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ro News Serial No 21 Vol No II
September 2013
<목 차>
I. Life with Kaas
장엄천화 (莊嚴天華) (1 회)
22° , 46° Halo 그리고 Infralateral Arc
[ 1부 – 22° Halo ]
(1) 물, 태양 그리고 예술
(2) 장엄한 하늘의 꽃
(3) 우리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진
(4) 각도 22° 의 뜻
(5) 조물주는 최고 디자이너
(6) 눈 결정 모양이 다른 이유
(7) 22° , 46° Halo, Infra/Supralateral Arc 형성조건
1. 권층운
2. 정교한 육각기둥 눈 결정
3. 권층운이 없는 지표면 부근에서 육각기둥 눈 결정이 생긴다면 ?
(8) 육각기둥 눈 결정의 굴절현상
(9) 태양빛 입사각 변화에 따른 굴절각도 변화
(10) 22° Halo 형성과정
(11) 서울에선 22° Halo 가 안보였던 이유
II. Not Essential But Beneficial
22° , 46° Halo 그리고 Infralateral Arc
[ 2부 – 46° Halo 와 Infralateral Arc ]
(1) 하늘의 여러가지 꽃들
(2) 46° Halo 와 Infra/Supralateral Arc 형성원리
(3) 외국의 Infralateral Arc
(4) 한국산 Infralateral Arc
III. Coffee Break
포탄과 눈 결정의 미묘한 관계
(1) 눈 결정을 최초로 연구한 과학자 Kepler
(2) Kepler가 눈 결정 모양을 포탄 쌓기에 비유한 이유
(3) Kepler Conjecture (케플러 추론)
(4) 추석 때는 포탄과 눈 결정을 생각하세요
IV. Surprise & Mystery
안드로메다에서 흘러내리는 용암 덩어리
(1) 수소가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1. 성경 창세기 1장1절부터 3절까지 걸린 기간
2. 수소는 조물주의 진공청소기
3. 관측가능한 우주의 한계점
(2) 점점 밝아지는 등잔 밑
(3) 접시직경 100 m 전파망원경
(4) 일반 수소원자와 그 동위원소
1. 수소의 영어와 우리말 어원
2. 중성(中性) / 중(重) / 삼중(三重) 수소
a) 중성수소
b) 중수소
c) 삼중수소
(5) 이온화된 수소원자와 그 동위원소
1. 발광성운에서 보이는 중성수소 양이온 Proton
2. 수소 동위원소들의 이온
(6) 학계에서 뜨려면 암흑물질을 잡아야
V. Journey to Deep Sky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서 (9 회)
Lochium Funis –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1) 나무판자와 밧줄은 어떻게 생긴 물건인고 ?
(2) 나무판자와 밧줄 사용방법
(3) 매듭 (Knot) 이 속력의 단위가 된 사연
(4)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출생기원
(5) 25세 청춘에 산화 (散華) 한 그를 추모함
<본 문>
I. Life with Kaas
장엄천화 (莊嚴天華) (1 회)
22° , 46° Halo 그리고 Infralateral Arc
[ 1부 – 22° Halo ]
(1) 물, 태양 그리고 예술
<그림 freewebs.com>
위 사진에서 제일 먼저 눈이 가는 물체는 당연히 태양 (Sun) 이고 두번째는 썰매를 끄는 개들 (Dogs) 이다. 따라서 이 사진에 나타난 현상은 “Sun Dogs 이다.” 라고 한다면 썰렁한 농담이 될까 ? 실 없는 말씀이지만 사진처럼 가운데 태양 좌우 수평방향의 <작은 두 개 태양> 을 지칭하는 용어가 <Sun Dogs> 이다. 공식 천문용어로는 <Parhelia> 라고 하며 태양 중심을 지나서 Sun Dogs 양쪽을 거쳐 뻗은 선을 <Parhelic Circle> 이라 부른다. 태양 주변의 큰 원형 Halo는 22° Halo 이다. 사진 하나 더 보시지요.
<그림 lovethesepics.com>
위 사진은 쌍무지개 (Double Rainbow) 이다. 오른쪽이 1차 무지개이고 왼쪽에 희미한 2차 무지개가 보인다. 무지개 사진들을 검색해보니 많은 사진들에 <Somewhere Over the Rainbow> 란 제목이 붙어있었다. 아시는 것처럼 뮤지컬 및 영화로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의 주제가이다. 원래 사람이란 것이 설악산 오르면 백두산 가고 싶고 그 곳에 올라보면 K2 가고 싶고, K2 정상에선 에베레스트를 꿈꿀 것이다. 저는 산악인은 아니지만 산에 오를 때는 반드시 내려갈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들었다. 어차피 모두 집으로는 돌아가야 하니까.
한가지 말씀 드리면, 위 사진처럼 쌍무지개는 반드시 “색깔 순서가 거꾸로” 라는 것이다. 만일 같은 순서로 무지개 색깔이 되어 있으면 그것은 무지개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조작한 사진이다.
희귀한 경우이지만, 두번째 무지개 색깔 순서가 첫번째 무지개와 같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두번째 무지개는 첫번째 무지개와 같은 각도가 아니고 비스듬하게 서 있거나 1차 무지개 상단에 일부만 걸쳐있는 경우이다.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경우는<반사 무지개 (Reflection Rainbow )>
라고 하고 일부만 걸쳐있는 경우는 쌍동이 무지개 (Twinned Rainbow) 라 한다. 우리말 명칭이 쌍무지개와 혼동되기 쉽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고, 그 형태를 간단히 그림으로 그려 보았다.
Rainbow 우리말 Main (1차) 무지개 와 비교한 색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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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1차 무지개 ( + )
Reflected 반사 무지개 같은 순서 ( + )
Twin 쌍동이 무지개 같은 순서 ( + )
Double 쌍 무지재 반대 순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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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종류와 색깔 순서. 적색과 보라만 표시함>
아래의 무지개 사진을 살펴 보십시오.
<잘못 만들어진 그림>
위 사진은 핸드폰 바탕화면용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Double Rainbow
(쌍무지개) 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무지개 색깔이 잘못되어 있다. 위 쪽의 흐리게 표시된 2차 무지개 색깔 순서가 반대로 되어야 한다.
<그림 lovethesepics.com>
위 사진은 실제로 촬영된 사진이다. 맨 왼쪽에 1차 무지개와 동일한 각도로 전개된 무지개가
2차 무지개인 쌍무지개이다. 무지개 색깔 순서가 1차 무지개와 반대로 되어 있으므로 맞는 그림이다. 가운데 부분에 1차 무지개 끝에서 같이 올라온 3차 무지개가 있는데, 이것이 <반사 무지개 (Reflection Rainbow )> 이다. 그림에서 잘 구별은 되지 않으나 색깔 순서는 1차 무지개와 같은 순서이다.
<Twin Rainbow (쌍동이 무지개. 쌍무지개가 아님). 사진 copy right Benjamin Kuhne>
위의 사진에서 아래쪽이 Main Rainbow (1차 무지개) 이고 위쪽에 걸쳐 있는 것이 Twin Rainbow (쌍동이 무지개. 쌍무지개가 아님) 이다. 색깔 순서가 Main Rainbow 와 같다. 여러 종류 무지개 형성 원리에 대해선 나중에 이 칼럼에서 다시 소개 드리려 한다.
(2) 장엄한 하늘의 꽃
위의 Sun Dogs 현상과 무지개들을 형용사로 표현한다면 저는 “장엄하다” 란 단어 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국립국어원> 의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장엄하다”의 뜻이 “씩씩하고 웅장하며 위엄있고 엄숙하다” 라고 풀이되어 있다. 좋은 말은 모두 모아 놓은 것 같다. 제 느낌 그대로 “장엄 (莊嚴)” 이란 단어를 넣어 소제목을 만들려 궁리하다가 “천화 (天華)” 라는 말을 붙여서 “장엄천화 (莊嚴天華)” 라고 했다. 한자어 많이 쓴다는 비난은 각오하고 있다.
한자사전 보시면 “화 (華)” 자는 일반적으로 “빛날 화” 로 쓰이지만 명사로 사용할 경우 “화 (花)” 와 같은 의미로 쓰여서 “꽃” 이란 뜻도 있다. 따라서 “천화 (天華)” 는 하늘의 꽃이란 뜻이 되고 “장엄천화” 는 “장엄한 하늘의 꽃” 이 된다.
“장엄한 하늘의 꽃” 이란 단어가 실감나는 사진 한 장 더 올려 드린다. 2010년에 Sweden 의 Stockholm 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래 사진에 나타난 현상은 맨 위의 개 썰매 사진과 같은 현상으로, 태양주변 밝게 빛나는 원형 22° Halo, 양쪽 두 개 태양 Sun Dogs (Parhelia), 그리고 Sun Dogs 를 지나는 수평방향 빛 줄기 Parhelic Circle 및 맨 바깥쪽 잘 안보이는 희미한 원형 46° Halo 까지 모두 보인다. 말씀드린 용어들은 이 칼럼을 통해서 차례대로 소개드릴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사진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장엄한 하늘의 꽃. 사진 copy right Peter Rosen. APOD>
아마추어 천문학이 반드시 “밤하늘” 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낮에도 볼 것이 많은데 태양 그 자체 뿐만 아니라 태양빛이 지구대기와 만나서 창조해내는 여러 절묘한 현상들도 우리의 관심 분야가 될 것이다. 낮에 보이는 이런 현상들을 “장엄한 하늘의 꽃 – 장엄천화” 라 부르면서 이번 호부터 몇 회에 걸쳐 알아보려 한다. 이번 첫 회에는 우리지부 임원께서 촬영한 사진으로 시작해본다.
(3) 우리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진
3개월 전 2013년 6월 1일 토요일에 우리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무리> 사진 기억하시는지요.
우리지부 이혜경 부지부장님께서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 부근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 날 조강욱 관측부장님도 서울에서 “마른하늘에 무지개” 가 보인다고 제게 급전으로 문자를 보내셨는데 저는 당시 문자를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서울, 경기지역에선 일부만 보였다지만 장관을 놓쳤으니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지역에 나타난 것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어서 다음 칼럼 <Not Essential But Beneficial> 에 올려 드린다.
밤 늦게 우리지부 홈페이지 열어보고 상당히 놀랐는데, 그 사진들을 다시 올려드린다.
사진 원본들을 모두 보내주신 이혜경 부지부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촬영자 : 이혜경 서울지부 부지부장님. 원본 사진 Crop.
장소: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 미술관 Camera: Canon 500D. Lens : Fisheye 18 mm
일자: 2013년 6월 1일.
강원도 양구군 6월 1일자 지상 최저기온 14°C, 최고기온 28°C.
촬영시간 오후. 지상기온 약 25°C 추정>
<위 사진 부분 확대>
<원본 사진 Crop>
위 사진에서 태양 주변의 완전한 원형은 <22° Halo> 라 한다. 그러나 그 아래쪽 원호는 <46° Halo> 는 아니고 <Infralateral Arc> 라는 현상이다. 만일 이 원호가 태양 위쪽에 생겼다면 <Supralateral Arc> 라고 부른다. Infra 의미는 “아래쪽, 하부 (下部)” 이고, Lateral 은 “측면” 이라 뜻이니 Infralateral Arc 는 “태양 하부에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원호 (圓弧)” 란 뜻이다. 우리말 번역어가 더 머리 아프므로 여기서는 영어 그대로 사용하겠다.
많은 경우에 <46° Halo> 와 <Infralateral 또는 Supralateral Arc> 는 혼동되어 불리고 있다.
그러나 두 현상은 형성원리 및 모양이 확실히 다른 현상이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진에 나타난 현상 명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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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완전한 원형 22° Halo
원형 아래쪽 무지개 빛 원호 Infralateral Arc (46° Halo 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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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도 22° 의 뜻
각도 22° 또는 46° 는 태양 중심과 원호 사이의 각도를 말한다. 이 각도는 하늘에서 태양 위치와 고도를 불문하고 이 현상이 나타날 때는 모두 같은 각도이다. 아래 그림에서 22° Halo 만 표시해 드리고 46° Halo 내용은 아래 칼럼 <Not Essential But Beneficial> 에서 다시 언급 드리겠다. 그림에서 카메라 렌즈에 태양 필터 끼우시고 열심히 태양을 보고 계신 분은 이 사진 촬영자인 이혜경 부지부장님이다.
<각도 22° 의미. 이혜경 부지부장님 사진을 편집 및 추가>
하여간 위의 사진들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사진이라 믿는다. 더욱이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이라 하늘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있어서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22° Halo 를 찍은 사진은 몇 개 보았으나 <22° Halo> 와 <Infralateral Arc> 가 동시에 나타난 사진은 이 사진 이외엔 아직 보지 못했다.
독일의 German Halo Group 이란 단체가 전 유럽에서 10년 동안 Halo 가 목격된 일수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22° Halo는 1년 동안 전 유럽에서 100 회가 관측되었다. 한편 46° Halo 또는 Infralateral 및 Superlateral Halo는 1년 평균 4.2일 이었으며 이것들은 대부분 22° Halo와 같이 나타난다. 하여간 이 통계는 독일에서만이 아니고 “전 유럽” 이 대상이므로 이혜경 부지부장님께서 양구에서 찍은 사진이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짐작되실 것이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 드리겠지만 이 현상의 특징 때문에 서울에선 이 현상 전체는 보이지 않았으며 강원도 양구 근처에서만 보였다.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그 시간에> <그 곳> 에 있어야 하고, 또한 그 때 쓸만한 <카메라> 와 <적절한 광각렌즈>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이 사진은 하늘 전체를 찍기에 최적인 <어안렌즈>로 촬영되었는데, 이런 “놀라운 네 가지 확률조합” 으로 만들어진 사진임을 강조 드린다. 좋은 사진은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지만 가끔은 하늘이 내려 주셔야 되는 것임을 실감한다.
이 칼럼은 이런 희한한 현상이 도대체 “무엇으로” “어떤 과정” 을 거쳐서 만들어 지는지 알아보고자 마련했다. 또한 이것과 유사한 다른 현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회에 걸쳐서 살펴 보겠다. 이런 현상은 주로 추운 날씨에 많이 보이는데, 다가올 겨울을 위해 예습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5) 조물주는 최고 디자이너
소제목처럼 사진에 나타난 현상은 대기 중의 물과 태양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태양이야 언제나 머나먼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물이 조화를 부려서 만들어진 현상이리라. 그러면 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아야 하는데 우선 <귀신 같이 조화를 부리는 물의 아름다움> 부터 말씀 드리려 한다.
다른 나라들이 “물” 을 부르는 용어를 보면, Water (영어) / 쑤이 (水 중국어) / Eau (오, 프랑스어), / Wasser (바서, 독일어) / みず (미즈, 水, 일본어) 등이다. 부르는 말은 나라마다 달라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바로 같은 물질, 물이다. 마시는 물이건, 양치질하는 물이건 간에 눈 뜨고 처음 접촉하는 것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우유, 차 또는 커피를 마시더라도 그 대부분이 물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생명유지를 위해 항상 필요하고 또 지구상에서 사막, 고산지대 같은 특정지역을 빼고는 사람 사는 곳에는 항상 주변에 있는 것이 물이므로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아무런 색깔이나 모양이 없는 것에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모양과 색깔이 없다고 그 내면의 아름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저는 세상에서 물 같이 아름다운 물질은 없다고 생각하며, 물이 자연에서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눈 결정” 이라고 말할 것이다. 눈 결정은 정육각형이라 보기에도 안정적이고 균형이 잡혀있다. 더욱이 그 세밀한 구조에는 디자이너가 공들여 디자인해도 쫓아오지 못할 품격이 보인다. 그럼 눈 결정 한 번 보실까요 ?
<눈 결정 모습. 그림 imagekind.com. 광고가 아님>
쓸만한 눈 결정 사진들은 모두 Copyright 가 있으나 위 사진은 벽걸이 액자 만들 수 있는 “판매용 포스터” 이므로 출처를 명기하고 올려 드린다. 위의 눈 결정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로 이 세상을 어떤 구도하게 “원 샷” 에 만드신 조물주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대체 어떤 힘과 디자인 능력이 발휘되어 위와 같이 복잡다단한 모양을 만들어 있는지 진실로 궁금하다. 눈 결정이 자라날 때 꼭 사람의 “배아” 에 유전자가 있어 눈, 코, 팔, 다리가 생기는 것처럼 이미 그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그러면 과연 그 디자인은 누가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6) 눈 결정 모양이 다른 이유
<각종 눈 결정 사진들. 그림 imagekind.com. 광고가 아님>
두 장 사진 가지고는 감질나므로 아예 판매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보여 드린다. 위의 여러 눈 결정 사진들은 연구 및 판매를 목적으로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조건” 을 바꾸어 가며 인공으로 만든 눈 결정들이다. 그 “조건” 들에 대해선 아래 단락에서 설명 드린다.
위 그림 보시면 눈 결정 모양이 모두 다르긴 해도 크게 몇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나뭇가지 모양이 제일 많이 보이고, 얇은 판, 부채 두 개를 붙인 것 모양, 기둥, 실패 (실을 감는 것) 그리고 바늘 모양도 있다. 이런 다른 모양의 눈 결정들이 생기는 원인은 대기 온도와 대기 중 수분의 과포화 정도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하며 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아래 그림이다.
<조건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형성되는 눈 결정들. 그림 its.caltech.edu>
위의 그래프에서 수직축인 “과포화 상태” 란 어떤 온도에서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보다 많은 양의 수분이 포함된 상태를 말하며 수평축은 대기 온도를 표시한다. 대기에 수분이 과포화 될수록 나뭇가지 모양 눈 결정도 같이 커지는 것이 보인다. 한편 대기 온도가 - 3° C ~ - 10° C 에선 육각기둥이나 바늘 모양이 되지만 이보다 더 낮은 온도에선 나뭇가지나 판 모양이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눈 결정 중에서도 제일 예쁜 모양인 나뭇가지 모양은 - 10° C~ - 20° C 의 엄청 차가운 대기에서 상당한 과포화 상태일 때 만들어진다.
<눈 결정 모양 분류. its.caltech.edu 의 그림을 편집>
위의 그림은 온도 및 대기 과포화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가지 눈 결정 모양들을 Caltech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 분류한 것이다. 굳이 이런 분류를 올려 드리는 이유는
22 ° Halo 및 Infralateral Arc 가 만들어지려면 얼마나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지 말씀 드리기 위해서이다. 그림 셋째 줄에 보이는 솜털 모양은 “불규칙 형태” 눈 결정이고, 마지막 두가지 그림은 인공 눈을 만드는 사진과 인공 눈의 결정이다. 자연과 사람의 작품이 확연히 비교된다.
그런데 눈 결정모양이 모두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사각, 오각, 팔각 등이 아니고 거의 모든 경우에 굳이 <육각형> 일까 ? 어릴 때부터 눈송이를 보아오셨고, 육각수가 몸에 좋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으셔서 눈 결정이 육각인 것이 이젠 더 이상 신기하지 않으실지도 모른다. 아니면 “조물주가 육각을 좋아해서” 라고 무심코 답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정답이다.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한다” 고 말해도 내심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조물주가 육각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바로 물 분자 얼굴 모양 때문인데 물 분자 및 육각수 등에 대해선 다음 회에서 언급 드리려 한다.
(7) 22° , 46° Halo, Infra/Supralateral Arc 형성조건
1. 권층운
눈 결정 (Snow Crystal) 은 얼음으로 되어있으므로 얼음결정 (Ice Crystal) 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는 제가 좋아하는 용어인 “눈 결정” 으로 사용하겠다. Supralateral Arc 란 위 사진에서 22° Halo 밑에 보이는 Infralateral Arc 가 태양 위쪽에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하여간 위 사진에 보이는 22° Halo 와 Infralateral Arc 가 나타나려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구름모양과 그 구름 속의 눈 결정 모양이다.
첫번째 조건은 구름이 반드시 권층운 (卷層雲 Cirrostratus Cloud)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권운 (卷雲 Cirrus Cloud) 에서도 생기지만 구름 모양 때문에 원의 일부만 나타난다. 구름 종류와 명칭은 저도 익숙치 않아 아래에 그림을 올려 드린다.
UN 산하기구인 <세계기상기구 (WMO, The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의 분류에 따르면 구름은 크게 10가지로 분류된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 색 우리말로 10가지 분류를 표시해 드렸다. 구름이 생성되는 고도는 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림 가운데 Halo 가 생긴 모습으로 권층운이 표시되어 있고 그 오른쪽에 권운이 보인다. 권층운은 순우리말로 “털층구름” 이라 하고 권운은 “털구름” 또는 “새털구름”으로 부른다.
<구름 종류와 고도에 따른 기온변화. astronomyonline.org 그림에 일부 추가>
구름이 생성되는 고도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음.
온도는 지상 25 °C 기준으로 제가 계산한 것임 (5~6°C 하강/km)>
권층운이 있다 하더라도 한 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그 구름 속에 눈 결정이 있을까 ? 여름 날씨에도 구름 속에 눈 결정이 만들어 지는 것을 보여 드리려고 그림 왼쪽에 해당 구름이 생기는 높이와 지표면 기온이 25°C 일 경우에 높이에 따른 온도를 같이 표시해 드렸다. 위도 및 기압 등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온은 지상 1 km 올라갈 때마다 평균 5~6°C 씩 내려간다. 물론 높이 올라간다고 무한정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위 그림처럼 권층운은 지상 5~8 km 위에 생기므로 지상 날씨가 여름일지라도 구름의 기온은 영하이며 그 속에 눈 결정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혜경 부지부장님께서 사진을 촬영한 장소와 시간이었던 박수근 미술관이 있는 강원도 양구군 6월 1일자 기온을 찾아보니 최저 14°C, 최고 28°C 였다. 촬영시간이 오후이므로 지상 기온은 아마 25°C 는 되었을텐데 이 때도 지상 5~8 km 위에선 영하 5° ~ 영하 23°C 이었을 것이다. 당시 지상은 무더운 날씨였을지라도 구름 내부상태가 위의 그래프처럼 과포화 상태인 경우라면 여러 가지 모양의 눈 결정들이 구름 속을 떠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2. 정교한 육각기둥 눈 결정
다음 단락에서 자세히 말씀 드릴 사항이지만 미리 간단히 언급 드리면, 사진에 나타난 22° Halo 와 Infralateral Arc 는 바로 위의 <눈 결정 모양 분류> 그림의 맨 첫 번째 모양에서 <육각막대> 모양의 결정일 때만 생긴다. 위에서 <조건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형성되는 눈 결정> 과 <눈 결정 모양 분류> 를 길게 설명 드린 이유는 수 많은 눈 결정 모양 중에서도 반드시 <육각막대> 모양일 때만 생긴다는 것을 말씀 드리기 위함이었다. 눈 결정이 생기는 그래프를 보면 대기 온도가 - 6° C ~ - 8° C 일 경우에 육각막대 결정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육각막대형일지라도 그 모양이 매끈하고 정교해야지만 태양빛을 한 방향으로 굴절시킬 것이다. 아래의 두 사진으로 비교해 보자. 바로 아래는 1986년 1월17일 남극대륙에 위치한 한 연구소 부근에 Halo 나타났을 때 그 구름에서 직접 채취한 눈 결정들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정교한 육각막대 및 판 (Plate) 형 눈 결정들이 보인다.
<정교한 육각막대 눈 결정 전자현미경 사진. 그림 its.caltech.edu. copy right Walter Tape>
아래는 1986년 1월1일의 같은 지역에서 희미한 Halo 구름에서 얻어진 눈 결정이다. 육각막대형은 보이나 가운데 구멍이 있고, 일부는 뭉쳐있으며 표면도 불규칙해서 위 사진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정교한 모양이 필요하지만 그 크기도 관건이다. Halo 가 만들어지려면 그 육각막대 길이가 적어도 0.05 mm 이상은 되어야 하며, 깔끔하고 정교한 Halo 가 되려면 0.1 mm 보다 길어야 한다.
눈 결정이 크고 정교할수록 구름 속에서 그것들이 모여 있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더라도 Halo 가 형성될 확률은 커진다.
<불규칙한 육각막대 눈 결정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 copy right Walter Tape>
그러면 이혜경 부지부장님께서 사진 찍으실 당시 그 <권층운> 은 지상 몇 km 높이에 있었을까 계산해보자. 지금까지 말씀 드린 내용은 아래와 같다.
권층운 생성범위 지상 5,000 ~ 8,000 m
권층운 내부기온 영하 3° C ~ 영하 23 ° C
육각막대 눈 결정 생성기온 영하 6° C ~ 영하 8° C
지상 6,000 m 상공기온 영하 5° C ~ 영하 11° C
영하 6° C ~ 영하 8° C 에서 육각막대 눈 결정이 만들어지므로 그 권층운은 <구름 종류와 고도에 따른 기온변화> 그림에 그려진 권층운처럼 지상 6,000 m 상공에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상 6,000 m 상공의 기온은 그림의 표시처럼 영하 5° C ~ 영하 11° C 이므로 영하 6° C ~
영하 8° C 범위를 충족한다.
3. 권층운이 없는 지표면 부근에서 육각기둥 눈 결정이 생긴다면 ?
그러면 22° Halo 가 반드시 하늘 높은 곳에 떠 다니는 권층운에서만 나타나는가 ? 만일 지상의 기온이 영하이고 과포화 상태라서 지표면 부근에서 육각기둥 눈 결정들이 생기면 권층운은 없더라도 22° Halo 가 지표면 부근에서도 나타나기도 한다.
<지표면 부근의 22° Halo 와 Upper Tangent Arc.
이렇게 눈 결정들이 보이는 현상을 Diamond Dust 라고 부름. 그림 Haloreport.blogspot.kr>
위 사진에서 원형은 22° Halo 이고 Halo 머리 위에 보이는 두 개의 V 자는 <Upper Tangent Arc> 라 부른다. 이 현상은 다음 호에서 설명 드린다. 이 같이 지표면에 가까운 곳에 생기는 눈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에선 눈 결정 하나하나가 다이아몬드 가루처럼 자세히 보이므로 이런 Halo 특히 <Diamond Dust> 부른다. 그러나 눈 결정 모양은 역시 <육각막대> 모양일 때만 생긴다. 육각막대 다이아몬드라…. 모양은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라면.
(8) 육각기둥 눈 결정의 굴절현상
미리 말씀 드리지만 앞으로 언급 드리는 현상들은 지금 과학으로 <형성원리> 는 파악되어 있으나 정확한 <형성과정> 은 아직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연구하는 이 시대에도 지상 6 km 상공 구름 안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 과학 수준이다. 하기야 과학강국 미국에서도 Tornado 나 Hurricane 의 발생시점을 예측 못해 매년 엄청난 피해를 반복하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나라도 바로 내일의 홍수도 제대로 예보 못하는 것을 보면 상황을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위에서 살펴보신 것처럼 22° Halo 가 만들어지려면 권층운과 육각기둥 눈 결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있다고 언제나 22° Halo 가 보인다면 이 칼럼 소재로 삼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선 태양빛이 육각기둥 눈 결정에 굴절되어 생기는 현상이란 것은 짐작되실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육각기둥 눈 결정의 굴절현상을 보기 전에 삼각 프리즘의 굴절현상부터 살펴본다.
<삼각 프리즘과 육각기둥 눈 결정의 굴절 현상>
정삼각 프리즘 기둥의 꼭지점 각도는 60° 이다. 위의 왼쪽 그림 보시면 태양 빛이 왼쪽에서 들어오면 프리즘 첫번째 면에서 한번 굴절이 일어나고 다시 첫번째 면과 60° 각도를 이루는 두번째 면에서 두번째 굴절이 일어난다. 굴절이 두 번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정육각형 육각기둥 눈 결정인 경우에 위의 오른쪽 그림처럼 굴절이 일어나는 두면의 꼭지점 각도는 정삼각 프리즘 기둥과 동일한 60° 이다. 따라서 굴절이 일어나는 각도는 정육각형 기둥이나 육각기둥 눈 결정이나 모두 똑같다.
(9) 태양빛 입사각 변화에 따른 굴절각도 변화
<태양빛 입사각 변화에 따른 굴절각도 변화>
그러면 태양빛은 최종적으로 몇 도나 굴절될까 ? 바로 위의 그림은 육각기둥 눈결정을 입체로 그려본 것이다. 태양빛이 왼쪽에서 입사하는 경우, 두 번 굴절되어 빛이 적색에서 보라까지 갈라진다. 하지만 굴절되는 각도는 태양빛이 한쪽 면에 입사되는 각도에 따라 당연히 두번째 면에서 굴절되는 각도도 달라질 것이다. 위 그림 아래에서 짙은 청색으로 표시한 것이 육각기둥의 한 쪽 면 전부를 나타낸다.
실험에 따르면 적색인 경우, 육각기둥 눈 결정의 한쪽 면에 태양빛이 입사 되는 각도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60° 각도를 이루는 두번째 면에서 두 번 굴절되어 나오는 적색의 굴절 각도 범위는
21.54° ~ 33.8° 이다. 정리하면 적색인 경우 최소굴절 각도는 21.54° 이고, 최대 굴절각도는 33.8° 가 된다. 일곱 빛깔 전체 평균은 최소 21.84° 최대 약 50° 이다. 참고로 최대굴절각도 약 50° 는 46° Halo 와는 관계없다. 다만 두 면이 60°를 이루는 경우에만 이 각도가 됨을 기억하시면 된다. 다른 색깔은 자료를 찾지 못해 적색과 일곱 빛깔 전체 평균만 명기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색깔 최소 굴절각도 최대 굴절각도
---------------------------------------------------------------------------------------
적색 21.54° / 또는 21.7° 33.8°
일곱 빛깔 평균 21.84° / 또는 약 22° 약 50°
---------------------------------------------------------------------------------------
(10) 22° Halo 형성과정
<22° Halo 형성과정. 이혜경 부지부장님 사진을 편집 및 추가>
위 그림에선 구름 속에 떠돌아 다니는 여러 종류 눈 결정 중에서 육각기둥 눈 결정을 태양 빛이 통과함을 표시했다. 그런데 이미 설명 드린 것처럼 권층운이고, 그 내부의 기온이 영하 6° C ~ 영하 8° C 라면, 눈 결정은 대부분 육각기둥으로 만들어진다.
위 그림처럼 눈 결정 육각기둥의 축 (Axis) 이 태양빛과 대략 수직을 이루고 떠 있으면 육각기둥들은 태양빛을 22°로 굴절시킨다. 그림에서 2 개의 육각기둥 축이 태양빛과 직각이다. 무작위적으로 배열된 육각기둥들 중에서 위 그림과 같이 태양에서 같은 각거리와 특정방향으로 자리잡은 눈결정이 태양빛을 굴절시켜 원형 Halo 를 형성한다.
<위에 올린 사진 Crop>
일곱 빛깔의 최소 굴절각도 평균은 약 22° 이고 최대 굴절각도 평균은 약 50°라고 말씀 드렸다. 태양빛 적색, 주황 등의 최소굴절각도가 가장 작으므로 태양과 22° 각거리를 이루는 부분에서 제일 처음으로 붉은 색의 밝은 Halo 가 만들어진다. 위 사진의 원형 22° Halo 내부를 자세히 보시면 내부 테두리가 적색임이 보이실 것이다.
한편 정삼각기둥 프리즘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적색에서 주황, 노랑, 초록 등으로 갈수록 최소 굴절각도가 커지므로 이들 색깔은 원형의 바깥쪽 Halo 를 형성한다. 위 사진처럼 적색은 눈에 확 띄는 색깔이라 구별이 쉬우나, 나머지 색깔들은 명도가 낮아 구별이 쉽지 않고 서로 중첩되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태양으로부터 각거리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색깔들은 더욱 흐려져서 결국엔 아무런 빛깔도 보이지 않게 된다.
또한 적색의 최소 굴절각도가 21.54° 또는 21.7°이므로 이 각도 이하에선 아무런 빛깔도 굴절되지 않아 이 부분은 당연히 어둡게 보일 것이다. 위 사진에서 태양이 직접 비치는 부분부터 22° Halo 가 보이는 부분까지 CD 모양처럼 어두운 것이 확인되실 것이다.
한편 일곱 빛깔의 평균 최대 굴절각도는 50° 이므로 위 사진에서 태양으로부터 46° 각거리에 있는 Infralateral Arc 부근을 따라 22° Halo 바깥에 원형으로 다시 어두운 부분이 생긴다. 이것은 일곱 빛깔의 평균 최대 굴절각도인 50° 부근만 다시 조금 밝아 지고, 그 이외의 부분은 태양빛이 굴절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참고로 달빛으로도 22° Halo 가 생긴다. 잘 아시는 달무리이며 영어로는 Lunar 22° Halo 라 부른다. 평소에 보신 적 있으실 것 같아 사진은 생략한다
(11) 서울에선 22° Halo 가 안보였던 이유
여기서 당연히 의문이 생기실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육각기둥 눈 결정들께서 그렇게 잘 알아서 원형으로 그 축 (Axis) 들을 태양빛과 직각으로 정렬한 채 구름 속에 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미 말씀 드린대로 이 문제에 대해 똑 부러진 답을 할 수 있는 과학자는 아직 없다. 다만 구름 내부의 기류 (氣流) 때문에 육각기둥 눈 결정이 일정 방향으로 정렬되며 원형을 이룬다고 추정만 할 뿐이다. 쉽게 말씀 드리면 어찌 어찌해서 우연히 제대로 된 방향과 각거리에 수 많은 눈 결정들이 자리 잡게 되었을 때 태양빛이 굴절되어 특정한 위치에서만 Halo 가 보인다는 것이다.
눈 결정이 크고 정교할수록 그리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지 않더라도 깔끔한 Halo 가 형성될 확률은 커지게 된다.
물론 시류 (時流)를 거부하고 다른 방향을 보고 떠도는 눈 결정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 특정 지점에서 Halo 가 보일 때 태양빛을 굴절시키지 못하므로 그 장소에선 보이진 않는다.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눈 결정들이다. 그러나 만일 이들 그룹이 뜻을 모아 다른 어떤 특정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면 다른 장소, 다른 방향에서 이들이 만드는 Halo 가 보일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바로 강원도 양구에선 보였지만 서울에선 22° Halo는 안보이고 고작 Infralateral Arc 의 일부분만 보였던 이유이다.
한마디로 Halo 란, 하늘에서 <복잡한 조건> 이 충족 되었을 때, 땅에서는 사람이 <특정 장소> 에서 <특정 시간> 에 그곳에 있어야지만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그 때 카메라와 쓸만한 렌즈까지 손에 쥐고 있을 확률을 생각하면, 역시 평소에 부단히 좋은 일 하면서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깨닫는다.
II. Not Essential But Beneficial
22° , 46° Halo 그리고 Infralateral Arc
[ 2부 – 46° Halo 와 Infralateral Arc ]
(1) 하늘의 여러가지 꽃들
22° 도 Halo 를 알아 보았으니 이제 46° Halo 와 Infralateral Arc 를 살펴볼 차례이다. 위에서 쓸데없는 사설이 길어져 이들까지 게재하면 너무 지루하실 것 같아 분위기도 바꿀 겸 이곳으로 옮겨 싣는다.
아래 사진은 남극대륙에서 촬영된 것인데, 중요한 Halo 현상을 모두 담은 교과서 같은 사진이다. Halo 는 눈 결정으로 만들어지므로 아무래도 정교한 사진들은 기온이 낮고 대기가 깨끗한 북극권이나 남극대륙에서 촬영된 것이 많다.
각각의 Halo 명칭을 노란 색으로 표시해서 바로 아래에 같이 올려 드린다. Infralateral Arc 도 일부 나타나지만 너무 희미하고 다른 중요 현상들과 혼동되실 것 같아 여기엔 표시 드리지 않고 다른 사진으로 소개 드린다. Suncave Parry 는 Parry Arc 라고도 한다. 희미한 부분은 하얀색 선으로 다시 그렸고, 주황색으로 표시한 Supralateral Arc 는 원본사진에서는 아주 희미하지만 명칭을 알려 드리려고 강조해서 그려 넣었다.
<남극대륙에 나타난 여러가지 Halo. 사진 copy right Jon Oldroyd>
<위 사진에 나타난 Halo 명칭 Jon Oldroyd 사진에 명칭 추가>
위 사진에는 태양의 고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오늘 설명드릴 Infralateral Arc 는 46° Halo 좌우 측면에 희미하게는 보이나 아래쪽 부분은 나와 있지 않다. Infralateral Arc 가 이번 칼럼 소재 중의 하나이므로 태양 고도가 높은 경우의 그림을 아래에 별도로 그렸다. Infralateral Arc 는 46° Halo 아래쪽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에도 나타난다.
<46° Halo 와 Infralateral Arc 의 형태 및 위치>
(2) 46° Halo 와 Infra/Supralateral Arc 형성원리
22° Halo 와 마찬가지로 46° Halo 와 Infra/Supralateral Arc 도 육각기둥 눈 결정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태양빛이 굴절되는 과정은 다르다. 22° Halo 에서는 각도가 서로 60 ° 인 눈 결정의 두 면을 태양빛이 통과하면서 나타나지만 46° Halo 와 Infra/Supralateral Arc 는 각도가 90 ° 인 두 면을 통과하면서 굴절되는 태양빛으로 만들어진다.
<46° Halo 와 Infra/Supralateral Arc 가 만들어지는 태양빛 굴절과정>
위 그림에서처럼 육각기둥 눈 결정의 모서리 부분과 측면은 서로 90° 를 이룬다. 태양빛이 이 두 면을 통과하면 22° Halo 때와는 다른 굴절형태를 보인다. 22° Halo 때에는 일곱빛깔의 최소굴절각도가 약 22° 였지만 이번 경우의 일곱빛깔 최소굴절각도는 약 46° 가 된다. 따라서 태양으로부터 46° 각거리에 Halo 가 만들어지며 나머지 형성과정은 22° Halo 경우와 동일하다. 다만 태양으로부터의 각거리가 크므로 태양빛이 더 산란되어 Halo 윤곽은 22° Halo 보다 희미하다.
Infra/Supralateral Arc 경우는 태양빛이 통과하는 면은 46° Halo 와 같지만, 육각기둥 눈 결정의 배열이 다르게 때문에 46° Halo 와는 다른 Halo 가 만들어진다. 22° Halo 설명에서 올려드린 그림처럼 무작위적으로 배열된 육각기둥 중에서 태양빛이 원형으로 굴절되는 위치에 있는 것들은
46° Halo를 만들지만 한 방향으로만 배열되어 있다면 Infra/Supralateral Arc 가 된다고 한다.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46° Halo 는 완전한 원형인데 반해서 Infra/Supralateral Arc 는 원형이 아니고 <원호> 에 불과하며 <태양으로부터의 각거리> 도 원호 끝부분으로 갈수록 커지는 완만한 원호이다. 태양의 측면에 나타나는 Infralateral Arc 도 일부분만 원호인 것은 같다. 만일 이것들이 아주 짧은 일부분만 나타나고 46° Halo 근처에 있으면 구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 Simulation 에 따르면 태양고도가 32° 보다 높으면 측면 Infralateral Arc 을 거쳐 아래쪽 Infralateral Arc 가 되고 32° 보다 낮으면 Supralateral Arc 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 32° 인 경우에 모두 보이는지 어떤지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경우 제 대답은 “그 때 Halo 가 나타나 보아야 안다” 밖에 없을 듯하다.
(3) 외국의 Infralateral Arc
그러면 실제로 나타난 Infralateral Arc 사진 두 장 살펴보고 지나간다.
<22° Halo 와 Infralateral Arc. 사진 copy right gbruno.
미국 California 주 Stinson Beach. 2010년. wunderground.com>
사진 상단의 원형 Halo는 22° Halo 이다. 그 아래 무지개 및 원호가 바로 Infralateral Arc 모습이다. 당시 태양 고도는 58° 정도였다고 한다.
< Infralateral Arc 만 나타난 것. 사진 copy right Mike Kelly
미국 California 주 Mad River. 2010년 spaceweather.com>
위 사진은 22° Halo 는 안보이고 Infralateral Arc 만 나타난 것이다. 아마도 6월1일 서울, 경기지역에서 보였던 현상이 이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참고로 Supralateral Arc 는 항상 Circumzenithal Arc 와 같이 나타난다. 맨 처음 올려드린 남극의
Halo 사진 보시면 두 현상이 같이 보인다. 태양의 고도가 32 ° 낮은 경우는 이와 반대 모습인
Infralateral Arc 및 Circumhorizontal Arc 가 생긴다. 또한 달빛에서도 이와 동일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달빛으로 나타나는 사진은 생략하겠다.
(4) 한국산 Infralateral Arc
우리지부 이혜경 부지부장님 사진으로 위에서 살펴본 사항을 검토해본다.
<촬영자 : 이혜경 서울지부 부지부장님. 원본 사진 Crop.
장소: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 미술관 Camera: Canon 500D. Lens : Fisheye 18 mm
일자: 2013년 6월 1일>
<촬영자 : 이혜경 서울지부 부지부장님. 원본 사진 Crop.
촬영내역 위와 동일>
위의 두 사진 보시면 아래쪽 원호가 <원형> 아니고 <원호> 만 형성하며, <태양으로부터의 각거리> 도 원호 끝부분으로 갈수록 커지는 완만한 원호이므로 46° Halo 는 아니고 Infralateral Arc 임은 분명하다. 다만 지평선에서 태양 중심을 향한 일부분만 보였다면 46° Halo 의 일부인지 Infralateral Arc 인지는 구별 곤란했을 것이다.
이 사진들을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희귀한 순간을 잡아내신 이혜경 서울지부 부지부장님께 축하드리며 더불어 귀중한 순간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III. Coffee Break
포탄과 눈 결정의 미묘한 관계
(1) 눈 결정을 최초로 연구한 과학자 Kepler
Kepler (케플러, Johannes Kelper 1571~1630) 대해서는 아마도 학생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많이 들어오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이 <눈 결정> 에 대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과학적 논문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어떤 일로 눈 결정까지 연구하게 되었는지 신기하다. 아마도 당시 과학은 수학을 기반으로 여러 과학이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아래는 눈 결정에 관한 Kepler 의 논문 표지이다.
<눈 결정에 관한 Kepler 논문표지. <Kepler 논문의 영어판 표지
1611년. 그림 storyofsnow.com 그림 its.caltech.edu>
위의 책 제목에서 세 번째 줄 작은 글씨를 다시 써 드리면 <STRENA Seu De Nive Sexanguls>
이며, 영어로는 <Concerning Hexagonal Snow> 또는 오른쪽 영어판 제목처럼 <On the Six-Cornered Snowflakes> 이다. 우리말로는 <육각형 눈 결정에 대하여> 정도가 될 것이다.
Kepler 는 1611년 새해를 맞아 그의 후원자이며 친구였던 Wacker von Wackhenfels (바켄펠스) 에게 이 논문을 새해 선물로 주려고 소제목을 <A New Year’s Gift> 라고 붙였다.
이후 1635 년 프랑스의 René Descartes (데카르트 1596~1650) 가 눈 결정을 맨눈으로 관찰하며 연구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눈 결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영국의 Robert Hooke (후크 1635~1703) 부터 시작된다. 그는 눈 결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1665년에 Micrographia 라는 저서를 남겼다. 아래는 이 책 표지와 내용의 일부이다.
<Robert Hooke 의 Micrographia 표지. 그림 its.caltech.edu>
<Micrographia 내용 일부. 그림 its.caltech.edu>
17세기말의 Robert Hooke 이후 거의 250년 동안 눈 결정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20세기 초 미국에서 Wilson Alwyn Bentley (1865~1931) 라는 사진가가 방대한 눈 결정 사진 자료를 남겼다. 이 분은 일생 동안 약 5,000 개의 눈 결정 사진 찍었으며 그 중 약 2,000 개를 정리한 Snow Crystals 라는 책이 1931년에 출판되었다. 작업하는 모습을 그의 홈페이지에서 옮겨 싣는다.
<Wilson A. Bentley 그림 snowflakebentley.com>
1930년대 들어 일본의 우키치로 나카야 (宇吉郞 中谷 1900~1962) 가 현대적 눈 결정 연구의 시초를 열었다. 이 분은 1954년에 20년 동안의 연구결과를 모아서 Snow Crystals: Natural and Artificial 이란 책을 냈는데, 눈 결정 연구의 걸작이라 불린다. 아래 그림은 이 책의 일부인데
인공으로 만든 눈 결정 사진이다. 왼쪽 사진의 가느다란 선은 “토끼 털” 이며 그 위에 눈 결정을 배양한 것이라 한다.
<Snow Crystals: Natural and Artificial 의 일부. 그림 그림 its.caltech.edu>
(2) Kepler가 눈 결정 모양을 포탄 쌓기에 비유한 이유
Kepler 는 그의 논문 STRENA Seu De Nive Sexanguls 에서 눈 결정이 육각형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벌 집” 과 “포탄 쌓기” 를 예로 들고 있다고 한다. 육각형 벌집이 가장 튼튼하고 안정적이며 포탄을 쌓을 때도 가장 효율적으로 많이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벌 집을 예로 든 것은 이해가 되지만 뜬금없이 전쟁에서 사용하는 “포탄” 이 왜 나오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을 아래 왼쪽에 올려 드린다.
<Kepler 책 “STRENA Seu De Nive Sexanguls” 에 나오는 포탄 그림>
Kepler 는 이 책에서 포탄을 일정 공간에 가장 많이 쌓으려면 그림과 같은 모양으로 쌓아야 되는데, 눈 결정도 이와 동일한 원리에 따라 정육각형 모양으로 된 것이라 설명한다. 포탄 쌓는 방법과 정육각형의 관련성은 아래 단락에서 언급 드린다. 하여간 포탄에 관련된 수학적 문제는 맞는다고 해도 왜 눈 결정이 포탄 쌓는 것과 같은 모양이 되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눈 결정이 육각형이란 것에 주목하고 그 이유에 대해 최초로 과학적 설명을 시도했으며, 이후에 근대 원자이론의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 이 논문의 중요성이 있다고 한다. 하여간 Kepler 가 장남 삼아 포탄을 예로 든 것은 아닐 것이며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논문에서 다루는 나머지 사항은 바로 이 “포탄” 과 관련된 사항이며, 이것이 Kelpler 이후로 수백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혀 온 <Kepler Conjecture (케플러 추론)> 이란 명제이다. 눈 결정과는 아무런 관련은 없으나 위대한 천문학자 Kepler 가 제시한 문제이므로 간단히 살펴보겠다.
(3) Kepler Conjecture (케플러 추론)
영국의 수학자, 천문학자였던 Thomas Harriot (해리엇 1560~1621) 이란 사람은 25세 때인 1585 년에 군인이며 탐험가였던 Walter Raleigh (럴레이 1554~1618) 가 지원하는 탐험대의 일원으로 지금의 미국 동부해안 지역인 North Carolina 주의 Roanoke 지역을 탐험했다. 이 때부터 Walter Raleigh 의 지원을 받으며 그에게 여러 가지 자문을 해주게 된다. Thomas Harriot 은 지금도 영국에선 유명한 천문학자로 존경 받는데, Italy 의 Galileo Galilei 보다 4개월이나 앞선 1609년 7월 26일에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보고 달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Walter Raleigh 는 Elizabeth 1세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Sir (경) 이란 호칭을 붙이기도 한다. 이 분은 미국 대륙을 탐험하고 Virginia 지역을 건설한 공적이 있다. 영국에 담배를 처음 소개했다고도 전해진다. 말년에는 반대파 모함으로 처형되는 운명을 맞았다.
Walter Raleigh 는 개인 자문위원인 Thomas Harriot 에게 군함의 갑판에 일정하게 쌓아 놓은 포탄 모양만 보고 갯수를 알아내는 방법과 갑판의 일정 공간에 포탄을 최대한 많이 쌓는 방법을 찾아내 달라고 요청했다. Harriot 은 첫번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주었으나 두번째 알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1606 년에 그보다 11살이나 어리지만 당시 이미 유명해진 젊은 천문학자인 Kepler 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Kepler 는 여러 방법을 조사한 끝에 결국 아래 그림과 같이 쌓는 것이 가장 효울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두 그림은 같은 방법을 표시한 것으로 이 같이 쌓는 방법을 면심입방격자 (面心立方格子
Face-Centered Cubic Lattice) 라고 부른다. 만일 포탄 중심축을 기준으로 수직으로 쌓는 방법은
단순입방격자 (單純立方格子 Simple Cubic Lattice) 라고 한다. 원자배열구조 등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Kepler 는 면심입방격자인 경우, 주어긴 공간에 평균밀도 π / (3 x 루트 2) 만큼 채울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수치는 약 74.048 % 이므로 대략 74 % 정도이다. 아래 그림은 위에 언급 드린 Kepler 의 책인 STRENA Seu De Nive Sexanguls 에 나오는 포탄 그림을 입체적으로 다시 그린 것이다. 참고로 단순입방격자인 경우는 주어진 공간의 52 % 밖에 채울 수 없다고 한다.
<면심입방격자 (面心立方格子 Face-Centered Cubic Lattice) 모양>
Kepler 는 1606년에 부탁 받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5년 후인 1611년 논문인 STRENA Seu De Nive Sexanguls 에서 포탄 그림과 함께 눈 결정이 위의 그림과 같은 구조일 때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에 육각형이라고 설명했다. 포탄과 눈 결정. 지금의 과학으로 본다면 “부적절한 관계” 가 아닐 수 없다.
(4) 추석 때는 포탄과 눈 결정을 생각하세요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Kepler 가 도출한 π / (3 x 루트 2) 라는 식은 경험적 사실에서 도출된 공식이고, 왜 이런 공식이 나오는지는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매 시대의 걸출한 수학자들이 Kepler 가 증명하지 못한 문제인 Kepler Conjecture (케플러 추론) 을 증명하고자 덤볐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 인물들을 열거해보면, Issac Newton (뉴턴) , Joseph Lagrange (라그랑주) , Carl Gaus (가우스) , David Hilbert (힐베르트) 등이다.
1998년에 8월에 드디어 미국 Michigan 대학교 교수인 Thomas Hales 와 대학원생 이었던 Samuel Ferguson 이 대형 컴퓨터를 사용해서 이 문제를 증명해냈다. 이들이 출판한 수학적 증명은 250 page 에 달하며 컴퓨터 파일은 3 기가바이트 (Gigabyte) 라고 한다. Kepler 가 이 문제를 제시한 논문이 1611년에 나오고, 이의 해답이 1998년에 나왔으니 수학문제 증명에 387년 걸린 셈이다.
그런데 위의 포탄 쌓아 놓은 모양을 자세히 보시면 별 것 아님을 알 수 있다. Kepler 가 그린 그림은 슈퍼마켓 과일 판매대에 사과나 배를 쌓아 놓은 모양이다. 또한 일정 공간에 가장 많이 쌓을 수 있다는 말은 일정 갯수를 가장 적은 공간에 포장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선물용 사과 포장은 이런 식으로 한다. Kepler 시대에는 시장에서 과일을 어떻게 쌓아 놓고 팔았길래 이런 것 가지고 고민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대형 컴퓨터가 나오고서야 그것이 증명되고, 증명하는데 필요한 수식이 250 page 나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
저는 예전에 꿀벌 집을 오려낸 벌꿀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꿀벌 집의 정교함이 하도 신기해서 얼마나 오차가 나는지 30 cm 자로 길이들을 재보았는데 거의 오차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정밀한 자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꿀벌들은 모두 몸 크기 차이가 있을 텐데 자와 각도기도 없이 어떻게 그런 정육각형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벌 집과 눈 결정이 모두 육각형이지만 그것이 육각형이 된 이유는 서로 다르므로 제 머리로는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인류가 나무 위에서 놀면서 과일 따먹다가 그것들을 팔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과연 그 때 π / (3 x 루트 2) 라는 공식을 생각하고 쌓아 놓았을까 ? 제 대답은 “그 때 살아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이다. 다만 다가오는 추석 때 차례용 과일 사러 가셔서 Kepler 의 “포탄” 과 “눈 결정” 육각형이 생각나신다면 칼럼 쓰는 보람이 될 것이다.
IV. Surprise & Mystery
안드로메다에서 흘러내리는 용암 덩어리
(1) 수소가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1. 성경 창세기 1장1절부터 3절까지 걸린 기간
천주교 및 기독교 교인 분들께 위의 소제목을 사용함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우주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우주 구성 물질 중, 암흑물질 제외한 일반물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원소는 바로 수소이다. 더욱이 수소는 우주의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먼저 생겼을 뿐만 아니라 태초의 Big Bang 이 일어날 때 생긴 빛을 전 우주에 퍼질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수소가 없었다면 물론 우리 존재도 없었겠지만, 아직도 우리는 “빛도 없는 흑암” 에서 표류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는 종교인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종교의 경전에는 보석보다 더 귀중한 말들이 들어 있으므로 종교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여러 경전들을 가끔 들춰보는 편이다. 우주 역사에서 수소의 역할을 잘 표현한 구절을 인용하려는데, 성경의 창세기 만한 자료는 없어서 창세기 1장1절부터 1장3절까지 적어드리면서 퀴즈 하나 내 드리겠다.
<성경 창세기 1장 (개역개정)>
1절 :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절 :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3절 :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여기서 퀴즈는
“창세기 1장1절부터 3절까지 걸린 기간은 현대 우주론을 근거로 하면 얼마나 될까요 ?”
라는 문제이다. 문제의 요점은 천지창조 후부터 빛이 있을 때까지 걸린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Big Bang 은 순간적인 폭발이므로 바로 그 때부터 우주 전체에 폭발의 빛이 퍼졌으리라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경의 매력은 현재의 사람들도 생각지 못하는 사상이나 개념이 성서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창세기 초반부도 예외는 아니다. 천지는 <창조> 되었지만, 그 다음에는 <혼돈과 흑암> 이 있었고, 그 이후에야 <빛> 있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씀 드리면 천지창조와 동시에 빛이 있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천지창조를 현재 우주론에서 말하는 Big Bang 이라 한다면, 위의 퀴즈는
“Big Bang 이후 우주가 빛으로 밝아질 때 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인가 ? “
라는 의미이다.
2. 수소는 조물주의 진공청소기
지난 Serial No 18 에서 가장 최근에 측정되고 믿을만한 우주나이는 137.98 억년 ± 3,700 만년이라고 말씀 드렸다. 이 때의 Big Bang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지금의 원소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인 양성자 (Proton) , 중성자 (Neutron), 전자 (Electron) 등이 만들어졌다. 이런 입자들이 만들어질 때의 우주는 여러 물질들이 뒤섞여있는 초고온의 껄죽한 스프 (Soup)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Big Bang 으로부터 방출된 빛이 우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창세기 1장2절의 <혼돈과 흑암> 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은 흘러서 초고온의 스프같은 우주도 점차 식어지고 양성자와 전자가 각각 1개씩 만나서 쌍 (Pair) 를 이루가 시작했다. 바로 이 쌍이 수소원자이며, 이같이 수소 원자가 쌍을 이루는 과정을
<Recombination (재결합)> 이라 부른다. 재결합 과정 이전에는 양성자, 전자 등이 우주를 자유롭게 떠 다니면서 Big Bang 으로 발생한 <태초의 빛> 을 차단시켰다. 수소 원자 생성 과정은 아래 단락에서 자세히 언급 드린다.
이후 이들 대부분이 쌍을 이루어 수소 원자로 바뀜에 따라 먼지 같은 입자들이 수소 원자라는 결정체로 바뀌면서 우주가 “진공청소” 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주가 투명해지기 시작했고, 태초의 빛은 더 이상의 장애물 없이 우주공간에서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게 된다. 드디어 창세기 1장3절의 <빛이 있었고> 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시대는 현대 우주론에서 Big Bang 이후 40만년이 지난 때로 계산된다. 따라서 위의 퀴즈 정답은 400,000 년이다.
여기서 수소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금처럼 우주에 빛이 가득찬 상태가 된 것은 수소 덕분이다. 수소가 없었으면 빛도 없었으므로 소제목에서 “수소가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라고 망언을 해 보았다.
3. 관측가능한 우주의 한계점
Big Bang 이후 40만년 동안은 우주가 빛도 통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면, 우리는 우주의 끝을 빛으로 볼 수는 있을까 ? 당연히 빛을 매개로 해서는 우주의 끝을 볼 수 없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빛> 으로는 <이론적> 으로 Big Bang 이후 40만년 이후까지만 볼 수 있다. 물론 빛이 아닌 전파로는 볼 수 있으며, 전파로 태초의 우주를 본 것이 바로 우주배경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볼 수 있다> 고 해도 <볼 것 있어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일 만하게 빛나는 별이나 은하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Big Bang 이후 우주에서 별이나 은하가 탄생한 것은 4억년이나 지난 이후이다. 따라서 아무리 우주를 바라 보아도 <137.98 억년 ± 3,700 만년 - 4억년 = 133.98 ± 3,700 만년> 이전의 천체는 <현실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항성, 은하, 성운, 퀘이사 등 천체의 종류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멀리 있는 천체는 소형은하 (Mini Galaxy) 인 UDFJ-39546284 이며, 이곳에서 나온 빛은 지금부터 132 억년 전에 방출된 것이다.
아래는 위에 언급 드린 우주진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Big Bang 이후 40만년이 지나 우주가 투명해졌고, 4억년이 지난 다음에야 첫번째 별들이 태어나면서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이 표시되어 있다. 그 4억년 동안은 투명한 우주였지만 "스타워즈" 영화 내용처럼 어둠의 세력이 지배하던 "암흑시대 (Dark Ages)" 라고 부른다.
<Big Bang 이후 우주진화 그림 jwst.nasa.gov>
(2) 점점 밝아지는 등잔 밑
허블 딥필드 (Hubble Deep Field) 라는 사진 잘 아시지요 ? 아래는 그 중에서 첫번째로 발표된 것으로, 열흘 동안 찍은 342 장의 사진들을 합성한 것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큰곰자리 (Ursa Major) 의 빈 공간에 1995년 12월 18일부터 28일까지 허블 망원경을 들이대고 있었더니 우주 변방의 찬란하고 빽빽한 은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Hubble Deep Field 중 일부. 사진 jwst.nasa.gov>
망원경이 발달할수록 우주에서 빈 공간으로 생각되던 곳이 더 이상 빈 공간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드시 우주 변방의 천체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우리은하 주변의 모습들도 각종 대형 망원경의 발달에 따라 점차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4개월 전인 2013년 5월의 Nature 주간잡지에 특이한 논문이 게재되었다. GBT 라는 전파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에 추가로 M31 안드로메다 은하 (Andromeda Galaxy) 와 M33 삼각형자리 은하 (Triangulum Galaxy) 및 일부 별들을 합성한 것이다. 순수하게 전파 망원경으로만 찍힌 부분은 붉은 색 부분으로, 중성수소 (Neutral Hydrogen) 가 모여있는 곳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그저 중성수소 성간 가스가 전파 망원경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사각형으로 표시한 붉은 색 점들이 해당 논문이 강조하는 부분인데, 이것이 바로 암흑물질 (Dark Matter) 존재를 증명한다고 한다.
<M31 (위쪽 은하) 과 M33 (아래쪽 은하) 사이에 존재하는 중성수소 밀집지역.
사진 scitechdaily.com/NARO/AUI/NSF>
제 눈에는 사각형 부분이 꼭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용암 덩어리들이 뚝뚝 흘러 내리던가 아니면 안드로메다 공주가 코피 흘리는 모습으로만 보인다. 이 사진으로 암흑물질까지 보인다니, 전파 천문학자 분들 참으로 대단한 시력을 가지셨다. 하여간 이 사진의 의미를 알려면 사진에서 붉은 색으로 나타난 중성수소 (Neutral Hydrogen) 라는 물질이 천체물리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이 부분이 표시된 성도를 먼저 올려 드린다.
<사진에 나타난 지역의 성도. 그림 Sky & Telescope 성도에 일부 추가>
(3) 접시직경 100 m 전파망원경
위의 사진을 찍은 GBT 라는 전파 망원경도 흥미로우므로 먼저 살펴보겠다. GBT 의 공식명칭은 Robert C. Byrd Green Bank Telescope 이다. 앞에 붙은 단어가 사람 이름임은 짐작하실 것이다. Green Bank 는 동네 이름이다. 우리말로 “초록 뚝방” 마을…
원래 이 전파망원경 자리에는 Green Bank Telescope 라는 전파망원경이 있었는데 1988년에 기계고장으로 철거되었다. 이후 이 망원경이 위치한 미국 West Virginia 주 상원의원이던 Robert C. Byrd (1917~2010) 가 많은 기부와 더불어 새 망원경 건립 모금운동에 들어가 불과 3년 후인 1991년부터 두번째 전파 망원경 착공을 했다. First Light 행사를 2000 년에 멋있게 치렀고 2002년에 공식 완공되었다.
<GBT 모습. 땅 위의 사람 모습으로 크기가 짐작된다. 그림 nrao.edu>
그런데 공식 완공 전인 2000년에 First Light 를 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도 Robert C. Byrd 가 정치인이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모름지기 사심 없이 일하거나 기부하는 정치인은 역사상 없다고 보아도 된다. 만일 존재한다면 그는 이미 정치인이 아니고 자선사업가일 것이다. 아마도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을 맞아 정치적 과시를 위해 First Light 행사를 강행하지 않았을까 ? 덕분에 고달팠던 사람은 천문대 건설 담당자였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응하는 보상은 받았겠지만…
정치인이 건설을 주도한 건축물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 일단 대중이 놀랄만한 것으로 “과시” 해야 하므로 “최대” 또는 “최고” 등 수식어가 붙을만한 장비, 규모, 또는 비용 등이다. 이 망원경도 당연히 “최대” 란 수식어가 붙어서 전파망원경 “접시 직경” 이 세계 최대이다.
정치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대중이 언제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표어나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접시 직경” 일 경우, 예산 및 건설 가능성을 고려해서 직경이 얼마가 되면 대중이 쉽게 자기를 기억해 줄까요 ? 정답은 90 m 도 아니고 110 m 도 아닌 딱 100 m 일 것이다. 세계 1위 접시 크기 100 m 인 전파 망원경의 1 번째 별보기가 새로운 1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있었으니 그 정치인 수완은 정말 따라올 사람 없으리라 생각된다.
<GBT 접시와 축구장 크기 비교. 그림 nrao.edu 사진 편집 및 추가>
이 정치인은 42세 때인 1959년에 상원의원이 되고 93세인 2010년 사망할 때까지 무려 51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냈다. 조선시대 권문세가 세도정치가 따로 없다. 참고로 미국 상원의원은 각 주의 인구 수에 상관없이 모든 주에서 2 명씩 뽑으므로 모두 100 명이 된다. 임기는 6년이고,
2 년마다 전체 상원의원의 1/3 만큼을 직선제로 선거한다. 이 정치인이 상원의원 하던 51년 동안 West Virginia 주에서는 다른 인물들이 남은 1석 자리를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4) 일반 수소원자와 그 동위원소
1. 수소의 영어와 우리말 어원
수소는 약 138억년 전 Big Bang 이후 40만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만들어졌으나,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 원소는 1671년 Ireland 의 Robert Boyle (1627~1691) 이 실험 도중에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1766년에 와서 영국의 Henry Cavendish (1731~1810) 가 새로운 기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Flammable Air (가연성 기체) 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그도 지금 불리는 수소라는 물질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Cavendish 관련사항은 Serial No 10 을 참조 바랍니다.
1783년에 와서야 프랑스의 Antoine Lavoisier (1743~1794) 가 수소 기체의 성질을 규명하고 Hydrogen 이란 명칭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Hydro 는 그리이스어로 Water 이고 Gen 은 genes 에서 온 말로 Creator (만들어 내는 것) 뜻이다.
우리말 수소는 한자로 水素 인데, 이 단어는 한자이지만 중국에서 온 용어는 아니다. 중국에서 수소는 간체자로
<氢> 이라 쓴다. 이 한자를 우리나라 식으로 쓰면 <氫> 이 된다. <氢氣> 라고도 한다. 우리말 발음은 “경 또는 경기” 이고 중국어 발음은 “칭 또는 칭치” 가 된다.
글자와 발음이 중국어와 우리말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면 수소 (水素) 는 우리가 만든 단어일까 ?
제 생각에는 우리말 <수소> 는 일본어 한자표기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는 한자로 그대로 水素 로 쓰고 すいそ (쓰이~소) 로 읽는다. 이는 일본이 개국초창기 과학문명을 받아들이던 독일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어로 수소는 Wasserstoff 이며 Wasser 는 영어로 Water 이고, Stoff 는 Stuff, Material, Element 이다. 의역하면 “물의 구성물질, 원소” 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이 이를 水素 로 번역한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한다.
2. 중성(中性) / 중(重) / 삼중(三重) 수소
a) 중성수소
<중성수소> 란 단어에서 중성의 한자는 中性 이며 重性 은 아님에 유의하십시오. 중성수소와 비슷한 원소인 <중수소> 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重水素 라고 쓴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중성수소 (Neutral Hydrogen) 라는 단어가 나온다고 긴장하실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수소원자를 좀 유식하게 부르는 단어가 중성수소이며, 주로 화학, 천체물리학 등에서 사용된다. 따라서 중성수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소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그러면 왜 <중성> 이란 말을 붙여서 쓸데 없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까 ? 동물이나 인간에게도 남성, 여성이 있지만 중성, 양성 (兩性) 도 있다. 이처럼 <수소> 에도 성 (性) 이 있기 때문에 이를 다른 종류와 구별하기 위해서 <중성> 이란 접두어를 붙인 것이다. 물론 수소에서의 성이 동물처럼 남성과 여성은 아닐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부분 원소에는 <동위원소 (Isotope)> 가 있으며, 수소도 예외는 아니다. 동위원소란 원자핵 내부에 있는 양성자 (Proton) 수는 같은데, 중성자 (Neutron) 수가 다른 원소들이다. 따라서 동위원소는 중성자 수의 차이 때문에 각기 그 “질량”에서 차이가 난다. 중성자 수가 다르더라도 양성자 수가 같으면 원소기호는 같은 기호를 쓰고 표기할 때만 왼쪽에 다른 숫자를 붙여 구별한다. 아래에선 다른 수소원자와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소는 <중성수소>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아래 그림은 중성수소와 동위원소들이다.
<중성수소와 동위원소의 원자구조>
위 그림 맨 왼쪽이 중성수소 원자구조를 표현한 그림이다. 중성수소는 영어로 Neutral Hydrogen 또는 Protium (프로티움) 으로 부르며, Hydrogen-1 으로 쓰기도 한다. 원소기호는 <1H> 또는 <H> 로 쓴다. 위 그림에선 <1H> 표기가 되지 않아 <1 H> 로 썼다.
양성자 (Proton) 1개, 전자 (Electron) 1 개로 되어 있으므로 전하는 ( 0 ) 이다. 우주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고 우주 공간에는 수소구름이나 성간 가스 형태로 존재한다.
중성수소를 화학에서 원자기호로는 <1H>로 쓰지만 천체물리학에서는 주로 <H I> 으로 사용한다. 여기서 <I> 는 영어 알파벳의 I 가 아니고 <로마자의 I> 이다. 따라서 발음은 <H One> 으로 해야 한다. 우주 공간에 수소구름이나 성간 가스 형태로 존재하는 중성수소 지역을 <H I 영역>이라 부른다. <H I 영역>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고 반드시 전파망원경으로만 관측된다
b) 중수소
원자로의 감속재로 쓰이는 <중수 (重水, Heavy Water) > 라는 단어를 아실 것이다. 북한의 핵 문제가 거론될 때 뉴스에서 가끔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중수는 중성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 Deuterium (듀테리움)> 와 산소를 결합시켜 만든 물을 말한다. Hydrogen-2 라고도 부른다. 가운데 그림이 중수소를 표시한 것이다. 중성수소에 중성자 (Neutron) 한 개가 더 추가되었음을 표시했다. 원소기호는 <2H> 또는 <D> 로 쓴다.
c) 삼중수소
중성수소에 중성자 (Neutron) 두 개가 들어가면 삼중 (三重) 수소 (Tritium, 트리티움) 이 된다.
Hydrogen-3 로도 부른다. 원소기호는 <3H > 또는 <T> 로 쓴다. 중성수소나 중수소는 자연계에서 안정적이나, 삼중수소는 방사선 동위원소이므로 수소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위에 말씀 드린 수소원자 종류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중성수소 (수소) Protium / Neutral Hydrogen / Hydrogen-1
1H / H / H I (H One)
양성자 1 / 중성자 없음 / 전자 1
중수소 Deuterium / Hydrogen-2
2H / D
양성자 1 / 중성자 1 / 전자 1
삼중수소 Tritium / Hydrogen-3
3H / T
양성자 1 / 중성자 2 / 전자 1
(5) 이온화된 수소원자와 그 동위원소
1. 발광성운에서 보이는 중성수소 양이온 Proton
위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세가지 수소원자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떤 중성 원자에서 ( - ) 전하인 전자가 이탈하거나 추가되어 원자가 ( + ) 또는 ( - ) 전하를 띠게 되는 과정을 이온화 (Ionise 또는 Ionize) 과정이라 부른다. 이온화 과정은 몇 가지 원소를 제외한 대부분 원소에서 가능하다. 수소 원자도 예외는 아니며,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이온화 된 수소는 발광성운 (Emission Nebula) 이다.
젊고 뜨거운 별 주위에 중성수소가 있게 되면 그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 (UV, Ultra Violet) 의 자극으로 중성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이탈하게 된다. 이러면 양성자 1개만 원자에 남게 되므로 원자의 전하가 ( + ) 로 바뀌게 되는데, 이를 중성수소 양이온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원자가 중성 (中性) 에서 양성 ( + , 陽性) 으로 성전환 수술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자외선이 의사인 셈.
<양이온화된 수소의 원자구조>
가운데 그림이 중성수소의 양이온화 과정이다. 양이온화된 수소의 전하는 양성자 하나 밖에 없으므로 당연히 ( + ) 이다. 따라서 이 상태의 수소를 양전자인 Proton 명칭 그대로 Proton 이라 부른다.
이렇게 양이온화된 수소가 우주에 존재하는 지역을 천문학에선 <H II 영역>이라 부르며 발음은 이미 언급 드린대로 <H Two> 로 한다. 다행히도 <H II 영역> 은 맨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데, 발광성운인 M42 Orion Nebula 의 빛을 보시면 바로 이온화 된 수소의 빛이 눈에 꽂히는 셈이다. 한편 수소 분자는 중성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된 것이며 맨 오른쪽 그림에서 수소분자 구조를 그려 드렸다.
2. 수소 동위원소들의 이온
위에서 중성수소의 동위원소에는 중수소, 삼중수소가 있다고 말씀 드렸다. 중성수소의 <양이온화> 된 수소가 존재하는데, <음이온화> 된 것을 없을까 ? 또한 중수소, 삼중수소의 양이온, 음이온도 있지 않을까 ? 우주는 넓으므로 당연히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이온화 되는 원인은 제 한계를 넘으므로 생략하고 그 이온들의 원자 구조와 명칭들만 살펴보겠다.
수소가 양이온 ( + 전하 이온) 된 것들의 총칭은 Hydron 이고, 음이온 ( - 전하 이온) 된 것들의 총칭는 Hydrogen Anion 또는 Hydride 이다. 중성수소, 중수소, 삼중수소 각각의 양이온, 음이온 원자구조 및 명칭은 아래 그림 참조 바랍니다.
<중성수소의 음이온과 양이온>
<중수소의 음이온과 양이온>
<삼중수소의 음이온과 양이온>
(6) 학계에서 뜨려면 암흑물질을 잡아야
GBT 가 찍은 사진 보시면 M31 안드로메다 주변에 붉은 색이 보인다. 이것은 중성수소 가스 구름이다. 이미 십여년 전부터 M31 부근에 성간 가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번에 GBT 가 이 가설이 사실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사각형으로 표시된 곳이다.
사각형 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붉은 색이 덩어리로 뭉쳐 있어 아주 진하고, 어떤 부분은 너무 밝아서 거의 백색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는 중성수소가 대단히 높은 밀도로 뭉쳐 있음을 나타낸다. 이 덩어리들의 모든 질량을 측정해 본 결과, 거의 왜소은하 (Dwarf galaxy) 수준에 달한다. 이 같이 고밀도 중성수소가 두 은하 사이 공간에 존재하는 이유를 검토해 보았으나, M31 과 M33 사이의 상호중력작용 때문은 아니라고 밝혀졌다. 따라서 사각형 내부의 중성수소 가스 덩어리들은 두 은하와는 상관없는 독립적인 물질이다.
한편 중성수소 가스 덩어리의 위치를 보면 한 방향으로 “띠 (String, Band , Filament)” 처럼 늘어서있다. 이 사진을 찍은 연구팀은 원인을 암흑물질 (Dark Matter) 로 설명한다. 두 은하 사이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의 띠에서 나오는 중력이 두 은하 사이 여기저기에 희박하게 흩어져 있는 중성수소를 끌어 모아서 고밀도의 가스 덩어리들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다른 말로는 이 지역에 암흑물질로 된 띠가 있다는 말이 된다.
요즘 거시 (巨視 Macro) 천체물리학 화두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이다. 미시적 (微視的 Micro) 으로는 양자역학에 관련된 입자물리학일 듯하다. 이런저런 책들 보면 설명이 곤란해질 경우, 모두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 핑계를 대는 것으로 느껴진다.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 개념이 나오기 전에 이런 사진이 찍혔다면, 그 떄는 무엇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을지 궁금해진다.
“암흑 (暗黑. Dark)” 이란 단어의 의미는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아 잘 모른다” 는 말이다. 최근 수년간 여러 지구궤도 위성들의 관측결과로 암흑물질에 대해 점차 밝혀지고는 있으나, 그 실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사진 찍었다는 발표보다는 “알 수 없는 어떤 중력 작용으로 고밀도 중성수소가 일렬로 밀집된 현상을 포착했다” 라고 발표하는 것이 학자다운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만일 제게 답변하라고 한다면, “혹시 조물주가 이 지역을 수소연료 우주선 타고 가다가 일시적 엔진과열로 인해 배기구로 고밀도 중성수소가 배출된 흔적일지도 모를 일” 이라고 답변할지도.
V. Journey to Deep Sky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서 (9 회)
Lochium Funis –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1) 나무판자와 밧줄은 어떻게 생긴 물건인고 ?
라틴어 <Lochium>은 영어로 Log 로서, 우리말로 나무토막, 나무판자 또는 널빤지이다. <Funis> 는 Rope 또는 Line 이며 우리말로는 밧줄이 된다. 영어 별자리 이름은 <The Log and Line> 이고, 여기서는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밤하늘 별자리는 인류가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는 존재이므로 일반적으로 특별하거나 귀하신 대상들이 별자리로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드릴 별자리 구성 물체인 <나무판자> 와 <밧줄> 은 그냥 평범한 물건들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유럽의 어떤 훌륭한 왕이 사냥하다 삼겹살 구워 먹을 때 깔고 앉았던 나무 판자이거나 또는 그가 암벽등반 할 때 사용한 밧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별자리에는 항해용 도구가 몇 개 되는 것처럼, 이것들도 예전 선박들의 항해 필수품이었기 때문에 별자리로 오르게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생긴 도구인지 그 모양부터 알아본다.
<Log and Line 과 모래시계. Musée de la Marine, Paris>
왼쪽 아래의 삼각형 사분의 같은 것이 Log (나무판자) 이고, 오른쪽의 실패 같은 것에 감긴 것이 Line (밧줄) 이다. 이 두 가지 도구를 <Log and Line> 또는 <Log Line> 이라 한다. 우리말로는 <나무판자와 밧줄>…. 실물을 보았으니 이 물건들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나무판자와 밧줄의 구조. 그림 topwar.ru>
위 그림에서 밧줄 감는 것은 연 (鳶) 날릴 때 사용하는 “얼레” 또는 낚시대의 “Reel” 을 닮았다.
양쪽에 손잡이 (Handle) 가 달려서 사람이 서서 들고 있도록 만들어졌다. 밧줄에는 매듭 (Knot)
이 있다. 위 그림에선 매듭이 하나만 보이지만 실제론 일정 간격으로 매듭이 감겨있다. 나무판자 아래 부분에는 바다 물속에서 판자가 수직으로 떠 있도록 납으로 된 무게추를 달아 놓았다.
그림에 써있는 fathom 은 길이 단위이며, 1 fathom = 6 feet 이다. 1 foot = 30.48 cm 이므로
1 fathom = 6 feet = 1.8288 m 가 된다.
(2) 나무판자와 밧줄 사용방법
모양과 구조는 알겠는데 항해할 때 이걸로 무엇을 했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시지요. 예전 사람들이 현대인들처럼 똑똑했다는 것은 잘 아실 것이다. 아마 더 머리가 좋았을 수도 있고. 이것은 항해할 때 배의 속력을 재는 도구이다. 어떤 방법으로 배의 속력을 재는지 아래 그림으로 설명 드린다.
<배의 속력을 재는 모습. rootsweb.com>
그림 보시면 가운데 사람은 밧줄 감긴 실패를 벌 서듯 들고 있고 오른쪽 사람은 밧줄을 잡고 있다. 왼쪽 사람은 모래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재는 모습이다. 그림에선 나타나지 않지만 이들이 서 있는 곳은 배의 뒷편이다.
<나무판자와 밧줄로 속도 측정하는 원리>
그림처럼 배가 전진할 때 뒷편에서 나무판자를 바다에 던진다. 판자 아래쪽에는 무게추가 있어서 판자는 바다에 수직으로 반쯤 떠 있게 된다. 이러면 배가 전진해도 나무판자는 바닷물 저항을 받아 바다에 고정되어 있게 되며, 따라서 실패에 감긴 밧줄만 풀려나갈 것이다. 밧줄에는 일정 간격으로 매듭이 있는데, 일정 시간 동안 풀려나간 매듭의 갯수를 세면 이 배의 진행속력을 계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16 세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옛날 사람들 정말 머리 좋다.
(3) 매듭 (Knot) 이 속력의 단위가 된 사연
이 도구로 배의 속력을 측정해보자. 예를 들어 밧줄의 매듭이 2 fathoms ( = 12 feet = 3.6576 m) 마다 있고, 30초짜리 모래시계를 사용한다고 가정한다. 배가 전진하면서 30초 동안 5개 매듭이 풀려 나갔다면 배의 속력은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2 fathoms (3.6576 m) x 5 매듭 = 18.288 m
18.288 m x 3,600 초 (1시간) / 30 초 = 2,194.56 m / 시간
따라서 이 배의 속력은 시속 약 2.2 km 가 된다.
여기서 30초짜리 모래시계는 <일정한 시간> 이므로 <풀려나간 매듭 (Knot) 갯수> 에 따라 속력이 결정된다. 여기서 “매듭” 의 뜻인 <Knot – 노트>가 바다에서의 속력 단위가 된 것이다. Knot (노트) 라는 단위는 선박 경우뿐만 아니라 바다조류, 바람 등의 속력을 표시 때 사용된다. 이 방법이 개발된 초창기에는 30초짜리 모래시계가 사용되었으나 나중에는 28초짜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굳이 28초 모래시계를 사용한 이유는 새로 생긴 속력단위 Knot (노트) 를 측정하기 위함이었다.
1 Knot (노트) 는 <1 시간에 1 해리 (海里 Nautical Mile, Sea Mile) > 를 가는 속력이다. 그러면 1 해리 거리는 얼마일까 ? 1 해리는 현재 1,852 m 로 정의 되어 있으나, 애당초 해리라는 단위는 <28초> 동안 <풀려나간 매듭 (Knot) 갯수> 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미터법에 따라 과학적인 다른 정의 방법을 사용한다.
위에서 매듭 (Knot) 사이의 거리는 1 fathom 이며 일반적으론 6 feet 라고 말씀 드렸다. 이 방법으로 배의 속력을 측정하던 16~17세기에는 28초 동안 8개 매듭 (fathoms) 이 풀려나갔을 때의 속력을 1 Knot (노트) 라고 하고, <1 Knot (노트)로 1시간 동안 진행한 거리를 1 해리> 로 정했다. 만일 1 feet 를 지금 단위인 30.48 cm 이라면,
1 해리 = 48 feet x 3,600 초 (1시간) / 28 초 = 6,171.428 feet.
6,171.428 feet x 30.48 cm = 1,881.05 m 가 된다.
그런데 1 foot 의 길이는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달랐고, 6 feet 가 단위인 1 fathom 의 정확한 길이도 이 도구를 사용하는 “선장 마음대로” 였다. 1 foot 를 지금의 단위인 30.48 cm 이라고 계산하면, 1 Knot 는 28초짜리 모래시계를 썼을 경우에 47 feet 3 inches 만큼 길이의 밧줄이 풀린 속력으로 환산된다. 이 정의에 따라 다시 계산하면,
1 해리 = 47 feet 3 inches (14.40 m) x 3,600 초 (1시간) / 28 초 = 1,851.428 m 가 된다.
(1 foot = 12 inches = 30.48 cm. 1 inch = 2.54 cm)
이 거리는 나중에 과학적 정의에 따라
1 해리 = 1,852 m 로 다시 정해졌다.
위의 1,852 m 가 현재 사용되는 정확한 1 해리이며 1 Knot (노트) 는 1시간에 1,852 m 를 진행하는 속력이다. 사람이 걷는 속도가 보통 시속 4 km 라 하므로 1 Knot (노트) 는 걷는 속도의 반 정도가 된다. .
(4)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출생기원
<나무판자와 밧줄>의 모양과 용도를 살펴보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들었다. 이제 이 별자리가 밤하늘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부터 알아본다. 아래에 올려 드리는 그림은 Johann Bode (1747~1826) 가 1801년 출판한 성도 Uranographia 인데, 이 별자리 찾기 어려우실 것 같아 위치를 붉은 원으로 표시해서 먼저 올려 드렸다. 세 번째 그림은 이 성도에 보이는 나무판자와 밧줄자리를 부분 확대한 것이다.
<아래 그림 축소. 붉은 원이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Bode 의 Uranographia (1801년) 에 보이는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그림 digitalgallery.com>
<위 성도부분확대. 그림 ianridpath.com>
Bode 의 Uranographia 에 이 별자리가 처음 등장하며, 그 이전의 성도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Bode 는 그의 성도 보다 45년 전인 1756년에 프랑스의 Nicolas Louis de Lacaille (라까이으 1713~1762) 가 출판한 Mémoires Académie Royale des Sciences 라는 책에 실려있는 새로운 별자리 14개를 모두 그의 성도에 실어 놓았다. 그러나 나무판자와 밧줄자리는 Lacaille 가 만든 14개 별자리에도 들어있지 않으므로 Bode 의 작품이라고 인정된다.
성도 보시면 나무판자와 밧줄자리는 나침반자리 (Pyxis) 바로 옆에 있다. 나침반자리는 위에서 말씀드린 Lacaille 가 새로 만든 14개 별자리 중의 하나이다. Lacaille 는 당시 이 별자리 이름을
<Pyxis Nautica> 라고 붙였다. 라틴어 Nautica 는 영어로 Nautical 이므로 “항해용 나침반” 이란 뜻이다. 위 성도에서도 Pyxis Nautica 라고 되어 있으나, 1928~1930 년에 IAU 가 공인한 명칭은 Nautica 를 빼고 Pyxis 라고 쓴다.
그런데 별자리 영역을 표시한 점선을 자세히 보시면 나무판자와 밧줄자리가 독립된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 않고 나침반자리와 같은 영역으로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별자리 영역뿐만 아니라 나무판자와 밧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의 목록도 나침반 자리와 구분 없이 같이 등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 별자리는 사실 독립적인 별자리라기 보다는 <나침반 및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그러면 Bode 는 왜 <나무판자와 밧줄> 을 다른 별자리도 아니고 굳이 <나침반> 옆에 붙여 놓았을까? 그 깊은 뜻을 어찌 알 수 있을까마는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배 운동과 관련된 물리량>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 있다.
운동하는 물체의 중요한 사항이 바로 <속력>과 <방향>이다. 수학용어로 말한다면 <벡터량>이다. 선장이 배를 어떤 목적지로 항해할 때 결정해야 할 사항은 우선 <어느 방향> 을 갈 것인지 정한 다음에 <어떤 속력> 으로 갈 건지 정해야 할 것이다. 방향은 나침반이 알려주는데, 속력을 알려주는 도구가 없으니 어느 세월에 배가 목적지에 도착할 지 걱정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5) 25세 청춘에 산화 (散華) 한 그를 추모함
하여간 Bode 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Uranographia 이후에 나온 성도에선 이 별자리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별자리는 유일하게 Uranographia 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나침반 자리와 영역과 구성 별들이 같으므로 혼동을 우려해서 그 보다 45년 전에 나온 나침반자리만 남겨 두었을 것이다. 아니면 추가로 별자리 하나 더 그려 넣는 것이 귀찮았을 수도 있고.
<나무판자와 밧줄자리>는 1826년에 Bode 가 사망하면서 그와 운명을 같이했다. 1801년 출생, 1826년 사망이니 25세 청춘에 생을 마감한 것이 된다. 항해할 때 더없이 중요한 도구였지만 별자리 정리를 맡은 Déporte 위원회도, 이미 오래 전에 사망했고 독립된 영역도 없는 별자리를 살려내기 위한 명분은 찾지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1822년에 나온 성도를 올려 드리므로 이 별자리가 사라진 부분을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현대 성도에서의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위치를 표시해 드리면서 이 별자리를 잠시나마 추모해 본다.
<Alexander Jamieson 성도. 1822년. 그림 etsy.com>
오른쪽 하단에 나침반자리는 보이지만 나무판자와 밧줄자리는 사라졌다>
<현대 성도에 표시한 나무판자와 밧줄자리. Sky & Telescope 성도에 일부 추가>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은 생략합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되십시오.
Astro News <끝>
좋은 자료를 매번 이렇게 볼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잘 읽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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