에서 일부만 보이는 남쪽 별자리가 오래 전 과거에 전체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지구 자전축의 세차운동 때문입니다. 세차운동 한 주기는 25,772 년, 대략 26,000 년입니다.  수천년 전에는 세차운동으로 인해 “센타우루스 자리가 위치한 방향” 으로 천구의 적도가 지금보다 더 남쪽으로 기울어지게 됩니다.  반면에 “센타우루스 자리가 위치한 곳의 180° 반대방향” 에선 천구의 적도가 지금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천구의 적도 남쪽에 위치한 센타우루스 자리 부근의 별들인 경우, 수천년 전 적위의 “절대값” 은 지금보다 적어집니다.  만일 현재 센타우루스 자리 부근에 있고 천구의 적도 바로 남쪽에 근접한 별인 경우, 수천년 전 적위는 + (플러스) 로 바뀌어 천구의 적도 북쪽으로 올라왔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센타우루스 자리 부근에 있는 어떤 별의 현재 적위가 – 50 ° (마이너스 50 도) 이면 BC 3000 년의 적위는 – 30 ° (마이너스 30 도) 정도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북반구 특정 위도에서 바라볼 때 센타우루스 자리 부근에 있으나 지금은 지평선 아래에 있어 보이지 않던 별이라도, BC 3000 년에는 적위의 절대값이 적어 졌으므로 지상의 관측자가 볼 때는 천구 자체가 지금보다 북쪽으로 이동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달리 말씀 드리면 센타우루스 자리 부근의 어떤 별이 지금은 지평선 아래에 있어 보이지 않더라도, BC 3000 년에는 센타우루스 자리 부근의 천구 자체가 북쪽으로 이동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서 별이 지평선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세차운동 때문에 적경 적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하지만 수치가 계속 변합니다.  센타우루스 자리 남쪽 별인 Rigil Kent 의 경우, 지금의 적위는 대략 – 60 ° (마이너스 60도) 이지만 Stellarium 에서 BC 3000 년 수치를 찾아보니 적위가 약 – 39 ° (마이너스 39도) 가 되었습니다. 

Sumer 지역인 북위 31° 에서 주극성과 출몰성 적위의 범위는 90° 부터 – 59 ° (마이너스 59도) 까지 입니다.  그런데 BC 3000 년의 Rigil Kent 적위는 – 39 ° 이며, 출몰성 남방한계 적위인 – 59 ° 보다 한참 북쪽입니다.   따라서 <그림 6> 처럼 별자리 전체가 잘 보이게 되며 Sumer 시대에 센타우루스 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도 확인해보았는데 BC 400 년에는 위도가 같은 Athens 처럼 가까스로 100 % 가 보였고, BC 3000 년에는 어두워졌을 때 가장 남쪽의 람다별 고도가 11° 정도 되면서 충분한 100 % 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북쪽 일부만 보이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면 또 다시 전체가 보일 날 오겠지요.

(참고 : • 주극성 적위범위 = 90°~ (90°– 위도)

          • 출몰성 적위범위 = (90°–위도) ~ – (90° – 위도))

            따라서 주극성 + 출몰성 적위범위 = 90°~ – (90° – 위도)

          • Sumer 북위 31° 에서 주극성 + 출몰성 적위범위 = 90°~ – (90° – 31°) = 90° ~ – 59 °

          • BC 3000 년 Rigil Kent 적위는 – 39 ° 로서, 적위 90° ~ – 59 ° 사이에 위치하므로

            Sumer 에서 센타우루스 자리 전체가 충분히 보이게 됨) 

II. 그리이스 및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